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깃데이트펀드(TDF)는 은퇴 시점에 맞춰 위험자산 비중을 조절하는 상품입니다. 이에 기반한 ETF(상장지수펀드) 투자로 '노후자금 마련'이라는 목표를 보다 수월하게 달성할 수 있습니다.”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운용본부장이 IT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한국투자신탁운용 제공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운용본부장이 IT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한국투자신탁운용 제공

ETF 투자 열풍이 퇴직연금 시장에서도 불고 있다. 예금 등 원리금 보장형 상품으로 묵혀뒀던 연금 투자 포트폴리오를 ETF로 전환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다. 투자 고수라면 알아서 ETF 상품을 고를 수 있으나 모두 그럴 수는 없다. TDF ETF가 주목받는 이유다.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운용본부장도 TDF 상품이 가진 효율성에 주목한다. 남 본부장은 IT조선과의 인터뷰에서 “TDF는 연금시장에서의 활용이 효율적이기 때문에 연금시장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TDF는 타겟데이트펀드(Target Date Fund)의 약자로 은퇴 시점(목표 연도)에 맞춰 투자 비중을 자동으로 조절해 주는 펀드를 말한다. 예를 들어 TDF 2045라는 상품에 가입했다고 하면 2045년 은퇴를 목표로 하는 것을 뜻한다. TDF ETF는 이 같은 기능을 갖추고 주식시장에 상장됐다. 거래도 어렵지 않다. 주식처럼 증권사 앱에서 상품을 쉽게 사고팔 수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TDF ETF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올해 3월 ‘ACE TDF2030액티브’, ‘ACE TDF2050액티브’ 등 3개의 TDF ETF 상품을 출시했다. 타사 대비 TDF ETF 출시일이 2~3년 정도 늦었으나 그만큼 투자 수요 분석 등을 통해 상품 완성도를 높였다는 설명이다.

연금자산에 적합한 상품은 TDF ETF가 끝이 아니다. 한투운용은 구글 등 기술주 밸류체인 시리즈 ETF, 제로데이트옵션(0-DTE) 커버드콜 시리즈 ETF 등 안정적으로 장기 우상향할 수 있는 상품을 여러 내놓았다. 치열해지는 ETF 경쟁 속에서 한투운용의 ETF 방향을 어떠한지 사업을 총괄하는 남용수 본부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

ㅡ 다른 자산운용사보다 TDF ETF 출발이 늦다. 뒤늦게라도 출시한 배경이 있나?

“2022년 운용사 4곳에서 TDF ETF를 출시했는데 당시에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TDF가 ETF로 활성화되려면 투자자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분석해보니 연금시장에서 ETF 성장세가 커지고 있고 연령대별로 위험자산에 대한 수요가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

자산배분 및 TDF 펀드 운용과 전략 담당본부와 빈티지(예상 은퇴 시점) 결정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고, 작년 본격적인 TDF ETF 상장을 준비했다.”

ㅡ 후발 주자인만큼 고심이 컸을 거 같다. 어떤 과정을 거쳐 TDF ETF를 만들었나?

“ETF 상품을 설계할 때 현재 고객 니즈(수요)가 있는지, 현재 고객 니즈가 없다면 향후 고객에게 필요한 상품일지를 면밀하게 검토한다. TDF ETF의 경우 당장 시장에서 관심을 받지 못해도 오랫동안 사람들이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라고 생각했다. 

기존 TDF ETF는 대부분 외국회사의 ‘글라이드 패스(Glide-path, 투자 비중이 바뀌는 방식) 모델’을 채택했는데 한투운용은 다르다. 한국인의 인적 자본을 바탕으로 계산된 장기자본시장가정(LTCMA)을 토대로 자체 개발한 글라이드 패스 모델을 통해 TDF 펀드를 운용한다.”

ㅡ TDF ETF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ETF는 일반 펀드와 비교해 비용 경쟁력, 환급성, 거래 편의성이라는 장점이 있다. 일반 계좌뿐 아니라 연금 계좌 등에서도 투자자들이 직접투자를 하고 있는데 (TDF ETF의 경우) 투자 실행을 신속히 할 수 있다. TDF가 ETF 시장 내에서 활성화할 수 있는 배경이다.”

ㅡ 타사 TDF ETF 대비 한투운용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40년 이상의 장기 금융 데이터 분석과 한국인의 인적 자본을 기반으로 계산된 글라이드 패스 모델을 활용한다. ETF 투자자가 TDF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유형 상품 대비 위험자산 비중 등을 차별화한 점, 금(金)을 활용해 포트폴리오를 차별화한다는 점이 경쟁력이라고 본다.”

ㅡ 지금까지 TDF를 3개 상장했는데 더 출시할 계획이 있는지?

“초기에 제안한 TDF 빈티지는 8개 이상이었고 향후 투자자 분석 등을 통해 시리즈를 추가해 나갈 계획이다. 다만 당분간은 공급자 중심으로 TDF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보다 이미 상장한 상품을 중심으로 장기 투자계획과 자산배분 전략의 필요성에 대해 소통할 생각이다.”

