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M웨어(VMware)는 오랫동안 기업 가상화 환경의 사실상 표준이었다. 서버 가상화뿐 아니라 스토리지, 네트워크, 인프라 관리, 하이브리드 확장까지 프라이빗 클라우드 구축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상머신과 컨테이너를 함께 운영해 클라우드 네이티브 환경으로의 전환도 가능하다.
브로드컴 인수 이후 라이선스 정책 변화가 있었지만 많은 기업들이 VM웨어를 쉽게 교체하지 않는 이유는 안정성과 익숙함 때문이다. 다만 최근에는 대체 기술의 성숙도가 올라와 대부분의 상황에서 VM웨어만을 고집할 필요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기반 가상화 기술, VM웨어-마이크로소프트-리눅스 진영의 ‘3파전’
VM웨어 솔루션의 경쟁력의 근간은 가상화 기술 그 자체에 있다. VM웨어는 가상화 기술의 초창기부터 시장을 개척해 온 만큼, 다양한 환경에 대한 가장 폭넓은 호환성을 갖추고 있다는 평이다. 하지만 시장에는 VM웨어와 충분히 경쟁할 만한 기술들이 나와 있다. 현재 서버 가상화 시장에서 VM웨어의 시장 점유율은 40% 이상으로 업계는 추정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와 시트릭스 등이 경쟁 업체로 지목되고, 오픈 소스 기반의 KVM(Kernel-based virtual machines)도 중요한 기술로 자리잡고 있다.
VM웨어의 ESXi는 베어메탈 환경에서 가상화 운영 환경을 제공하는 기본 구성 요소다. 이를 직접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은 운영체제 수준에서 다뤄야 하며, 대안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서버 기반에서 제공되는 ‘하이퍼-V’다. 하이퍼-V는 기본적으로 윈도 서버와 결합됐다. 하지만 기술적으로는 하이퍼-V를 사용할 경우 윈도 서버 위에 하이퍼-V가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하이퍼-V 위에서 윈도 서버들이 배치되는 차이가 있다. 윈도 서버 운영 환경의 표준 기술로 활용돼 기능과 성능 모두 충분히 검증됐다.
서버 시장의 대세를 넘어 표준으로 자리잡은 ‘x86-리눅스’ 조합에는 KVM이 기본 가상화 기술로 포함됐다. 이 KVM은 리눅스 ‘커널’ 수준에서 통합돼 거의 모든 유형의 리눅스 배포판에서 활용할 수 있다. 운영체제 커널과 가상화 플랫폼간 관계를 따지는 하이퍼바이저 타입에서는 이 KVM을 타입 1과 타입 2 사이의 어딘가쯤으로 보기도 한다. 리눅스 커널에 포함된 만큼, 리눅스를 기반한 많은 솔루션들이 이 기술을 활용한다. 레드햇의 엔터프라이즈 리눅스와 가상화 플랫폼이 KVM을 활용하며, 하이퍼컨버지드(HCI)를 위한 뉴타닉스(Nutanix), 프록스목스(Proxmox) 등이 대표적인 제품들이다.
이들 기술은 ‘서버 가상화’와 ‘가상 네트워크 스위치’ 처리 정도를 기본적으로 제공하며 스토리지와 고급 기술들의 경우 서버 가상화를 응용한 가상 어플라이언스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하이퍼컨버지드 인프라’는 서버와 스토리지, 네트워크 가상화 환경을 모두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구현해 서버 한 대 안에서 모두 활용할 수 있게 만든 모습이다. 뉴타닉스 같은 경우는 현재 주요 서버 업체들이 뉴타닉스의 솔루션을 사전 탑재해 ‘어플라이언스’ 형태로도 공급하는데 VM웨어의 정책 변화 이후 뉴타닉스 기반 솔루션 구성을 강화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복잡한 ‘프라이빗 클라우드’ 환경 구현 강력한 대안 ‘오픈스택’
실제 데이터센터의 프로덕션 환경은 가상화 엔진의 코어 기술만으로는 제대로 사용할 수 없고, 복잡한 대규모 환경의 자동화된 운영과 관리를 위해 다양한 구성 요소가 필요하다. VM웨어의 솔루션 또한 극초기에는 가상화 기술에서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스토리지와 네트워크 전반에 걸쳐 프라이빗 클라우드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갖춘 ‘매끄러운 통합 구성’이 강점이 됐다. 팀 단위의 실험적 환경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플랫폼’을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플랫폼 구성에 있어 가장 강력한 대안은 ‘오픈스택(OpenStack)’이다. 이 ‘오픈스택’은 하나의 제품이 아니라, 여러 가지 구성요소가 모인 거대한 프로젝트다. 랙스페이스와 NASA가 처음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2012년 재단이 설립된 이후 빠르게 성장해 지금은 세계 최대 규모의 오픈소스 재단으로 성장했다. 재단 이름 또한 ‘오픈스택’을 넘어 ‘오픈인프라 재단’으로 바뀐 상태다. 지난 2024년 9월에는 한국에서 ‘오픈인프라 서밋 아시아 2024’도 개최한 바 있다.
