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추격 속에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OLED 전략이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성은 공격적 투자와 글로벌 전시회 무대 확장으로 점유율 방어에 나서는 반면, LG는 비핵심 자산 매각과 선택적 투자로 내실 다지기에 집중한다.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왼쪽)과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사장(가운데)이 8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K-디스플레이 2025'에서 나란히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 뉴스1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왼쪽)과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사장(가운데)이 8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K-디스플레이 2025'에서 나란히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 뉴스1

삼성D, 전시회 적극 참가·8.6세대 IT OLED 속도전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글로벌 주요 전시회에 잇따라 참여하며 파트너사와 접점을 확대했다. 미국 CES, 스페인 MWC, 미국 SID 등 전통 무대는 물론 대만 컴퓨텍스와 미국 AWE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단순 기술 시연을 넘어 완제품 제조사와 협력 기회를 넓히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대만 타이베이에서는 자체 행사를 열었다. ‘삼성 OLED IT 서밋 2025’에는 글로벌 고객사와 파트너 400여명이 참석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여 종의 최신 IT용 OLED를 공개하며 차세대 전략을 제시했다.

투자도 공격적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4년 충남 아산캠퍼스에 4조1000억원을 투입해 8.6세대 IT용 OLED 라인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기존 6세대보다 큰 유리 원판을 사용해 노트북·태블릿 생산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애플 등 글로벌 IT 제조사 수요 증가에 대비한 조치다. 본격 양산은 2026년으로 잡고 있다.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26일 서울 송파구에서 열린 ‘디스플레이의 날’ 기념식에서 “내년 2분기 말에서 3분기 사이 양산에 들어간다”며 “현재까지 순항하고 있다”고 말했다.

LGD,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8.6세대 투자는 신중

LG디스플레이는 내실 다지기에 초점을 맞췄다. 올해 중국 광저우 LCD 공장을 매각하며 비핵심 자산을 정리했다. 이를 통해 재무구조도 개선했다.

전시회 전략은 선별적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다양한 글로벌 전시에 나선 것과 달리 LG디스플레이는 CES, MWC, 컴퓨텍스에 불참했다. 다만 SID 등 핵심 디스플레이 전시회에는 참가해 대형·중형·차량용 OLED 풀라인업을 선보였다.

투자도 보수적이다. LG디스플레이는 6월 이사회를 열고 OLED 신기술 개발에 1조26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2027년 6월까지 파주 사업장을 중심으로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하지만 8.6세대 OLED 투자에는 신중하다.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사업 필요성과 재무여건, 경쟁 구도를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있다”며 “현재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이 정부 지원에 힘입어 OLED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이 기술 우위를 지키려면 차별화된 기술력 확보는 물론 세제 감면, 연구개발 투자 확대, 인프라 확충 같은 정책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