ㅡ TDF ETF 외에 타사 대비 경쟁력 있는 ETF 상품을 추천한다면?

“당장 이슈가 되는 테마보다는 연금자산에서 장기 투자로 활용하기 적합한 상품의 라인업이 한투운용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추천할만한 상품으로 ‘ACE 글로벌인컴Top10’ ETF가 있다. 주식과 채권 ETF 중 배당률과 배당 지속성이 우수한 ETF를 편입하는 상품이다. 주식과 채권이 혼합돼 있어 상당히 안정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특징을 갖췄다. 특히 월 배당을 전제로 자체 자산배분을 하는 ETF를 국내에서 처음 선보였기 때문에 투자 초보자에게 좋다.” 

그 외 국내 최초로 데일리 커버드콜을 바탕으로 한 ‘ACE 데일리타겟커버드콜’ 시리즈, 미국 나스닥 거래소에 상장된 빅테크 상위 7개 종목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ACE 미국빅테크TOP7 Plus’ ETF도 추천한다.”

ㅡ 미국 빅테크는 상반기 수익률이 저조하지 않았나?

“중국 무역 리스크 등으로 빅테크 종목들의 수익률이 많이 갈렸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AI를 주도하는 기업은 주가가 상승했으나 정책 리스크와 중국 노출이 비교적 큰 애플이나 테슬라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다만 엔비디아 경영진이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미국과 중국의 성능 효율성 격차가 4~5배’라고 언급한 만큼 ‘딥시크발(發) 이슈’는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또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최근 불고 있는 ‘소버린 AI 수요’도 빅테크 기업들의 잠재적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빅테크 기업들의 하반기 수익률은 상반기 대비 견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남용수 본부장은 ETF 상품 설계 시 고객 니즈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고 설명했다. / 한국투자신탁운용 제공  
남용수 본부장은 ETF 상품 설계 시 고객 니즈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고 설명했다. / 한국투자신탁운용 제공  

ㅡ 지금 껏 출시한 상품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상품이 있다면?

“전부 다 아끼지만 하나를 꼽자면 ‘ACE 미국주식베스트셀러’ ETF가 있다. 기관 및 개인 투자자가 주로 매수하고 있는 종목을 재무제표 요건을 고려해 편입하는 상품이다. 작년과 같이 시장 모멘텀이 강할 때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이 상품의 경우, 만들 때 애를 먹었는데 투자자의 외환 보유 잔고와 외환 보유 잔고의 변화율을 통해 어떤 주식을 많이 샀는지 데이터를 확보해야 했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얻는 데만 8개월이 걸렸다. 힘들게 ETF를 상장해서 그런지 더 애착이 간다.”

ㅡ 한투운용의 ETF 점유율이 2년 전보다 5%포인트 올라갔다. 어떤 부분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나?

“부서를 막론하고 전사적인 지원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대표이사를 비롯해 C레벨 임원, 각 본부 본부장까지 모두 ETF 론칭에 관심이 많았고 ETF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높다. 예산을 집행하거나 신상품을 출시할 때 회사 내부를 설득해야 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아 ETF 비즈니스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타사에 비하면 획기적인 강점이라고 본다.”

ㅡ 마침 ETF 전문가인 배재규 전 삼성자산운용 부사장이 회사 대표다. 전문가 대표와 함께 일을 하면서 힘든 부분도 있었을 것 같은데?

“배 대표가 ETF 시장을 만든 분인 만큼 세부적인 부분까지 신경을 많이 쓴다. ETF에 관해 상당 부분 보고하고 피드백도 받는다. 꼼꼼하고 디테일한 편이기 때문에 상사로 모시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지만 오히려 이런 부분을 통해 많이 배울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한다. ETF뿐 아니라 자산운용업의 거시적인 그림부터 세세한 부분까지 함께 상의하고 의견을 나눈다.”

ㅡ 한투운용의 앞으로 ETF 계획은? 

“ETF운용본부 산하에 있던 ETF상품전략부를 상품전략본부 아래로 재편하고 디지털마케팅부를 신설 디지털전략본부에 편제하는 식으로 조직 변경을 한 만큼 내부적으로 전문성이 더 공고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ETF 상품 측면에서는 저평가된 국내 증시에 주목하고 있다.”

☞ 남용수 한투운용 ETF운용본부장은

미국 미시간대학교 앤아버(University of Michigan-Ann Arbor)에서 금융공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뉴욕에서 퀀트 트레이더로 금융업에 입문했다. 2008년 한국으로 돌아와 한화자산운용에서 ETF운용팀장 및 퀀트리처치팀장을, DGB자산운용에서는 인덱스 매니저로 일했고 2017~2019년 전문 사모 운용사 루트엔글로벌자산운용을 설립했다. 2017~2023년엔 한국퀀트협회 초대회장을 역임했다. 2023년 한투운용에 합류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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