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孫 正義·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의 재산이 불과 한 달 만에 12조원 이상 불었다. 소프트뱅크가 AI 투자를 공격적으로 단행하면서 회사 주가가 크게 오른 영향이다.
15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손정의 회장의 순자산은 313억달러(약 43조5000억원)로, 일본 부호 순위에서 유니클로 모기업 패스트리테일링의 야나이 타다시(柳井 正) 회장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이달 들어서만 순자산이 90억달러(약 12조5000억원) 증가했다.
재산이 급증한 배경에는 소프트뱅크의 공격적인 인공지능(AI) 투자 전략이 있다. 소프트뱅크는 비전펀드 회복과 T-모바일 미국 지분 등 일부 자산 매각으로 마련한 자금을 기반으로, 엔비디아·TSMC 주식을 매입하며 AI 하드웨어 투자를 강화했다.
여기에 최근 미국 오하이오주에 위치한 폭스콘 전기차(EV) 공장을 3억7500만달러(약 5200억원)에 인수한 대형 거래를 단행했다. 공장은 원래 전기차 생산을 위해 설계됐지만, 소프트뱅크는 이를 개조해 초대형 AI 데이터센터와 관련 인프라 구축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인수 과정에서 소프트뱅크는 폭스콘과 장기간 협상하며 해당 부지가 갖춘 전력·통신 인프라, 물류 접근성, 대규모 부지 조건 등을 데이터센터 운영에 최적화된 장점으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소프트뱅크는 미국 내 초대형 AI 인프라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사업은 올해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민간 주도 AI 인프라 투자 계획으로, 소프트뱅크·오픈AI·오라클이 최대 5000억달러(약 660조원)를 투입해 미국 전역에 데이터센터와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골자다.
당초 재원 조달 문제로 실행이 지연됐지만, 폭스콘 공장 인수를 통해 프로젝트 추진 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하이오 부지는 향후 데이터센터 거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 1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손 회장은 과거에도 극적인 부의 변동을 겪었다. 2000년 닷컴버블 당시 잠시 빌 게이츠를 제치기도 했지만, 기술주 폭락으로 약 700억달러를 잃었다. 이후 알리바바 초기 투자와 아이폰 일본 독점 판매권 확보로 재기에 성공했으나, 2020년 중국의 기술기업 규제로 재산이 84억달러까지 줄었다. 2021년에는 비전펀드 투자기업의 상장으로 순자산이 383억달러까지 불어났다.
최근에는 AI 시장 과열 우려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Open AI에 대한 대규모 추가 투자, 일본 내 AI 인프라 확충, 그리고 미국의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참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소프트뱅크를 글로벌 AI 투자 열풍의 선두에 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손 회장의 지분 보유 방식이 회사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쳐 지배구조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도 제기된다.
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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