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80% 이상이 영상으로 채워질 만큼, 영상은 가장 강력한 정보 전달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수요가 급증하면서 영상 제작 장비 시장도 빠르게 성장했고, 카메라 업계의 화두는 이미 사진을 넘어 영상 성능으로 이동했다. 스마트폰은 일상 촬영을 장악했지만, 광학 기술과 센서 크기에서 비롯되는 카메라만의 물리적 우위는 여전히 독보적이다. 특히 APS-C 크롭 센서 같은 영역은 스마트폰이 넘볼 수 없는 품질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이런 차별성이 전문 영상 장비의 가치를 더욱 부각시킨다. 캐논이 선보인 ‘EOS R50 V’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영상 능력을 전면에 내세운 대표적인 모델이다.
캐논의 ‘EOS R50 V’는 ‘크리에이터 카메라’를 표방하는 영상 특화형 엔트리 급 미러리스 카메라다. 약 2420만화소의 APS-C 센서와 최신 DIGIC X 이미지 프로세서를 조합해 일상의 브이로그(V-log) 정도를 넘어 준전문가급 크리에이터 환경까지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표현력을 선보인다. 배터리와 카드를 포함한 바디 무게도 약 370g 정도로 준수한 휴대성을 갖췄고, 촬영 뿐만 아니라 실시간 ‘스트리밍’까지 가능한 기능성, 장시간 촬영을 이어갈 수 있는 신뢰성을 갖춘 점이 눈에 띈다.
충실한 기본기와 영상 촬영에 집중한 조작성 차별화
캐논의 EOS R50 V는 기존 캐논의 엔트리급 미러리스 모델 설계를 기반으로 영상에 특화된 몇 가지 특징들을 갖췄다. 디자인과 인터페이스 측면은 전통적인 카메라에서 내려오는 형태보다는 콤팩트와 미러리스 시대의 뷰파인더 없는 디스플레이 중심 조작계 구성을 갖췄다. 전반적인 조작계 구성은 보급형 제품들에 많이 사용되는 전형적인 2다이얼 구성인데, 전문가급 제품들의 구성보다 조작의 직관성에서는 떨어질 수 있지만 제품의 사용자층을 고려하면 그리 아쉬울 부분은 아니다.
제품 포지셔닝 자체가 ‘영상 특화’인 만큼 외관에서부터 영상 촬영을 위한 몇 가지 특징들이 눈에 띈다. 먼저, 녹화 시 이를 빠르게 알 수 있는 탈리 램프가 제품 외관에 자리잡고 있고, 메인 셔터 버튼 이외에도 전면에 바로 녹화를 시작할 수 있는 녹화 버튼이 따로 마련됐다. 셔터 버튼 옆에는 바디에서도 줌 컨트롤 가능한 레버가 마련돼 설정에 따라서 렌즈의 광학 줌 설정에도 쓸 수 있고, 렌즈와 별개로 디지털 줌을 제어하는 데만 사용할 수도 있다. 이 외에도 실시간 스트리밍 버튼을 따로 마련해, 빠르게 스트리밍 모드로 들어갈 수도 있다.
카메라의 모드 다이얼 구성도 동영상 위주로 구성됐다. 동급의 ‘EOS R50’만 해도 모드 다이얼의 대부분이 ‘사진’용 모드 설정이지만, ‘EOS R50 V’는 다이얼로 설정할 수 있는 8개 모드 중 7개가 ‘영상’이다. 다이얼을 통해 미리 설정한 세 개의 촬영 프리셋을 빠르게 전환하거나, 특수 촬영 효과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사진 촬영 모드는 다이얼에 단 하나만 있는데, 내부적으로는 완전 수동 모드와 다양한 효과까지 기존 카메라의 기능들이 빠짐없이 있지만 접근성은 떨어진다. 이런 구성은 이 카메라의 목적성을 분명히 보여주는 부분으로도 볼 수 있겠다.
제품 후면의 스크린은 터치 조작을 지원해 다이얼로 부족할 수 있는 조작성을 채울 수도 있다. 스크린은 회전 등도 가능해 다양한 촬영에 편리한 형태로 배치할 수도 있다. 스크린에는 영상 촬영시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잘 표현해 주며, 화면과 실제 녹화 영상과의 차이도 크지 않아 만족스러웠다. 초점 제어 등도 터치 스크린을 사용하면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삼각대 설치를 위한 나사 홀도 가로와 세로 방향 모두 마련돼, 일반적인 가로 방향의 촬영 뿐만 아니라 세로 방향 촬영도 편안하게 할 수 있게 했다.
