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시장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실적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중심으로 전략을 전환하며 실적 개선세를 보인 반면 대형 OLED TV 사업을 고수한 LG전자는 하반기에도 적자를 면치 못할 전망이다.

2025년형 LG 올레드 에보(모델명 G5) 라이프스타일 이미지. / LG전자
2025년형 LG 올레드 에보(모델명 G5) 라이프스타일 이미지. / LG전자

LG전자 TV사업, 하반기 적자 지속…中 공세에 '흔들'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LG전자 MS사업본부는 TV업황 부진과 중국 저가 공세 등 영향으로 영업손실을 이어갈 전망이다. 올해 3분기 매출은 4조816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지만 영업적자는 1440억원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이 494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해 적자전환이다. 또 2분기(-1920억원)에 이은 연속 적자다. 4분기(-1340억원)까지 포함하면 하반기 누적 적자 규모는 약 278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LG전자의 TV사업이 적자를 기록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1년 1분기에는 4038억원의 영업이익, 연간으로는 1조1083억원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지만, 2022년 2분기부터 TV사업 실적 하락세가 본격화됐다. 2023년에는 1~3분기 흑자를 냈지만, 수익성은 꾸준히 둔화됐고 그해 4분기에는 다시 72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LG전자의 TV사업이 흔들리는 근본적인 원인은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와 프리미엄 전략을 앞세운 대형 OLED TV의 수요 부진이 겹쳤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LG전자 TV 출하량 점유율은 10.7%로 삼성전자(19.2%)는 물론 TCL(13.7%)과 하이센스(11.9%)에도 밀려 4위다. 매출 기준 점유율로는 올해 1분기 15%를 기록해 2위를 유지했지만 전년 동기(16.6%) 대비 1.6%포인트 하락했다. 

프리미엄 TV 시장에서도 LG전자는 중국의 미니 LED TV 공세에 밀리고 있다. OLED TV 시장에서 1분기 출하량 70만4400대, 점유율 52.1%로 1위를 지켰지만, 전체 TV 시장(약 2억대)에서 OLED TV 비중은 3%(607만대)에 불과하다.

이 틈을 노려 중국 업체들은 LCD 기반의 미니 LED TV로 프리미엄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이에 최근 LG전자는 65·77인치 OLED TV를 최대 40% 이상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등 적극적인 판촉에 나서며 대응하고 있지만,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제품들의 공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LGD, 중소형 OLED 강화해 실적 개선…애플 수혜 기대

반면 LG디스플레이는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을 통해 OLED 중심 전략을 강화하면서 실적 개선세를 보이는 중이다. 광저우 LCD 공장 매각 등으로 저수익 부문을 정리하고, 중소형 OLED 중심의 포트폴리오로 전환한 것이 주효했다.

증권업계는 LG디스플레이의 3분기 실적을 매출 6조7890억원, 영업이익 4855억원으로 전망했다. 이는 시장 기대치(3270억원)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하반기 실적도 대규모 턴어라운드가 기대된다는 긍정적 전망이 나온다.

LG디스플레이의 실적 개선세는 스마트폰과 차량용 OLED 등 고부가 분야로 사업을 집중한 전략이 빛을 발했다. 2022년부터는 애플에 아이폰용 OLED 패널 공급을 본격화하며 매출 안정성을 확보했고, 2023년 4분기에는 7개 분기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애플이 출시한 아이폰17시리즈에 대한 패널 채택 비중이 확대됐다. 애플워치용 OLED를 함께 공급하던 경쟁사 재팬디스플레이가 사업을 철수하면서 독점 공급자 지위마저 확보해 추가적인 이익을 얻고 있다. 대형 OLED 사업부문의 감가상각도 올해 하반기 중 종료되며,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전략 차이가 실적 갈랐다

이처럼 같은 OLED 사업을 영위하면서도,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실적이 극명하게 엇갈린 배경에는 전략 차이가 존재한다.

LG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중심의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하며 시장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해왔지만, LG전자는 대형 OLED TV 전략을 고수하며 중국 업체들의 추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최근 LG전자는 만 50세 이상, 저성과자 직원 대상으로 MS사업본부에 이어 전사 차원의 희망퇴직을 단행하며 인력 효율화에 나섰다. 

업계 한 관계자는 "OLED 기술 자체의 위기라기보단 OLED 사업 구조 재편과 시장 대응 능력의 차이가 양사의 명암을 갈랐다"며 "대형 OLED의 방향성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