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3사의 2분기 실적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SK텔레콤은 유심(USIM) 해킹 사고로 대규모 비용을 떠안아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가입자 증가와 신사업 성과에 힘입어 호실적을 거뒀다. 3사 합산 영업이익은 사상 처음 1조6000억원을 돌파했다.
실적 부진 SKT… 반사이익 누린 KT·LGU+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의 2분기 영업이익은 3383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대비 37.1% 감소했다. 매출은 4조3388억원으로 1.9%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832억원으로 76.2% 감소했다. 4월 유심 해킹 사고로 고객 유심 무상 교체와 대리점 보상 등 2500억원 규모의 일회성 비용이 발생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가입자 감소도 컸다. 3월 말 대비 6월 말 핸드셋 가입자는 75만명 줄었다. 5~7월 순감 가입자는 53만3314명에 달했다. 5월 시장 점유율은 39.29%다. SK텔레콤의 점유율이 40%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다만 인공지능(AI) 신사업은 성장세를 보였다. AI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9% 증가했고 AI 데이터센터 매출은 1087억원으로 13.3% 늘었다. SK텔레콤은 8월부터 12월까지 5000억원 규모의 ‘책임과 약속’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전 고객 요금 50% 할인, 매월 50GB 데이터 추가 제공, 멤버십 할인 확대 등이 포함돼 하반기 실적은 상반기보다 감소할 전망이다.
KT의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05.4% 증가한 1조148억원으로 나타났다. 매출은 7조4274억원으로 13.5% 늘었다. 5G 가입자가 전체 핸드셋 가입자의 79.5%를 차지하며 서비스 매출이 1.6% 증가했다. KT 클라우드 매출은 23% 늘었고 케이뱅크는 고객 수 1400만명을 돌파하며 수신 잔액 22.5%, 여신 잔액 10.8% 증가했다.
LG유플러스의 2분기 매출은 3조84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3045억원으로 19.9% 늘었다. 전체 무선 가입회선은 2991만7000여개로 전년 동기 대비 9.9% 증가했다. 알뜰폰(MVNO) 회선은 898만7000개로 21.7% 늘며 6개 분기 연속 20% 이상 성장했다.
인터넷데이터센터(IDC) 매출은 고객사 입주 확대로 가동률이 올라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한 963억원을 기록했다. LG유플러스는 올해 2월 ‘케이스퀘어 데이터센터 가산’ 위탁운영 계약을 체결했고, 앞으로 코람코자산운용이 추진하는 복수 데이터센터 시설과 임차기업 관리도 맡아 IDC 사업 규모와 노하우를 확대할 계획이다.
AI 데이터센터·제로트러스트 등 사업 확장 가속
이통3사는 모두 AI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텔레콤은 AWS와 SK그룹 계열사와 함께 울산에 2027년 가동 예정인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를 구축 중이다. 2030년까지 AI 데이터센터 매출을 연간 1조원 규모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KT는 독자 개발 LLM ‘믿:음 2.0’을 출시하고 팔란티어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3분기부터 AX(디지털 전환)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LG유플러스는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전병기 LG유플러스 AX그룹장은 “K-엑사원 기반의 성공사례를 발굴해 범국민 AI 접근성을 높이고 사회·산업·경제적 효과 창출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보안 투자도 확대한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앞으로 5년간 정보보호 분야에 7000억원을 투자한다. KT도 같은 기간 1조원 이상을 투입해 제로트러스트 보안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장민 KT 전무는 “KT의 하반기 전망은 밝다”며 “AICT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고 기업가치 제고 계획도 차질없이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홍주연 기자
jyhon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