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게임업계가 수년째 MMORPG 의존도를 줄이겠다며 장르 다변화를 외치고 있지만 현실은 여전히 리니지 같은 ‘과금·경쟁형 MMORPG’에 매달려 있다. 글로벌 이용자가 선호하는 슈팅·액션 어드벤처와는 거리가 멀다. 산업의 체질 개선은 선언에 그친 셈이다.

실제 우리 게임 업체들은 MMORPG에 기대어 당장의 매출만 거두고 있다. 센서타워에 따르면 넷마블의 ‘RF 온라인 넥스트’는 출시 한 달 만에 매출 2000만달러(약 279억원)를 기록했다. 위메이드의 ‘레전드 오브 이미르’도 45일간 1500만달러(약 209억원)를 벌었다. 업계에서는 이런 성공 공식만으로는 글로벌 확장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 챗GPT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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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다변화 ‘제자리 걸음’… 넥슨·넷마블만 성과

주요 게임사 가운데 뚜렷한 성과를 낸 곳은 넷마블과 넥슨 정도에 불과하다.

넷마블은 포트폴리오가 가장 고르게 분산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2분기 게임 매출 상위 순위를 보면 세븐나이츠 리버스(수집형 RPG)가 13%, RF 온라인 넥스트(MMORPG) 9%, 마블 콘테스트 오브 챔피언스(대전 격투) 9%, 잭팟월드(소셜 카지노) 7% 나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수집형 RPG) 6% 순으로 특정 장르에 치우치지 않고 고르게 분포했다. 특히 신작 RF 온라인 넥스트의 큰 성공을 거뒀음에도 MMORPG 매출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2025년 2분기 기준)에 그친다. 특히 매출의 66%가 해외에서 발생한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넥슨 역시 MMORPG 외에도 슈팅·서브컬처·아케이드 등 다양한 장르를 서비스하며 콘솔 영역에서도 성과를 냈다. 던전앤파이터(벨트 스크롤 액션 RPG), 메이플스토리(MMORPG), FC 온라인(스포츠) 등이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이외에 블루아카이브(서브컬처), 서든어택(슈팅), 크레이지 아케이드(아케이드) 다양한 라이브 게임을 서비스 중이다. 여기에 콘솔 영역에서는 기존 IP를 확장한 퍼스트 버서커: 카잔, 루트 슈터 장르의 퍼스트 디센던트, 인디게임 감성에 참신한 게임성을 녹인 데이브 더 다이버로 글로벌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

엔씨소프트는 길드워2를 제외하고 여전히 MMORPG 의존도가 높은 구조다. 리니지M, 리니지2M, 리니지W 등 리니지 시리즈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리니지 IP 로열티 매출을 포함 시 MMORPG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약 92%다. 작년에 수익 다변화를 위해 난투형 액션 게임 배틀크러쉬, 퍼즐게임 퍼즈업 아미토이를 내놨지만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고 서비스를 종료했다.

크래프톤 역시 90% 이상이 배틀그라운드 단일 IP에서 발생하고 있는 만큼 파이프라인 확보에 전사적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성과는 제한적이다. 야심차게 내놓은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흥행에 실패했고, 인조이는 얼리액세스 단계에서 1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주목도를 높였으나 이후 흥행 동력이 떨어졌다. 

성공 기준 바꿔야 글로벌 간다… 한국은 아직 사전작업 단계

업계에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려면 게임 성공의 기준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개발 단계에서는 독창성과 자율성이, 운영 단계에서는 장기 유저 지표 관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데이터리포털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10~30대는 MMORPG보다 슈팅·액션 어드벤처를 더 선호한다. 한국산 게임이 세계 게임 어워드에서 주목받은 사례가 2017년 배틀그라운드 하나뿐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럼에도 국내 기업은 여전히 MMORPG를 붙잡고 있다. 위메이드는 ‘미르4’와 ‘레전드 오브 이미르’를 유지하며 블록체인과의 궁합을 이유로 고수하고 있다. 하반기에도 넷마블, 엔씨소프트, 컴투스 등이 모바일 MMORPG 신작을 예고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변화도 감지된다. 엔씨소프트는 슈팅·캐주얼을 겨냥한 멀티 스튜디오 체제로 전환했고, 크래프톤은 해외 게임사 인수와 지분 투자로 파이프라인을 확대했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브 더 다이버, P의 거짓 같은 성공 사례가 늘어나면 변화의 속도도 빨라질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천선우 기자 
swch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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