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의 지분 9.9%를 인수하고 최대 주주가 됐다. 미국 정부는 이번에 확보한 인텔 지분에 대해 수동적 소유권이 될 것이라 언급했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에 대한 위험이 지적되고 있다. 한편으로 인텔이 4년간 5개 공정 전환을 달성한다는 계획의 최종 버전이 될 18A 공정의 성공이 인텔뿐 만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안게 됐다. 

인텔의 오하이오 주 ‘오하이오 원’ 프로젝트 현장 / 인텔
인텔의 오하이오 주 ‘오하이오 원’ 프로젝트 현장 / 인텔

‘국영 기업’화된 인텔, 정부 지분 유입에 따른 변화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22일(현지시각) 인텔의 지분 9.9%를 인수하기로 발표했다. 이번 발표에 따라 미국 정부는 인텔의 보통주 4억3330만주를 22일 종가 24.8달러보다 4달러 가량 낮은 주당 20.47달러(약 2만8455원) 가격으로 매입하기로 해, 총 투자 규모는 89억달러(약 12조3719억원)에 이른다.

이번 발표로 인텔의 최대 주주는 ‘미국 정부’가 됐다. 이번 미국 정부의 지분 인수에 들어가는 자금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기존 미국 내 생산 시설 건설에 지원되던 반도체 지원법과 군사용 등 제조 단계부터 보안 환경에서 만들어져야 하는 칩들의 생산을 지원하는 ‘시큐어 인클레이브’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제공되기로 했던 금액이 전환된 것이다. 이번에 투자되는 89억달러는 아직 지급되지 않은 반도체 지원법의 보조금 57억달러와 시큐어 인클레이브 프로그램에서의 32억달러를 합친 것이다. 이번 지분 인수에도 인텔은 ‘시큐어 인클레이브’ 프로그램 의무를 계속 이행한다는 방침이다.

인텔은 기존에 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22억달러(약 3조578억원)의 보조금을 수령했고, 이번 계약에 따라 미국 정보의 총 투자액은 111억달러(약 15조4279억원)에 이르는데, 반도체 지원법 초기 발표 당시 금액인 78억6000만달러(약 10조9269억원), 시큐어 인클레이브의 30억달러(약 4조1706억원)를 합친 약 108억6000만달러(약 15조975억원)와 비교하면 금액에 큰 변화는 없는 모습이다.

미국 정부는 이번 지분 인수에 대해, 이사회 대표나 기타 거버넌스 또는 정보 권리가 없는 수동적 소유권이 될 것이라 밝혔다. 즉, 의사결정 구조는 기존의 이사회 구조와 자율적인 결정을 존중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이번 인텔 지분 인수는 반도체 업계에 여러 모로 영향을 줄 결정으로 주목받는다. 특히 기존의 약속된 ‘지원금’ 조건을 뒤집었다는 데서, 반도체 지원법에 따른 보조금 지급 계획에 따라 미국에 투자하고 있는 기업들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인텔의 미국 오레곤 D1X 팹 /인텔
인텔의 미국 오레곤 D1X 팹 /인텔

미국 내 반도체 지원법은 전 세계적으로 복잡하게 얽힌 공급망 관련 문제에서 미국 내 안정적인 반도체 생산 역량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특히 인텔은 반도체 지원법을 통해 지원받는 기업 중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설계와 생산 능력을 모두 갖춘, 미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찾기 힘든 대형 기업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다. 또한 인텔은 현재 미국 국방부와 RAMP-C 프로젝트 등도 진행하고 있어, 민간 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가 인텔의 최대 주주가 되면서 향후 직, 간접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먼저, 미국 정부가 특정 조건에서 인텔 파운드리를 사용하는 것을 제시할 수도 있다는 예상이 꼽힌다. 이 경우 엔비디아, 애플, AMD, 퀄컴 등 미국 내에서 설계해 대만 TSMC 등에서 제조하는 팹리스 기업들이 영향권에 든다. 이들 기업들은 현재 관세 등의 움직임에 따라 TSMC의 미국 공장에서 일부 제품을 제조한다는 전략을 갖춰 놓은 상태지만, 향후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정부가 인텔의 최대 주주가 된 것이 인텔에 부담이 있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인텔의 매출 중 29%를 차지하는 중국 매출이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의 칩 제품은 상대적으로 중국 시장에 대한 수출 정책 영향이 적었지만, 앞으로는 국제 정세에 따른 부담이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미 엔비디아의 경우 중국 수출용 제품 H20에 대한 수출 제한에 따른 영향으로 지난 1분기에 55억달러(약 7조6620억원)의 손실을 실적에 반영한 바 있다.

