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성장속도가 가파르다. 2021년 6월 100조원이던 순자산 규모는 현재 200조원으로 4년 만에 두 배 불어났다. 여기에는 시장 빅2인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 외에 중위권 운용사의 분발이 한몫했다. 혁신투자 상품으로 무장한 이들 중위권 운용사들이 바꿔 놓은 ETF 시장 판도를 들여다 봤다. [편집자주] 

중위권 자산운용사들이 상반기 상승장에 이른바 조방원(조선·방산·원자력) ETF로 톡톡히 재미를 봤다. 수익률 상위 10개 중 7개가 이들 종목에 기반한 상품이었다. 순자산 증가 폭도 대형사 2곳을 웃돌았다.

이는 기존 투자패턴에 얽매이지 않고 성장 업종에 집중한 중위권 운용사의 ETF 전략이 먹혀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반기 주도주에 대한 전망도 밝아 이들 운용사의 약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1월 2일~7월 1일) 수익률이 가장 높은 ETF 종목은 한화자산운용의 ‘PLUS K방산’(157.0%)으로 집계됐다. / 한화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 CI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1월 2일~7월 1일) 수익률이 가장 높은 ETF 종목은 한화자산운용의 ‘PLUS K방산’(157.0%)으로 집계됐다. / 한화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 CI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수익률이 가장 높은 ETF는 한화자산운용의 ‘PLUS K방산’으로 올 들어 157.0%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PLUS K방산은 현대로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국내 방산 기업을 담고 있는 상품이다. 편입 종목 주가 상승, 자금 유입에 힘입어 연초 2549억원이었던 순자산은 현재 1조1564억원으로 네 배 가까이 불어났다.

한화자산운용은 수익률 3위도 차지했다. ‘PLUS 한화그룹주’로 같은 기간 124.1% 상승했다. ▲신한자산운용의 ‘SOL K방산’(등락률 117.4%)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원자력iSelect’(111.0%)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원자력테마딥서치’(93.5%) ▲한화자산운용의 ‘PLUS 태양광&ESS’(91.4%) 등 5개 종목도 수익률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이들의 선전은 반짝효과가 아니다. 중위권 운용사의 ETF 상품들이 매달 시장 트렌드를 주도했다. 1월 PLUS 한화그룹(등락률 23.6%), 2월 PLUS K방산(30.1%), 3월 HANARO 글로벌채굴기업(17.1%), 5월 SOL 미국양자컴퓨팅TOP10(41.6%), 6월 HANARO 원자력iselect(39.5%) 등 4월 한 차례를 제외하고 중소형사 ETF가 월간 수익률 1위(레버리지‧인버스 제외)를 거뒀다.

이 같은 약진은 우선 올해 주도주 자리를 꿰찬 조선·방산·원자력의 선전으로 치환된다. 방산주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이란 등 여러 지역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들이 방위예산을 증액하면서 투자 심리가 개선됐다. 이런 가운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등 국내 기업들이 유럽 국가들과 방산 수출 계약을 체결한 점은 큰 호재였다.

조선주는 글로벌 선박 수주 호황을 맞은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조선업 협력과 관련해 발언하고 중국산 선박에 대한 관세 부과 등을 발표하면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원자력주는 트럼프 행정부의 원자력 발전 용량 확대 등 정책 지원,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 한국 원전 기업의 수출 계약 등 여러 요인이 맞물리면서 상승 가도를 달렸다. 

최근 6개월간 ETF 수익률 상위 10개 종목 / 윤승준 기자
최근 6개월간 ETF 수익률 상위 10개 종목 / 윤승준 기자

눈에 띄는 점은 이들 종목의 투자 수요가 중소형사 ETF로 향했다는 점이다.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1일 기준, 연초 이후 한화자산운용의 ‘PLUS K방산’에 4513억원의 자금이 유입되며 비슷한 ETF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K방산&우주’(1394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신한자산운용의 ‘SOL 조선TOP3 플러스’도 연초 이후 1370억원의 자금이 유입되며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조선TOP10’(1109억원),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친환경조선해운액티브’(27억원)를 앞질렀다. 원자력은 대형사 2곳이 따로 상품을 갖추지 않아 NH아문디투자운용(HANARO 원자력iselec)과 한국투자신탁운용(ACE 원자력테마딥서치)이 자금을 끌어모았다.

조방원 호재에 중소형사의 ETF 순자산도 증가세다. 한화자산운용의 ETF 순자산총액은 지난달 30일 기준 5조6744억원으로 작년 말(3조6731억원) 대비 54.5% 증가했다. 같은 기간 ETF 전체 순자산총액 증감률(21.1%)을 30%포인트 이상 웃도는 규모다.

신한자산운용도 ETF 순자산이 5조4367억원에서 7조7819억원으로 43.1% 늘어났다. NH아문디자산운용(순자산 2조1522억원) 32.3%, 키움투자자산운용(4조6304억원)도 38.5%의 증가 폭을 그렸다. 

하반기에도 주도주의 선전은 이어질 전망이다. 중소형사 ETF 약진이 지속할거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조선주는 미국의 LNG 프로젝트 확대에 따른 LNG 운반선 발주량 증가, 방산주는 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증액에 따른 수출 확대 기대감, 원자력주는 글로벌 원전 확대 추세 등의 호재에 직면했다.

신한자산운용의 ‘SOL 조선TOP3 플러스’(순자산 1조104억원)는 조선, 한화자산운용의 ‘PLUS K방산’(1조1564억원)은 방산, NH아문디투자운용의 ‘HANARO 원자력iselec’(3350억원)은 원자력 ETF에서 순자산총액이 가장 커 업종 수혜에 따른 자금 유입 등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박현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조선‧방산‧원자력은 구조적인 테마로 자리 잡아 하반기에도 비중 확대 전략이 유효하다”며 “원자력은 유동성 효과와 정책 수혜가 같이 가고 있고 조선은 작년부터 슈퍼사이클이 도래했고 방산은 국가 안보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라서 하반기에도 계속 갈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테마(업종)에 속하는 ETF 규모가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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