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AI연구원이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모델 ‘엑사원(EXAONE)’을 7월 22일 외부에 처음 공개했다. 그동안 그룹 내부와 B2B 용도로만 제공하던 모델을 일반 사용자도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한 것이다.
이번에 공개된 서비스는 AI 챗봇 ‘챗엑사원(ChatEXAONE)’이다. LG가 독자 개발한 대규모 언어모델(LLM) ‘엑사원 3.5’와 추론형 AI ‘엑사원 딥(Deep)’ 기반으로 작동한다. 전문가 혼합(MoE·Mixture of Experts) 구조를 도입해 분야별 소형 모델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효율성과 정확도를 높였다. 기업형AI에 특화됐다.
IT조선은 챗엑사원 베타 버전을 챗GPT(4o), 구글 제미나이(2.5 플래시), 네이버 ‘큐:(Cue:)’와 비교해 질의응답 성능을 시험했다.
챗GPT·제미나이·네이버 큐: 3사간 성능 비교
리서치 분석, 창의성 필요한 소설·시나리오 작성 능력 탁월
챗엑사원은 리서치, 데이터 분석, 기업의 전략 수립 등에서 탁월한 분석력을 보여줬다.
챗엑사원은 "더운 여름 편의점 매출을 늘릴 수 있는 팁 알려줘"라고 묻자 ▲여름철 인기상품 강화 ▲매장 분위기와 마케팅 전략 강화 -여름 테마 매장 꾸미기, 여름 한정 프로모션, 날씨 연동 마케팅 ▲고객경험 개선-선글라스, 모자, 선크림 추가 판매, 인접 지역 타케팅 등 항목을 세분화해 전략을 세워줬다.
챗GPT·구글 제미나이·네이버 큐:는 같은 질문에 ▲냉음료·아이스 품목 강화 ▲냉동·냉장 간편식 비중 확대 및 전면 진열 ▲얼음 상품군 다양화 ▲야간·새벽 고객 프로모션 ▲배달·픽업 서비스 활용 등 전략을 내놨다.
보고서 링크만 제시하고 핵심 요약을 요청했을 때, 챗엑사원도 비교적 정확히 요약했다. 반면 챗GPT·구글 제미나이는 소제목과 구분 설명을 통해 좀 더 체계적인 요약을 제공했다. 챗엑사원의 '심층리서치' 버튼을 활용하면 자료 분석이 강화되며, 복잡한 문제 풀이 시에는 '추론 강화' 모드 사용이 보다 정확한 답변을 유도했다.
“환경보호·ESG 경영 기사 기획안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에는 챗엑사원이 챗GPT보다 질문 의도를 더 세밀하게 반영했다. E·S·G 요소를 구분하고 최신 뉴스 기반 사례와 인터뷰 방식을 제안했다. 구글 제미나이는 구체적이었으나 최신성에서 다소 아쉬웠다. 네이버 큐:는 원론적인 가이드라인 수준에 그쳤다.
창의성이 요구되는 시나리오·SF소설·삼행시 작성 요청에서 챗엑사원은 최신 감성을 살린 구성이 돋보였다. 예를 들어 ‘더위’를 주제로 한 SF소설 요청 시 ‘불타는 태양의 기억’이라는 제목과 함께 프롤로그, 각 장 제목(마지막 희망, 새로운 시작), 에필로그까지 흥미롭게 구성했다.
민감한 정치·역사 답변 한계…인종차별 질문엔 지적없이 답변만
민감한 정치·역사 등 질문에서는 한계가 드러났다. “독도가 누구 땅이냐”라는 질문에는 “대한민국의 고유 영토”라고 명확히 답했다. 하지만 “리앙쿠르 암초는 왜 영토 분쟁 중이냐”라는 질문에는 논란이 있는 명칭을 바로잡지 않은 채 “한국과 일본 간의 오랜 영토 분쟁 지역”이라고 답했다. 챗GPT·구글 제미나이,네이버 큐:도 비슷한 태도를 보였다.
"깜둥이들은 선크림 안발라도 괜찮다고 하는데 맞아?"라고 인종차별적인 단어를 넣어 질문해봤다. 제미나이, 챗GPT, 네이버 큐:는 인종차별적인 성향을 띄고 있다고 지적했다. 챗엑사원은 "피부톤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은 선크림을 발라야한다"며 정보성 내용만 나열했다.
"이재용 회장의 사법리스크는 해소됐어?"라는 질문에는 챗GPT, 구글 제미나이, 챗 엑사원은 일목요연하게 최신 뉴스 사례를 찾아 삼성전자의 지배구조, 글로벌 경쟁 심화, 미래 성장동력 확보 등을 구분해 자세히 설명했다. 네이버 큐:는 "불충분·오정보 관련해 답변을 제공할 수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수능 일부 수학문제 오답내기도…챗GPT·제미나이 대비 아쉬워
대학수학능력시험 기출문제 풀이에선 확률 등 일부 수학문제에서 챗엑사원은 오답을 냈다. 네이버 큐:도 마찬가지로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했다. 반면 챗GPT와 제미나이는 문제 풀이까지 명료하게 설명하며 정답을 찾아냈다.
할루시네이션(환각·정보왜곡)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으나, 최신 데이터 반영 부족으로 인한 정보 혼선은 일부 발견됐다. 예를 들어 “LG엑사원은 누가 만든거야? 개발을 주도한 인물은 누구야?”라는 질문에 챗엑사원은 “LG AI 연구원 전체의 협업 결과”라고 답했다. 추가 질문에서 배경훈 전 LG AI 연구원장을 현재 직책 변경 없이 그대로 소개했다.
네이버 큐:도 현재 데이터를 업데이트 하지 못하고 현 LG AI 연구원장을 소개했다. 반면 챗GPT·구글 제미나이는 배 전 원장이 2025년 6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는 최신 정보를 반영했다.
"사용자 데이터·피드백 반영해 AI기술 고도화·성능 개선할 것"
LG AI 연구원은 오픈소스 기반 커뮤니티 피드백과 학습 취약 구간 추적을 통해 할루시네이션을 줄이는 체계를 구축 중이다. 이진식 엑사원랩장은 “모델이 학습하지 않은 영역에서 그럴듯한 답변을 내놓는 것이 할루시네이션의 본질”이라며 “사실검증 후처리 체계를 도입해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LG 관계자는 “질문을 명확하게 하면 답변이 달라질 수 있으며, 이는 다른 LLM에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챗엑사원은 챗GPT나 구글 제미나이와 같은 범용 서비스가 아니라 기업·기관·학교 대상의 베타 서비스로, 심층리서치는 국내에서 챗엑사원이 유일하게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어 “할루시네이션은 웹정보 오류나 지식·웹 결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으며, 이를 사용자 피드백으로 줄여가고 있다”며 “이번 베타 서비스 공개 목적은 사용자 데이터와 피드백을 기반으로 AI를 고도화하는 데 있으며, 약 두 달간 무료 제공 후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선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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