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실적 발표 후 이례적으로 전사 직원 회의를 열고 인공지능(AI)과 향후 제품 개발 계획을 밝혔다. 쿡 CEO는 AI 혁신이 인터넷, 스마트폰, 클라우드 컴퓨팅, 애플리케이션의 등장이 미친 영향과 맞먹거나 그 이상이라고 평가하며 ‘애플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팀 쿡 애플 CEO / 애플
팀 쿡 애플 CEO / 애플

블룸버그통신은 2일(현지시각) 쿡 CEO가 “애플이 이 기회를 잡아야 하며 투자에 나서겠다”며 AI 분야 투자 의지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AI 도입 후발주자로 평가받아 왔다. 오픈AI·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경쟁사가 관련 제품을 앞서 출시한 뒤에야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를 공개했다. 

쿡 CEO는 이와 관련해 “애플은 유망 기술 도입에서 대체로 후발주자였지만 현대적 제품 카테고리를 재정의해왔다”며 PC 이전에 매킨토시가, 스마트폰 이전에 아이폰이, 태블릿 이전에 아이패드가, MP3 플레이어 이전에 아이팟이 있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회의에서는 제프 윌리엄스 최고운영책임자(COO) 퇴임, 애플TV+ 시청자 증가, 에어팟 프로 보청기 기능 등 헬스케어 신기능, 기부·사회공헌 활동, 2030년 탄소중립 목표, 규제 대응 등이 논의됐다. 

쿡 CEO는 “빅테크 기업들이 세계적으로 많은 규제 감시를 받고 있다”며 “규제 목적을 살리면서 사용자 경험, 프라이버시, 보안을 훼손하지 않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AI 투자와 관련해 지난 1년간 1만2000명을 채용했고, 이 중 40%가 연구·개발(R&D) 분야 인력이라고 밝혔다. 애플은 조니 스루지 수석 부사장이 이끄는 반도체 개발 부문을 통해 AI 전략을 강화하고 있으며, AI 기능을 지원할 클라우드 컴퓨팅 칩 ‘발트라(Baltra)’와 미국 휴스턴의 AI 서버 제조시설을 준비 중이다.

회의에는 크레이그 페더리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도 참석했다. 그는 애플의 음성비서 시리(Siri) 개편이 지연된 배경을 설명하며, 기존 명령 처리 시스템과 대규모 언어모델(LLM) 기반 시스템을 혼합하려던 ‘하이브리드 아키텍처’ 방식이 품질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전면적인 새로운 아키텍처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새 버전 시리는 2026년 출시를 목표로 한다. 로크웰 부사장이 이끄는 비전 프로 개발팀이 시리 개발을 총괄한다.

쿡 CEO는 전 직원에게 AI를 업무와 제품에 더 빠르게 적용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AI를 회사 차원에서 활용하지 않으면 뒤처질 것”이라며 서비스·지원 부문까지 적극적으로 AI 도입을 추진하라고 당부했다.

리테일 전략과 관련해서는 인도, 아랍에미리트(UAE), 중국에 매장을 신규 개설하고, 2026년 사우디아라비아 첫 매장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출점을 확대하고 기존 시장도 병행해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제품 계획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제품 개발 파이프라인이 매우 흥미롭다”며 “곧 공개될 제품도 있고, 시간이 걸리는 것도 있지만 볼 것이 많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