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의 희토류 지배력에 맞서 자국 생산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기술기업과 희토류 생산·재활용 업체를 백악관으로 불러 이같은 논의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희토류를 전략물자로 간주하고 민간과 협동해 자립형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1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백악관은 지난달 24일 피터 나바로 무역·제조업 자문관 주재로 미국 내 희토류 채굴 및 재활용 업체 10여 곳과 애플, MS, 코닝 등 주요 기술기업을 초청해 비공개 회의를 열었다. 국방부가 보장하는 최저가격제 확대를 포함한 대규모 인센티브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백악관 측은 “희토류는 반도체·배터리와 함께 미국 기술 산업의 기반이며, 중국 의존을 줄이기 위해 정부 차원의 가격 보장과 공급망 구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는 단순한 협력 촉구 차원을 넘어, 정부가 직접 산업 기반 조성에 나서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앞서 미 국방부는 미국 유일 희토류 채굴업체 MP 머티리얼즈(MP Materials)의 우선주 15%를 4억달러에 인수하고, 회사가 생산하는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NdPr) 자석에 대해 kg당 약 110달러의 최저가격을 보장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중국산 시세(약 63달러)의 두 배에 달하는 가격이다.
회의에서는 이 같은 ‘최저가격 보장 제도’를 MP뿐 아니라 다른 업체로 확대 적용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나바로 자문관은 “이 제도는 일회성 정책이 아니며, 앞으로 더 많은 계약이 이어질 것”이라며 “정부는 희토류 채굴부터 자석 생산, 최종 전자제품에 이르기까지 전체 가치사슬에서 미국 중심의 공급망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애플은 이미 지난달 15일 MP 머티리얼즈와 약 5억달러 규모의 희토류 자석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석은 텍사스 공장에서 가공돼 2027년부터 아이폰 등 애플 제품에 투입된다. MS와 코닝도 공급망 구축 협의에 참여했으며, 미국 내 재활용 기술 고도화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참석 기업들은 이와 함께 희토류 자석이 포함된 장비의 수출 제한 조치도 건의했지만, 나바로 자문관은 “중국에 지렛대를 줄 수 있다”며 “미국 산업이 충분히 자립한 뒤에만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미 정부는 향후 4~6주 간격으로 희토류 관련 회의를 정례화할 방침이다. 업계는 향후 반도체·배터리와 더불어 희토류 산업이 ‘국가 전략 산업’으로 격상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