캐논의 EOS R50 V의 번들 렌즈 구성은 ‘RF-S 14-30mm F4-6.3 IS STM PZ’ 렌즈와 조합된다. EOS R50 V의 영상 촬영을 위해 개발된 것으로 소개된 이 번들 렌즈는 영상 촬영에 맞게 전동 줌을 사용하고 줌 속도도 15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EOS R50 V와 함께 사용하면, 줌 조절은 렌즈의 줌 링과 바디의 줌 레버를 모두 사용할 수 있고, 돌리는 폭에 따라 줌 속도도 조절된다. 손떨림방지(IS)는 렌즈 차원에서 5스톱의 보정 효과를 제공하고, 카메라의 손떨림방지 시스템들과 조합돼 그 효과를 더 높일 수 있다.
‘RF-S 14-30mm F4-6.3 IS STM PZ’ 렌즈의 35mm 환산 22.4-48mm 화각 설정은 영상 중에서도 좁은 공간에서 촬영하는 셀프 촬영과 브이로거 등을 겨냥한 구성으로, 드라마틱한 아웃포커싱 성능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영상 촬영 상황에서는 제법 매끄러운 줌 인, 아웃과 빠른 자동초점,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 구동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는 정숙함이 인상적이었다. 최단 촬영 거리 15cm는 일상에서의 촬영에서 더 극적인 클로즈업 연출을 가능하게 해 준다.
배터리는 7.2V 1040mAh 용량의 LP-E17을 사용하며, 촬영 가능 매수는 사진 기준 최대 480매 정도, 4K 영상 촬영 시에는 1시간 10분 정도다. 실제 4K 30fps 영상을 서보 AF 사용으로 촬영했을 때는 대략 한 시간 정도를 촬영할 수 있었다. 그리고 EOS R50 V는 탑재된 USB-C 포트로 배터리를 충전하고 외부 전원 공급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 이런 특징을 활용하면 실제 외부에서 촬영 작업을 할 때 배터리 문제로 흐름이 끊기고 곤란함을 겪는 경우를 제법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캐논 EOS R50 V에는 약 2420만 유효화소의 APS-C 센서가 탑재됐다. 이 APS-C 규격의 센서는 흔히 말하는 35mm 풀프레임보다는 작지만 하이엔드 카메라에 많이 사용되는 1형 센서보다는 크기에서 오는 차이가 있다. 센서 크기가 클수록 빛을 받아들일 때 각 화소별 수광에 여유가 생기고, 어두운 영역에서의 노이즈 처리 등에 더 유리하게 작용한다. 여기에 캐논의 DIGIC X 영상 엔진을 탑재해 사진과 영상 촬영 모두에서 훌륭한 처리 성능을 갖췄다.
사진 촬영에서, 캐논 EOS R50 V는 이미 보급형 수준에 필요한 수준의 성능을 뛰어넘은 지 오래다. 자동초점(AF: Auto Focus)에서 포커싱 영역은 100%, AF 분할은 최대 651 분할, 선택 가능한 포지션은 가로 90%, 세로 100% 영역에서 최대 4235 포지션까지 제공된다. 이 정도면 실질적으로 사용자가 카메라에서 지정할 수 있는 현실적 조작 해상도를 한참 넘어섰다. 사용할 수 있는 감도도 상용 감도에서 이미 ISO 32000까지 지원하며, 셔터 속도는 전자식 선막으로 1/4000s, 전자식 셔터로 1/8000s를 지원하고, 초당 15매의 연사 성능도 갖췄다.
사진 촬영에서 AF 기능에는 왼쪽, 오른쪽 눈을 구분해 검출하는 기능도 있고, 사진의 분위기를 바꾸는 컬러 필터 기능도 지원된다. 또한 ‘듀얼 픽셀 RAW’는 카메라에서 기능을 활성화한 뒤 촬영된 데이터를 캐논의 ‘디지털 포토 프로페셔널(Digital Photo Professional)’을 통해 열면 피사체의 깊이 정보에 기반한 해상감 조정이나 고스트 저감, 카메라 촬영 시점 재배치 등의 고급 편집 기능이 가능하다.
