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ORPG 편중이 구조적 한계로 지적받는 가운데, 일부 기업은 서브컬처·콘솔·인디에서 성과를 내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북미·글로벌 시장에서는 일부 성과를 거두며 ‘K-게임’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성과를 앞으로도 이어가기 위해서는 독창적인 게임성과 한국적 색채를 녹여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日 시장 휩쓴 K-서브컬처… 치밀한 현지화와 게임성 승부수
시프트업의 ‘승리의 여신: 니케’와 넥슨의 ‘블루 아카이브’는 한국 서브컬처 게임의 글로벌 가능성을 입증했다. 니케는 출시 2년 3개월 만에 매출 10억달러(약 1조3893억원)를 돌파했다. 블루 아카이브는 올해 2월 누적 매출 6억5000만달러(약 9029억원)를 기록했다.
두 게임은 일본을 핵심 시장으로 설정하고 현지화와 게임성에 집중했다. 니케 매출의 54%, 블루 아카이브 매출의 74%가 일본에서 발생했다. 니케는 서브컬처 장르에 TPS(3인칭 슈팅)를 접목해 차별화했고, 블루 아카이브는 일본어 더빙과 현지 문화 코드를 반영한 학원물 콘셉트로 현지 이용자를 공략했다.
콘솔서 AAA급 성과… 글로벌 흥행 입증
온라인과 모바일에 집중하던 한국 게임사는 이제 콘솔·패키지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와 네오위즈의 ‘P의 거짓’이 대표적이다.
스텔라 블레이드는 PS5 독점 출시 후 약 1년 만인 올해 6월 기준 글로벌 누적 판매량 300만장을 돌파했다. 같은 기간 P의 거짓도 본편과 DLC 포함 동일한 성과를 거뒀다.
개발 초기부터 글로벌 취향을 겨냥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단순 모방으로는 성과를 담보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P의 거짓은 다크소울류 게임과 유사하다는 평가 속에서도 피노키오 동화 세계관과 리전암 전투 시스템으로 차별화했다. 스텔라 블레이드는 일본식 액션 RPG를 한국식 전투와 비주얼로 재해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한국적 색채’ 담은 차세대 도전자들
업계에서는 다음 단계로 한국만의 색채를 보여줄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중국의 ‘검은신화: 오공’이 서유기전을 모티브로 글로벌 시장에서 반향을 일으킨 사례가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도 네오위즈가 퍼블리싱한 인디게임 ‘산나비’가 미래 조선을 배경으로 한 세계관을 통해 호응을 얻었다. 최근 공개된 넥슨게임즈의 트리플A급 액션 어드벤처 ‘우치 더 웨이페어러’도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도깨비와 구미호 등 전통 요괴를 등장시켜 주목받고 있다.
우치 더 웨이페어러는 고전 소설 ‘전우치전’을 모티브로 삼았다. 어두운 분위기의 ‘엘든링’이나 ‘세키로’와 달리 밝고 화려한 색채를 지향한다. 넥슨게임즈는 한국 문학과 국악 전문가와 협업하고, 전국의 문화재를 답사하며 한국의 미(美)를 게임에 담아내고 있다.
강경석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정책팀장은 “한국의 문화와 세계관을 활용한 게임 개발 사례가 늘고 있다”며 “한류의 확산으로 이러한 시도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국내 게임사의 장르 다변화는 북미·서구권 공략 전략과 맞물려 있다”며 “고품질 국산 게임이 시장 인식을 바꾸고 있지만 단순 모방을 넘어 한국적인 느낌을 담은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천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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