인텔의 ‘18A’ 공정 웨이퍼 / 인텔
인텔의 ‘18A’ 공정 웨이퍼 / 인텔

인텔, 어려운 상황 속 ‘올 하반기’ 반전의 기회 잡을까

인텔은 최근 몇 년간 파운드리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에 따른 부담과 시장 상황의 변화로 어려움을 겪어 온 바 있다. 파운드리의 경우 이전 14nm(나노미터)급 공정은 빠르게 내놨지만 이후 10nm 시대로의 전환이 늦었다. 이에 인텔은 2021년 ‘4년간 5개 노드 개발’이라는 야심찬 제조 기술 경쟁력 강화 전략을 제시했던 바 있다. 이 ‘4년간 5개 노드 개발’은 12세대 코어 프로세서 등에 사용된 ‘인텔 7’ 공정부터 시작해 인텔 4, 인텔 3, 인텔 20A, 인텔 18A로 이어지는 5개 공정을 올해까지 완성한다는 것으로, 인텔은 올 하반기 18A의 대량 생산으로 목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 ‘4년간 5개 노드 개발’은 실질적으로는 ‘3개 세대 전환’으로 요약된다. 인텔 7은 엄밀히 따지면 이전 10nm 공정의 개선판 ‘10nm 슈퍼핀(SuperPin)’의 개선판이고, 인텔 4와 인텔 3은 세대 전환 후 같은 세대 공정 내에서 개선 버전이며, 20A와 18A 또한 마찬가지로 같은 세대 속 최적화의 관계다. 이 모든 전략의 종착점은 올해 등장할 ‘인텔 18A’인데, 여기에는 새로운 트랜지스터 ‘리본펫(RibbonFET)’, 후면전력공급기술 ‘파워비아(PowerVIA)’가 모두 적용되는 큰 변화가 완성되는 종착점의 의미가 있다. 

이러한 공정 전환의 여정도 순탄치는 않았다. 인텔 7 공정 기반 제품들은 성공적이었지만 인텔 4 공정은 노트북용 플랫폼으로만 등장한 초대 코어 울트라 ‘메테오 레이크’에만 사용됐고, 인텔 3 공정은 서버용 ‘제온 6’ 제품에 사용되면서 수요가 나뉘었다. 20A 공정을 사용할 예정이었던 코어 울트라 2세대의 경우는 ‘루나 레이크’와 ‘애로우 레이크’ 모두 주요 타일을 TSMC의 공정으로 외주 생산하면서 20A 공정 자체가 사라졌었다.

하지만 18A 공정에서는 내부 수요에서도 인텔의 차세대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가 될 ‘팬서 레이크’와 서버용 ‘클리어워터 포레스트’ 등에 활용될 계획이다. 18A는 외부 파운드리 서비스를 위한 핵심 공정이기도 하며, 미국 국방부의 ‘시큐어 인클레이브’나 AWS,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력이 이 ‘18A’ 공정을 사용할 예정이다. 칩의 실체 또한 이미 지난 1월 CES 2025서 실제 작동 가능한 ‘팬서 레이크’의 테스트 칩과 기반 제품을 선보였던 상태로, 이후로도 인텔은 꾸준히 “18A 기반 팬서 레이크 제품은 예정된 일정대로 발표될 것”이라 확인해 왔다.

인텔 제온 6 시리즈 프로세서 제품군 / 권용만 기자
인텔 제온 6 시리즈 프로세서 제품군 / 권용만 기자

최근 몇 년간 인텔이 어려움을 겪었던 또 다른 요인으로는 ‘제품 포트폴리오’ 측면도 있었다. 특히 생성형 AI 시대와 함께 빠르게 성장한 데이터센터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부분이 컸다. 인텔은 이 시장에서 AI 가속기 ‘가우디’ 시리즈와 GPU ‘데이터센터 GPU 맥스 시리즈’를 갖추고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엔비디아 중심의 시장을 넘지는 못했다. 이와 함께 인텔 내부적으로도 야심차게 준비했던 ‘제온 6’ 제품군은 기술적으로 큰 발전이 있었지만, GPU 중심으로의 데이터센터 시장 변화 속에 제품의 경쟁력을 살릴 타이밍을 놓친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 또한 새 공정과 함께 반전의 기회가 기대된다. 기존에 알려진 E-코어 기반 ‘클리어워터 포레스트’ 뿐만 아니라 코드명 ‘다이아몬드 래피즈(Diamond Rapids)’로 알려진 차세대 제온 P-코어 프로세서도 인텔 18A 공정을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차세대 제온 프로세서의 투입이 기업용 IT, AI 인프라의 교체 시기와 맞물리면서 새로운 기회를 맞을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또한 인텔은 XPU 콘셉트로 준비하던 팔콘 쇼어(Falcon Shore)를 취소했지만 그 후속으로 준비하던 재규어 쇼어(Jaguar Shore)는 18A 공정 기반으로 시장에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인텔의 모든 주요 신제품에 대한 계획에 핵심은 곧 선보일 ‘인텔 18A’ 공정과 맞물려 있다. 업계에서는 인텔이 9월 말~10월 초 정도에 18A 공정으로의 전환과 제품 출시를 공식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지금까지 인텔이 수 년간 진행해 왔던 일정에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다. 인텔에 있어서 이제 ‘18A’ 공정은 이후 모든 계획의 달성을 위해, 그리고 미국 국가적 차원에서도 반드시 성공해야 할 핵심 과제가 됐다. 차세대 제품들의 성공은 설계와 제조 기술 모두에서 경쟁력 증명에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이런 점들이 앞으로의 인텔의 행보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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