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K팝 데몬 헌터스) 신드롬’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넷플릭스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오징어 게임’을 넘어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대표 OST ‘골든’은 빌보드 핫 100에서 3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케데헌은 한국적 문화 요소와 세계관이 결합할 때 한류의 파급력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줬다.

하지만 같은 K 콘텐츠 중 게임 산업은 아쉬움을 남긴다. 음악과 드라마가 한국적 정서를 담아내며 세계 시장에서 주류로 자리 잡았듯, 게임 역시 그 길을 걸을 잠재력이 충분하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게임 산업은 본질적으로 스토리와 세계관이 중심이 된다. 수많은 텍스트, 이미지, 사운드, 캐릭터가 어우러져 거대한 서사를 만든다. 하지만 우리 게임은 여전히 익숙한 서구권 세계관에 의존한다. MMORPG에서는 중세풍을, 간혹 무협물을 차용할 뿐이다. 과거 패키지 게임 시절을 제외하면 한국 문화를 전면에 내세운 한국 게임은 드물다. 특히 한류 콘텐츠는 업데이트나 이벤트 형태로 제한적으로만 반영돼 아쉬움을 남긴다.

한국적 세계관을 녹여내려는 시도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엔씨소프트의 ‘프로젝트 E’는 한국판 소울라이크를 표방하며 주목을 받았으나 개발이 중단됐다. ‘성공 사례가 없다’는 현실의 벽이 너무 높았던 탓이다. 기획 단계를 넘어도 대중성과 수익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수많은 잠재적 ‘K-게임’이 빛을 보지 못한 채 사라졌다.

한국적 세계관을 살리려는 도전은 좌절을 거듭했지만, 새로운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그 중심에 넥슨게임즈가 있다. 티저 영상이 공개된 ‘우치 더 웨이페어러’는 해외 이용자들 사이에서 ‘한국판 위쳐’라는 별칭을 얻으며 기대를 모은다. 고전소설 ‘전우치전’을 모티프로 한 이 게임이 실제 출시까지 이어진다면, 한국 문화를 녹여낸 첫 트리플A급 타이틀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새로운 시도는 케데헌 신드롬이 보여준 메시지와 맞닿아 있다. ‘우치 더 웨이페어러’가 실제 성과로 이어진다면, 한국적 세계관도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하게 된다.

케데헌이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 시장에서도 통한다는 점이다. 중국이 ‘오공’ 신화를 만들어낸 것처럼, 이제 게임 산업도 과감히 우리 옷을 입고 세계 무대로 나가야 한다. 익숙함을 벗고 우리의 이야기를 담아낼 때 K-게임은 진정한 잠재력을 터뜨릴 수 있을 것이다.

천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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