수 년 전의 크롭 센서 탑재 보급형 DSLR이나 미러리스를 생각한다면 EOS R50 V의 센서와 이미지 처리 성능은 시대의 변화를 제법 체감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역광이 있고 주변이 어두운 회색조라는 극단적 조건에서 ISO 3200, 6400, 12800을 사용해 JPG로 촬영해 원본의 1:2 정도 해상도로 크롭한 테스트에서도, ISO 6400 정도까지도 이미지 품질이 무너지지 않는 모습이다. 이 정도면 실제 대부분의 촬영 환경에서도 고감도 영역을 쓰는 데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캐논 EOS R50 V은 사진 촬영에 있어 필요한 모든 기능과 성능을 충실함 이상으로 갖췄지만, 이런 점들이 밖으로 잘 드러나지는 않는다. 카메라의 모드 다이얼에서도 사진 촬영용으로 할당된 공간은 한 개 뿐이고, 이에 촬영 모드 전환 등을 위해서는 다이얼을 돌린 뒤 몇 번의 조작이 더 필요하다. 중급기 이상의 카메라를 쓰면서 수동 설정을 주로 사용하던 사람들에게는 듀얼 다이얼 형식의 조작계도 조금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카메라의 ‘자동’ 설정을 위주로 사용한다면 EOS R50 V의 조작계가 그리 부족하지는 않을 것이다.
영상 촬영 특화 구성, 뛰어난 신뢰성과 활용성 돋보여
캐논 EOS R50 V는 영상 촬영에 특화했지만, 이 특화의 의미가 가격대를 뛰어넘어 플래그십 급 장비의 영상 처리 성능에 대응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EOS R50 V는 센서의 수평 화각 전체를 사용하는 6K 오버샘플링 방식의 4K 30fps와, 센서 수평화각의 64% 정도만을 사용하는 4K 크롭 60fps 촬영, 그리고 센서 수평화각 전체를 사용하는 풀HD 120fps 촬영을 지원한다. 4K 모드별로 프레임 지원이 확실하게 구분된 측면에서 플래그십 급 모델들 대비 다소 체급 차가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엔트리급 제품의 기대치 정도는 충분히 넘어서는 수준이다.
동영상 기록은 AVC/HEVC, YCC420/422, 8/10비트 색상에 따라 총 4개 프리셋이 제공된다. 이 때 카메라가 처리해야 하는 최대 비트레이트는 4K 크롭 60fps에서 225Mbps, 분당 1.6GB 정도가 된다. 이를 제대로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제품에 사용할 SD카드 또한 UHS 클래스 3, V60 이상 클래스의 성능을 갖춰야 한다. 용량 또한 128GB 용량이라면 1시간 15분 정도를, 512GB 정도면 5시간 3분 정도를 녹화할 수 있다.
최대 녹화 시간 제한도 있다. 일반 영상에서는 100프레임 이상 설정은 녹화당 1시간까지, 60프레임 수준까지는 최대 2시간까지 한 번에 녹화할 수 있다. 이런 부분은 상위 모델이나 전문 촬영 장비와 비교해 엔트리급 카메라가 가지는 한계로도 비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이 최대 녹화 시간 제한보다는 배터리 사용 시간이나 제품의 발열 등에 따른 문제로 촬영이 끊길 수 있다는 부분을 염두에 둬야 할 것 같다.
실제 현장에서 4K 영상 녹화에 나섰을 때의 성능은 제법 훌륭했다. 일단 스크린과 실제 결과물간 차이가 적어, 노출 등을 직관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 만족스러웠다. 배터리를 사용해 4K 30fps, XF-HEVC S YCC422 10비트 저장, 서보 AF 설정으로 녹화를 시작했을 때는 약 50분 조금 넘는 시간을 연속 녹화할 수 있었다. 발열 측면에서도 본체가 조금 따뜻해지는 정도였고, 카메라의 온도 인디케이터 등도 문제 없었다. 많은 카메라들이 장시간 영상 촬영시 발열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EOS R50 V는 발열로 인한 문제에 대해서는 안심해도 될 것 같다.
영상 편집 작업에서의 조정 폭을 넓히는 기능들도 들어갔다. 컬러 조정을 전제로 한다면 ‘캐논 로그3(Canon Log3)’을 사용하면 후보정시 더 넓은 다이내믹 레인지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촬영한 영상에 임의의 LUT(Look Up Table) 설정을 적용해 효과적으로 원하는 스타일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 외에도 프로급 영상 제작자를 위한 ‘커스텀 픽쳐’ 기능으로 다양한 작업 프로세스에 맞춰 표현력을 극대화할 수 있게 지원한다.
