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무대에 실제 사람이 없어도 관객이 몰리는 시대가 됐다. 이른바 ‘버추얼 인플루언서’(가상 캐릭터 기반 스타) 시장이 급성장하면서다. 인터넷 개인방송을 하던 스트리머(1인 방송 진행자)까지 가상 아이돌로 데뷔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브이:리얼 프로젝트 이미지. / 숲
브이:리얼 프로젝트 이미지. / 숲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스트리밍 플랫폼 '숲(SOOP)'은 버추얼 콘텐츠 기업 '두리번'과 손잡고 5명의 스트리머를 가상 아이돌 그룹 ‘러비타(LUVITA)’로 데뷔시켰다. 이들은 실제 아이돌처럼 보컬과 안무 훈련을 받고, 콘서트도 연다. 데뷔 쇼케이스는 9월 중 서울 CGV 용산점에서 영화관 스크린을 무대로 진행될 예정이다.

제작진도 실제 K팝 아이돌 못지않다. 음악 프로듀서 박건우는 NCT127, 갓7 등 유명 그룹의 음원을 만든 인물이다. 안무는 트와이스 안무를 담당한 메이제이 리가 맡았다. 보컬 트레이너는 2AM 출신 창민이다.

이 같은 흐름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다. 시장 자체가 급격히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버추얼 인플루언서 시장은 지난해 약 8조4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2030년에는 63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년 40% 넘는 성장률이다.

해외에서는 실제 공연도 활발하다. 일본의 대표적인 버추얼 아이돌 기획사 ‘니지산지’는 작년 자체 페스티벌에서 6만5000명을 모았다. 무대에 선 160명은 모두 실제 인물이 아닌 가상 캐릭터다. 팬들은 전시와 콘서트, 체험행사를 함께 즐겼다.

한국에서도 성과가 나오고 있다. 국내 가상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는 7월 일본에서 발표한 첫 싱글 앨범으로 오리콘 주간 싱글 1위에 올랐다. 8월에는 서울 KSPO돔에서 3일간 콘서트를 열고, 이후 아시아 주요 도시를 돌며 월드 투어에 나설 계획이다.

이제는 애니메이션 속 아이돌도 실제 가수처럼 대우받는다. 캐나다 공영방송 CBC는 “가장 인기 있는 두 K팝 그룹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걸그룹 ‘헌트릭스’와 보이그룹 ‘사자 보이즈’를 소개했다. 이들이 부른 노래는 미국 빌보드 핫100 차트 상위권에 올랐고,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에서도 BTS 기록을 넘어서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방송을 시작할 때부터 팬을 모아 아이돌 데뷔를 준비하는 경우도 많아졌다”며 “가상 아이돌이지만 진짜 아이돌 못지않게 활동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