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 공급 확대와 테슬라 수주에 따른 대형 고객사 추가 확보 가능성을 언급하며 반도체 사업 반등 기대감을 높였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삼성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 삼성전자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삼성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31일 열린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10나노급 6세대(1c) 공정을 기반으로 HBM4 개발을 완료하고 주요 고객사에 샘플을 이미 출하했다”며 “베이스 다이에 선단 로직 공정을 적용해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전 세대 대비 크게 개선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1c 나노 생산능력 확대 투자를 진행 중이며, 2026년 본격화되는 HBM4 수요 증가에 맞춰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전체 HBM 수주량에서 HBM3E 비중은 하반기 90%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파운드리 사업에서는 테슬라와 약 165억달러 규모의 선단공정 첨단제품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계약은 당사 선단공정 경쟁력을 입증하는 계기다”라며 “향후 대형 고객사 추가 수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 테일러 공장은 2026년 본격 가동 예정이다. 올해 설비투자는 기존 계획 범위 내에서 집행하되 가동 시점을 고려해 2026년 투자가 확대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삼성전자 측은 미국 관세협상 타결에 따른 영향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감소됐다고 봤다. 회사 측은 "발표된 합의 내용의 세부 사항에 대한 양국 간 추가 논의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이에 맞춰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 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 삼성전자

2나노 1세대 공정은 신뢰성 평가를 완료하고 양산 준비를 마쳤다. 2세대 2나노와 4나노 성능·전력 최적화 공정도 고객 설계 지원 인프라를 적기에 구축해 대형 고객 수주를 확대했다. 3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에서는 모바일향 제품 양산을 본격화했다.

메모리 부문에서는 AI 서버 수요 강세로 D램 비트그로스가 10% 초반, 낸드플래시는 20% 후반 증가해 가이던스를 상회했다. 서버 SSD 판매가 확대됐으며, 고용량 DDR5, LPDDR5X, GDDR7 등 고부가 제품 판매 비중을 높였다.

스마트폰·태블릿은 2분기에 각각 5800만대, 700만대를 출하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성장했으나 계절적 비수기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출하량은 감소했다. TV 시장은 전년 대비 역성장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QLED·OLED·초대형 제품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성장 분야 투자와 관련해선 AI·냉난방공조(HVAC)·로봇·전장 등에서 인수합병(M&A) 후보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상반기 AI·로봇·디지털 헬스 등 40여 개 업체에 1억2000만달러 이상을 투자했으며, 이는 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의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74조5663억원, 영업이익은 4조6761억원으로 전년 대비 매출은 0.67%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55.23% 감소했다.

사업부별로는 MX사업부가 전사 영업이익의 66%를 차지하며 실적 방어에 핵심 역할을 했다. 플래그십 갤럭시S 시리즈 판매 호조와 리소스 효율화를 통해 두 자릿수 수익성을 유지했다. MX와 네트워크 등을 포함한 DX부문 매출은 43조6000억원, 영업이익은 3조3000억원이었다.

반면 DS부문 영업이익은 4000억원에 그쳤다. 메모리 판매 확대에도 불구하고 재고 자산 평가 충당금이 반영됐고,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에서 조 단위 적자가 발생했다. 파운드리는 첨단 AI 칩 대중 제재와 성숙 공정 가동률 저하로 부진이 지속됐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