좀 더 직관적으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재미있는 표현들도 있다. ‘슬로우&패스트 모션 동영상 모드’는 슬로우 모션부터 타임 랩스 같은 표현까지 ‘시간’을 표현 도구로 활용할 수 있게 해 주는 기능이다. 영화 같은 연출을 위한 ‘시네마 뷰’나 인물을 돋보이게 하는 ‘매끄러운 피부 효과 동영상 모드’도 있고, 14종류의 컬러 필터로 촬영 중인 영상의 색상 톤을 쉽고 빠르게 바꿀 수도 있다. 편집 툴에 익숙한 전문 크리에이터가 아니더라도, 카메라 자체의 기능만 잘 써도 기본 편집만으로 제법 감성 넘치는 영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캐논 EOS R50 V의 표현력 측면에서 눈에 띄는 또 다른 부분은 ‘스트리밍’ 지원이다. EOS R50 V는 촬영한 영상을 카메라의 메모리에 저장할 수도 있지만 이를 실시간으로 ‘스트리밍’ 할 수도 있다. 카메라와 스마트폰 앱을 사용해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직접 보낼 수도 있고, USB 케이블로 PC와 연결해 PC를 통한 스트리밍도 가능하다. USB-C 포트를 통한 외부 전원 연결도 가능한 만큼, 이를 잘 활용하면 영상 녹화에서 ‘시간’에 대한 제약은 제법 많이 걷어낼 수 있는 셈이다.
카메라를 PC와 USB로 연결했을 때는 별도 앱이나 드라이버 없이 인식 가능하고, 최대 출력 해상도는 풀HD급 정도로 설정됐다. 카메라의 HDMI 포트를 사용해도 스트리밍을 활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의 ‘카메라 커넥트’ 앱을 사용해 카메라를 무선으로 원격 제어하고 스트리밍할 수 있으며, ‘라이브 스위처 모바일(Live Switcher Mobile)’ 앱을 통해 여러 대의 카메라를 원격 제어할 수도 있다. USB 유선 연결 시는 외부 전원이 들어가 배터리 사용 시간도 극복할 수 있다. 카메라에 제공되는 무선 연결은 최대 와이파이 5433Mbps 수준이다.
캐논의 EOS R50 V는 여러 모로 영상 시대를 맞이한 카메라의 변화를 잘 보여 주는 구성이 돋보이는 제품이다. 기술 자체는 익숙한 렌즈교환식 미러리스 카메라의 시스템을 활용하면서도, 디자인과 사용자 인터페이스에서는 영상 촬영을 최우선에 뒀고, 콘셉트를 맞춘 렌즈와의 번들 구성으로 패키지 구성에서의 만족도를 완성시켰다. ‘카메라’와 비교하면 영상에서 장점이 있고, ‘캠코더’와 비교하면 사진에 장점이 뚜렷하며, 고정 렌즈 구성과 비교하면 렌즈 교환을 통한 자유로움이 돋보이는 영상 중심 시대의 ‘올라운더’ 같은 존재다.
캐논 EOS R50 V의 공식 가격은 바디킷 기준 103만4000원, RF-S 14-30mm F4-6.3 IS STM PZ 렌즈를 포함한 키트 가격은 129만9000원이다. 특히 렌즈 키트 구성은 약간의 초광각 영역을 포함한 광각 위주 구성으로 영상에서 유리함이 돋보인다. 다른 표준 줌 RF-S 렌즈 하나 정도를 추가하면 모든 실용 화각에서 사진과 영상 모두에 대응할 수 있는 올라운더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하드웨어 성능은 초급 유저들이 아쉬움을 느낄 범위를 넘어선 만큼, 이 제품이 ‘엔트리’급 모델이라 해도 충분히 만족스럽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제품이 태생의 ‘한계’를 넘어선 것은 아니다. EOS R50 V는 엔트리 급 제품에서도 제법 훌륭한 센서와 영상 지원 기능, 방열 설계 등을 모두 갖췄지만, 영상 규격 지원 사양 등에서는 상위 모델들과 분명한 등급 차이가 존재한다. 하지만 스마트폰이나 캠코더, 동급의 사진 중심 미러리스 카메라들과 비교해도 차별화된 경쟁력이 있다. 이 제품은 스마트폰과 풀프레임 급 카메라로 양극화된 디지털 이미징 시장에서 양 극단을 이어주는 역할을 넘어 많은 사람들에게 기변 여정의 마지막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권용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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