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와 협업한 브랜드들이 연이어 성공 사례를 만들고 있다. 글로벌 히트작 ‘오징어게임’부터 최근 인기작 ‘케이팝 데몬 헌터스’까지 넷플릭스 오리지널 IP와 손잡은 브랜드의 마케팅 효과가 두드러진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갤럭시 언팩’ 행사를 앞두고 티저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서 삼성전자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캐릭터 중 하나인 까치와 호랑이를 등장시켰다. 이들 캐릭터는 삼성전자의 신제품 디자인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장면을 연출했다.
삼성전자 외에도 넷플릭스 IP와 협업한 사례는 다수다. 기아는 2023년 11월, 오징어게임 시즌2 공개 전 ‘핑크가드’ 캐릭터를 활용한 스포티지 광고를 선보였다. 자동차뿐 아니라 식음료, 의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넷플릭스 콘텐츠와의 협업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가 주목하는 점은 협업의 성공률이다. 지금껏 알려진 걸로는 글로벌 기준으로 넷플릭스 협업이 실패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대표적 예외로는 영국 왕자비 메건 마클이 넷플릭스를 통해 선보인 ‘위드 러브, 메건(With Love, Meghan)’ 정도가 언급된다. 뉴욕포스트, 더 가디언 등 외신은 해당 프로젝트에 대해 “크레페 믹스 판매를 위한 포장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이 외에 퀸 클레오파트라라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와 이집트 관광부가 협업한 콘텐츠가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주인공 클레오파트라를 흑인 배우로 캐스팅 하면서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졌고 이집트 정부와 학계로부터 강한 반발이 이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협업은 긍정적인 성과를 냈다. 차동문 기아 국내미디어콘텐츠팀 책임매니저는 3월 IT조선이 주최한 ‘2025 대한민국 미래 콘텐츠 콘퍼런스’에서 “오징어게임과 협업을 통해 혁신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팬덤을 통해 효율적인 광고 노출 효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사례도 같은 맥락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까치 캐릭터인 ‘수지(서씨)’는 눈이 세로로 3개씩 달린 독특한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갤럭시 스마트폰의 세로 트리플 카메라 렌즈와 닮았다는 점에 착안해 삼성전자가 해당 캐릭터를 티저 영상에 활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작품은 넷플릭스 글로벌 영화 부문에서 40개국 이상에서 1위를 기록했다. OST 역시 각국 음원 스트리밍 차트 상위권에 올라 있다.
업계는 넷플릭스와 협업하는 브랜드가 주로 넷플릭스에서 유명한 콘텐츠와 협업하려고 하기 때문에 넷플릭스 협업이 실패할 확률이 적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팬덤을 형성한 인기 콘텐츠 IP를 활용해 해당 콘텐츠 팬덤을 대상으로 광고·마케팅을 진행하는 만큼 성공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한 방송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IP 협업하는 걸 보면 대체로 넷플릭스가 IP를 보유한 오리지널 콘텐츠다”라며 “오징어게임처럼 이미 팬덤을 세계적으로 형성한 콘텐츠를 활용해서 광고·마케팅을 진행하는 거라서 팬덤이 외면하는 게 아니라면 실패하기가 더 어렵다”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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