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과 웨이브가 ‘더블 이용권’이라는 통합 요금제를 선보인지 한 달이 됐지만 시장 반응은 조용하다. 양사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6월 기준 합산 30만명 수준 증가에 그쳤다. 실사용자 기반 확대에는 한계가 드러났다는 평가다.
15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6월 티빙 MAU는 728만, 웨이브는 430만으로 집계됐다. 각각 5월보다 12만명, 17만명 증가한 셈이다. 두 플랫폼의 격차는 여전히 약 300만명이다. 앱을 한 번만 실행해도 포함되는 MAU 기준에서조차 더블 이용권의 효과는 제한적으로 나타났다.
더블 이용권은 한 플랫폼에서 요금을 결제하고, 다른 플랫폼 계정을 연동해 양쪽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하지만 연동 방식이 명확히 안내되지 않거나 플랫폼마다 콘텐츠 이용에 제약이 있어 사용자 전환 유인이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티빙 이용자는 애플TV플러스 콘텐츠를, 웨이브 이용자는 SBS 본채널 콘텐츠를 볼 수 없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핵심 원인은 이미 두 서비스를 모두 사용하는 중복 이용자가 많았다는 데 있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5월을 기준으로 티빙 이용자 중 75%, 웨이브 이용자 중 76%가 다른 OTT도 병행 이용하고 있다. MAU 기준으로 환산하면, 티빙 500만명 이상, 웨이브 300만명 이상이 이미 타 OTT 사용자라는 의미다.
사실상 이번 더블 이용권은 실질적인 이용자 확대보다는 기존 가입자를 묶어두는 데 그친 셈이다. 통신 요금제와 연동된 기존 OTT 구독자들은 더블 이용권을 쓰기 위해 요금제 변경이 필요하지만, 실제로 앱 실행만 해도 MAU로 집계된다는 점에서 더 큰 증가폭이 기대됐었다. 그조차 10만명대에 머문 것은 시장 반응이 미온적이었음을 보여준다.
이와 대조적으로 넷플릭스는 이동통신사 요금제뿐 아니라 네이버플러스 멤버십과도 연동돼 월간 1200만~1400만 MAU를 유지하고 있다. 단순한 요금 통합이 아닌 유통 구조와 플랫폼 전략이 결합된 방식으로 이용자 접점을 확대해온 결과다. 티빙과 웨이브는 각각 통신사 개별 요금제와만 연동돼 있어 접근성에서 차이가 난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더블 이용권은 실험적 단계일 뿐이라고 본다. 김용희 선문대 교수는 “아직은 통신 요금제나 멤버십 연동이 없고 콘텐츠 격차도 존재해, 더블 이용권의 효과를 속단하긴 이르다”며 “합병이 완료되면 유료방송이나 통신사 결합상품 형태로 전략적 대응이 가능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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