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기록적 폭우가 손해보험업계의 자동차보험 실적을 크게 흔들었다. 주요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일제히 9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나면서, 업계 전반에 경고등이 켜졌다.
21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한화손보 등 6개 대형사의 7월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모두 90% 이상을 기록했다. 통상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진 80%선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삼성화재가 91.2%, DB손보 91.7%, 메리츠화재 91.9%, 현대해상 92.4%, KB손보 92.9%를 각각 기록했다. 한화손보는 97.8%까지 치솟았다. 7월 평균 손해율은 약 93%다. 올해 누적 손해율 역시 84%를 넘어 전월 대비 4%포인트 상승했다.
손해율 급등의 직접적 원인은 지난달 중순 내린 집중호우 영향이다. 실제 지난 16~22일 사이 전국 손보사에 접수된 침수 차량은 3874대, 추정 손해액은 약 389억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여름 휴가철 차량 운행량 확대, 폭염으로 인한 사고 증가, 그리고 경상환자의 과잉 진료까지 겹치면서 손해율이 악화됐다.
보험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경상환자(12~14급)의 1인당 실질 치료비는 2013년 18만7000원에서 지난해 말 83만9000원으로 10년 새 4.5배 급증했다. 합의금 성격의 향후치료비도 같은 기간 38만8000원에서 93만6000원으로 2.4배 늘었다. 이 같은 비용 상승은 자동차보험 원가를 끌어올리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보험사별 손익에도 타격이 불가피했다. 올해 상반기 자동차보험 손익은 삼성화재 307억원, DB손보 777억원, 현대해상 166억원, KB손보 86억원에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50~80%가량 급감한 수치다. 업계는 “보험료 인하 기조와 정비수가 인상까지 맞물려 하반기에는 손해율이 더 악화할 수 있다”며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적자 전환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손보사 관계자는 “집중호우로 인한 일시 충격이 컸지만 구조적으로는 경상환자 진료비 증가, 보험료 인하, 차량 정비 비용 상승 등이 모두 겹친 결과”라며 “단기간에 개선되기 쉽지 않은 만큼 하반기 실적 전망도 어두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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