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네 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이 무산됐다. 도전장을 냈던 4개 컨소시엄 모두 ‘부적격’ 판결을 받으며 예비인가 심사에서 고배를 마셨다. 인가 불허의 공통 사유는 ‘자본력 부족’이다.
금융권에서는 그나마 유력후보였던 한국소호은행의 탈락에 의아해 하고 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농협은행까지 참여한 거대 컨소시엄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소호은행은 재정비 후 다시 도전한다는 방침이지만 제4인터넷은행 사업 자체가 원점 재검토될 가능성이 커 재추진 여부는 불투명하다.
금융위원회는 17일 정례 회의를 열고 제4인터넷전문은행(제4인뱅) 예비인가를 신청한 소소뱅크와 소호은행, 포도뱅크, AMZ뱅크 등 4곳 컨소시엄에 모두 불합격 판정을 내렸다.
이날 금융위는 설명자료를 통해 “외부평가위원회가 신청사 4곳을 평가한 결과 은행업 예비인가를 받기엔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며 “금융감독원은 이런 의견을 감안해 예비인가를 불허하는 내용의 심사 결과를 금융위에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제4인뱅 예비인가 신청을 마감한 지 약 6개월 만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이번 평가에서 모두 고배를 마실 것이란 예상이 팽배했다. 자본금 조달 능력과 차별화된 혁신 모델을 입증이 쉽지 않은 데다 전 정권이 추진했던 사업인 만큼 동력을 잃어서다. 현 정부가 추진 중인 금융당국 조직 개편에 따라 제4인뱅 사업의 키를 잡아야 할 금융위원회가 해체되는 것도 관측에 힘을 더했다.
일각에서는 주요 시중은행을 컨소시엄에 끌어들인 소호뱅크의 인가 획득을 점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대로 였다.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에는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농협은행 등 거대 시중은행 3곳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 부산은행과 흥국생명, 흥국화재, 유진투자증권, 우리카드, OK저축은행 등 내로라하는 2금융까지 함께 했는데 자본력 부족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금융위는 “소상공인 금융기회 확대, 기술기업의 금융접목 혁신성은 긍정적이지만 대주주 자본력, 영업지속가능성과 안전성이 다소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는 2015년과 2019년에 이뤄졌던 평가때보다 자본금 및 자금조달방안(100점→150점) 항목 배점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소호뱅크는 일단 소상공인을 위한 은행을 설립하겠다는 목표를 다시 한 번 천명, 재도전을 시사했다.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을 주도하는 한국신용데이터 김동호 대표는 “은행 인가를 담당하는 금융 관련 정부조직 개편이 현재 진행 중인 까닭에 한동안 소강상태이겠지만, 소상공인 전문 은행은 새 정부의 임기 내에 분명히 인가될 것”이라며 “대통령의 공약대로 금융 약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인터넷 전문 은행이 만들어진다면 그것은 반드시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일 것”이라고 말했다.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은행들은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당장 컨소시엄에서 빠지는 등의 결정을 내릴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며 “추후 상황이 진행되는 것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다만 빠른 시일내 제4인터넷은행 재추진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재편과 가계대출 규제, 건전성 관리 등이 중요한 시점에서 새로운 인터넷은행 출범이 시급한 과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향후 인터넷은행 신규인가를 검토할 때 금융시장 경쟁상황,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금융권의 자금공급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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