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4.5일제 도입, 임금 인상을 주장하며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을 비롯한 은행원들의 참여는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금융권 내부에서도 공감을 얻지 못했다는 평가다. 

26일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 열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총파업 집회 모습. 시중은행 지부 자리는 텅텅 비어있다./한재희 기자
26일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 열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총파업 집회 모습. 시중은행 지부 자리는 텅텅 비어있다./한재희 기자

금융노조는 26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서 총파업을 개최했다. 금융권 총파업은 2022년 9월 이후 약 3년 만이다.

노조는 ▲주 4.5일제 전면 도입 ▲임금 5% 인상 ▲신입사원 채용 확대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과 금융노조는 올해 3월 산별중앙교섭 요구안을 제출한 뒤 금융산업사용자협회와 38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지난 1일 진행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투표율 97.1%, 찬성률 94.98%를 기록했다. 

파업 집회에서는  “경제성장, 물가상승에 맞는 실질 임금 인상하라” “주4.5일제를 쟁취하자” 구호가 울려퍼졌지만 영업 현장에서는 온도차가 확연했다. 5대 은행의 파업 참여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의 경우 노조의 별도 투표에서 찬성률이 과반을 넘지 못해 모든 조합원이 총파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고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에서도 노조 간부 등 100명 미만으로 참여 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파업 현장에서 하나은행과 신한은행 , 국민은행 등의 노조 지부 자리는 텅텅비어 있었고 지방은행과 기업은행 등의 참여도가 높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파업의 명분이 약하다”며 “금융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하더라도 영업점 업무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2년 9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총 파업 당시 은행 영업점에 붙은 안내문. 이번 파업에서는 은행 영업점들은 차질 없이 정상 영업이 이뤄졌다. /뉴스1
지난 2022년 9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총 파업 당시 은행 영업점에 붙은 안내문. 이번 파업에서는 은행 영업점들은 차질 없이 정상 영업이 이뤄졌다. /뉴스1

지난 2022년 파업 때 5대 은행의 파업 참여율은 0.8% 수준이었는데, 당시 일부 영업점엔 고객에게 파업에 따른 업무 차질 안내가 붙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 마저도 없는 상황이다. 주요 은행들의 영업지점은 이날 평소처럼 영업 중이다. 

이는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고 상대적으로 고용 안정성이 보장된 업종이 독자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인 공감대 형성에 실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평균 연봉이 1억원이 넘는 ‘귀족 노동자’라는 비판도 부담이다.

특히 주4.5일제 시행에 따른 영업시간 대안은 물론 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증가, 정년 연장에 따른 신규 채용, 인력 운영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무리한 추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 역시 “은행에서 최소한의 인원만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조직 내부에서도 파업에 참여해야 한다는 독려도 없을 만큼 조용한 상황”이라고 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