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를 공식화했다. 애플의 칩·시리(Siri) 등 내부 개발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대규모 인수합병(M&A)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31일(현지시각)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팀 쿡 CEO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기업 인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미 소규모 AI 7곳의 인수를 완료한 상태로 제품 로드맵을 앞당길 수 있다면 더 큰 기업 인수도 가능하다고 했다.
팀 쿡 CEO는 “인수 대상은 기업의 규모보다 ‘우리 로드맵을 가속할 수 있느냐’가 기준”이라며 “우리는 M&A에 매우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번 팀 쿡 CEO 발언은 그간 AI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 경쟁사들이 수백억 달러를 AI와 데이터센터에 쏟아붓고 있지만, 애플은 구체적인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었다. AI관련 사항은 그간 외부 데이터센터에 의존해온 데다, 시리 개선도 내년으로 연기된 상태다.
그러나 AI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재정 절제’ 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MS는 올해 1000억달러 이상, 구글은 850억달러를 데이터센터와 AI 기술에 투자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데이터센터 투자도 늘릴 계획이다. 애플 CFO 케반 파레크는 “지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지는 않겠지만 상당히 증가할 것”이라며 “AI 투자 확대가 큰 이유”라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투자 규모는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미국 법원이 구글의 반독점 소송에서 검색 독점 지위를 문제 삼을 경우, 애플이 구글로부터 받는 기본 검색 엔진 대가 수십억 달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따라 애플은 사파리 브라우저에 AI 기반 검색 기능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AI 검색 스타트업 ‘퍼플렉시티(Perplexity)’ 인수 가능성도 일부 보도됐다.
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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