오픈스택은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위한 기술 구성들의 모임이며, ‘서비스형 인프라(IaaS)’ 레벨을 지향한다. 본질적으로는 ‘애플리케이션’ 레벨이라, 리눅스 등 운영환경이 기반에 확보돼 있어야 한다. VM웨어의 VCF 등과 비교하면, 개별 기술들을 직접 연결할 수 있는 데서 유연성과 구성의 어려움이 공존한다. 이에 오픈스택 기반 환경도 커뮤니티 버전을 직접 활용하기보다는 적절한 파트너들의 구축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레드햇 등 다양한 기업들이 제품과 기술 지원 준비를 갖추고 있고, 국내에서도 이노그리드 등이 오픈스택 기반 환경을 제공한다.
한편, 레드햇의 ‘오픈시프트’는 이 ‘오픈스택’과 이름이 비슷하지만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 오픈스택은 서비스형 인프라(IaaS) 형태의 운영 환경을 지향하지만 오픈시프트는 컨테이너 지향 환경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 기술의 경계도 제법 가까워지고 있다. 가상화 플랫폼에서 가상 머신과 컨테이너를 동시에 다루는 방법도 나왔고, 컨테이너 플랫폼에서 가상 머신을 컨테이너 형태로 다룰 수 있는 기술도 이미 등장한 상태기 때문이다. 향후의 운영 환경은 가상화와 컨테이너 등 사용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기술들이 통합된 플랫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연성 극대화한 ‘퍼블릭 클라우드’ 이전 옵션
한편, 기존의 IT 인프라 환경이 제법 노후화됐고 플랫폼의 ‘이전’만으로 문제가 해결될 상황이 아니라면 아예 퍼블릭 클라우드로 서비스를 전부 이전하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는 이미 잘 갖춰진 환경에 기존 기업의 업무 체계 등을 짜 맞추는 것이라 상대적으로 빠른 전환이 가능하고, 운영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비용에 대한 문제도 제기될 수 있는데, 이는 활용 상황과 최적화, 비용 처리 방법 등에 따라 다르게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국내에서도 대한항공이 전사 인프라를 AWS로 전환한 사례 등이 있다.
퍼블릭 클라우드로 서비스를 모두 이전하는 경우에도 몇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할 수 있겠다. 물리적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클라우드의 IaaS로 대체하는 방법도 있고, 클라우드 사업자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서비스형 플랫폼(PaaS)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법 등이 있겠다. 기존 시스템의 수준에 따라 SaaS나 PaaS를 활용해 플랫폼 전체를 전환하면서 큰 변화를 만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SaaS나 PaaS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기업 자체적으로 요구하는 변경에 대한 적용 폭이 좁아서, 애플리케이션이 아니라 회사의 프로세스를 바꿔야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퍼블릭 클라우드로의 전환은 ‘회사 안에 인프라를 두지 않는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 때 회사의 중요 데이터들이 외부로 나가는 데에 대한 우려는 물론, 일부 산업군에서는 규제 준수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주요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은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몇 가지 옵션을 준비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위치를 지정하고 특정 서버는 특정 기업만 사용한다든가, 혹은 아예 클라우드 서비스용 인프라를 고객의 사업장, 데이터센터 내에 설치해 주요 데이터를 고객의 위치 내에 유지하면서 클라우드를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방안 등도 이미 갖춰져 있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
- ‘탈VM웨어’ 움직임, ‘찻잔속 태풍’ 그칠까 [VM웨어 쇼크 ①]
- 에티버스 “오브리움, 프라이빗 클라우드 구축 기간 ‘1주일’ 수준으로 줄인다”
- “레드햇 차세대 리눅스, AI가 도와주고 클라우드 네이티브처럼 쓴다”
- [기고] 하이브리드 시대, 복잡한 인프라를 단순하게 만드는 새로운 기준
- 이노그리드, 국내 최초 클라우드 풀스택 디지털서비스몰 등록
- e스포츠급 델 에일리언웨어 게이밍 모니터, 30만원대에 등장 [PC마켓]
- 윈도 종속 깨는 리눅스… 마지막 고지 PC시장 넘본다 [리눅스 월드 ②]
- 브로드컴, VM웨어 인수 후 ‘VCF’ 전략 강화… 프라이빗 클라우드 시장 대응
- 한국 첫 상륙 ‘오픈소스 서밋 코리아 2025’ 11월 4일 개최… 국내외 명사들 집결
- 빈센트 칼데이라 아태 CTO “레드햇 AI 3, AI 인프라 효율 크게 높였다”
- 크리스 울프 브로드컴 총괄 “AI 통합한 VCF, 고객 비용 줄이고 선택지 넓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