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애니메이션 ‘K팝 데몬 헌터스’가 전 세계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은 가운데, 한국 문화 콘텐츠의 흡인력이 게임 산업에서도 확장되고 있다. 한국 게임사들은 한국적 배경과 설화, 실제 공간을 활용한 ‘K-세계관’ 구축에 나서고 있다.

우치 더 웨이페어러 티저 이미지. / 넥슨게임즈
우치 더 웨이페어러 티저 이미지. / 넥슨게임즈

30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넥슨게임즈는 산하 스튜디오 로어볼트스튜디오를 통해 한국 문화 기반의 트리플 A급 프로젝트인 ‘우치 더 웨이페어러’를 개발하고 있다. 

조선 판타지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한국 고전소설 전우치전을 모티프로 삼았다. 설화 속에 등장하는 도사나 도깨비, 구미호, 무당 등이 등장하는 퓨전 사극 형태로 구상 중이다. 게임은 출시 전이지만 해외 매체와 리뷰어들로부터 ‘한국판 위쳐’라는 평가를 받으며 주목도를 높이고 있다.

우치 더 웨이페어러는 박용현 넥슨게임즈 대표의 ‘빅게임’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박용현 대표는 앞서 열린 NDC(넥슨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한국 게임사가 살아남으려면 글로벌을 향한 공격적인 전략이 필요하며, 그 중심에 빅게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게임사만의 강점으로 K-컬처의 영향력을 언급하기도 했다.

검은사막 아침의 나라: 서울 이미지. / 펄어비스
검은사막 아침의 나라: 서울 이미지. / 펄어비스

우리 문화를 게임에 녹여낸 성공 사례는 이미 존재한다. 펄어비스의 ‘검은사막’에 한국적 정서를 반영한 업데이트 ‘아침의 나라: 서울’가 대표적이다. 경복궁, 북한산 등 한국의 실제 장소와 민담·설화에서 영감을 받은 보스가 등장해 글로벌 게이머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현재 메타크리틱 기준 평점은 80점으로 한국 RPG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다. 서구 중심의 RPG 시장에서 이 같은 성과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우리나라 주요 게임사의 PC·콘솔 전략으로 한국적 배경과 문화를 녹이려는 시도는 앞으로도 계속 될 전망이다. 동일 컨셉과 세계관으로는 글로벌 경쟁작과 차별화를 이룰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엔씨소프트 자회사 빅파이어게임즈가 개발 중인 ‘신더시티’는 삼성동, 논현동 등 실제 장소를 기반으로 제작된 황폐한 미래 도시 서울을 배경으로 한다. 택티컬 슈팅 장르의 총기 액션과 방대한 오픈월드를 탐험하는 매력이 특징인 게임으로 내년 출시를 앞두고 있다.  

넥슨의 좀비 생존 게임 ‘낙원: 라스트 파라다이스’는 서울의 살아 있는 역사, 낙원상가를 그대로 옮겨왔다. 수많은 악기점과 낡은 아파트의 어두운 복도가 얽힌 거대한 콘크리트 건물은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공간은 좀비를 피해 숨기에 최적의 피난처이면서도 미로 같은 복도에서 언제 적과 맞닥뜨릴지 모르는 공포의 장소로 변한다. 익숙한 공간이 처절한 생존의 무대로 바뀌는 모습을 생생하게 구현했다는 평가다.

우치 더 웨이페어러의 경우 배경 디테일을 높이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개발진은 한국 고유의 역사와 문화를 게임 내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한국 문학, 국악 등 각 분야 전문가와 협업하고 있다. 또 조선시대를 고품질 3D로 재현하기 위해 전국 각지의 문화재를 직접 답사하는 로케이션 헌팅도 진행하고 있다.

천선우 기자
swchu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