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업의 확장성과 생산성 측면에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배양육’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배양육은 경쟁력 있는 수준까지 ‘가격’을 낮춰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배양육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세포 분양부터 장비, 프로세스와 규제까지 실험실과 의약품급이 아닌 ‘식품’과 ‘공장’의 기준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관점이 제시됐다.
15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서 열린 월드푸드테크 2025 컨퍼런스의 ‘의성 X 세포배양푸드’ 세션에서는 점점 현실로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배양육의 현실적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요한 부분들이 논의됐다. 이 세션은 조철훈 서울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고 김태영 마이크로디지털 전무, 이기람 KCL 책임연구원, 소성현 써모 피셔 사이언티픽 책임이 발표를 진행했고, 김은미 경북테크노파크 센터장, 한지유 협성대학교 교수, 이성준 팡세 대표가 패널로 참석했다.
김태영 마이크로디지털 전무는 이 자리에서 세포배양푸드를 위한 세포배양 솔루션을 소개했다. 김태영 전무는 먼저 “경북 의성군은 세포배양식품 관련 산업화 허브를 구현하고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며 “의성군에서는 세포배양식품 규제자유특구 지정 이후 2028년까지 세포배양식품 상용화 실증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마이크로디지털은 세포배양기를 다루고 있으며 주력은 ‘일회용’ 세포배양기고 성능 측면에서는 글로벌 주류 제품들과 동등 수준이라고 제시했다. 일회용 백을 사용하는 세포배양기에 주목한 이유는 “다회용 시장이 더 크지만 다회용 제품은 세척 등 유지관리에 부담이 있다. 일회용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20% 이상으로 빠르고, 향후 시장의 주류가 일회용으로 넘어갈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현재 마이크로디지털은 시위드(Seawith)와 함께 세포배양식품 상용화를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김태영 전무는 “상용화에는 안정성과 경제성 모두가 필요하다. 시위드는 출발부터 안정성을 확보했고, 마이크로디지털은 여기에 경제성 측면을 제시하는 역할이다”라며 “생산량 확장에서 비용 효율도 높아지고 있다. 배양 공장도 확장해 나가고 있고, 의약품 등급이 아닌 식품 등급에서의 구현으로 비용 최적화도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기람 KCL 책임연구원은 생물자원은행 구현을 위한 국제표준 ‘ISO 20387’을 소개했다. 이기람 책임연구원은 “인구 증가와 단백질 수요 급증에 따른 단백질 공급 문제 심화에 기존 축산 방식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포배양식품 시장의 생산단가는 2013년 100그램당 37만달러(약 5억2666만원)였지만 지금은 5달러(약 7100원) 수준까지 줄었다. 국내에서도 제도 개선과 규제특구지구 지정 등 대응이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세포배양식품이 기존 축산의 대안이 되려면 생산 측면에서 우수 품종의 확보와 배양에 필요한 배지, 배양액 등의 재료, 바이오리액터 개발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는 세포배양식품의 시작점이 될 ‘세포’를 언제든 필요할 때 얻기는 힘든 상황이다. ‘생물자원은행’은 이를 해결하는 존재로, 동물세포를 적절히 관리하면서 필요할 때 분양, 사용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리고 ISO 20387은 이 ‘생물자원은행’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으로 정의됐다고 소개됐다.
이기람 책임연구원은 “생물자원은행이 국내에 들어올 때 우려점으로는 국내생물자원의 신뢰성 문제가 꼽힌 바 있다. 경상북도가 구축할 생물자원은행 또한 이러한 부분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어, ISO 20387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요구사항으로는 품질경영시스템, 자원관리, 보관 환경 및 장비, 보고체계, 인력 자원 등이 꼽혔다. 특히 품질경영시스템 구축에는 수탁 프로세스 및 자원 평가와 목록화, 적절한 보관조건 유지, 자원의 운송 등이 핵심으로 꼽혔다.
소성현 써모 피셔 사이언티픽 책임은 이 자리에서 “대체육 시장은 이전 예상보다 몇 년 늦은 움직임을 보이지만 반드시 올 미래”라 제시했다. 하지만 “현재의 도전과제에서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다. 특히 배지 비용과 생산성 문제에서 극적인 개선점이 나타나는 지점이 아직 오지 않았다. 만들어진 제품의 편차도 여전히 크다”고 지적했다.
배양육 시장에서 비용 절감에 핵심은 배지 비용이 꼽혔다. 소성현 책임은 “450g을 만드는 데 150달러(약 21만3000원) 드는 상황을 5달러까지 줄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은 배지 비용과 프로세스 최적화가 꼽힌다”고 지적했다. 또한 “아직 배양육은 전용 공정이 없고 의약품 공정 기반 환경을 사용하는 것도 문제다. 규모의 경제 달성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한편, 배양육 생산 비용 절감을 위한 방법으로는 배지를 적게 쓰는 것 뿐만 아니라 배지의 ‘재활용’ 또한 현실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 언급됐다. 또한 배양육 생산에 의약품급이 아닌 ‘식품’급 환경으로의 조정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하지만 써모 피셔 사이언티픽도 당분간은 배양육 관련 솔루션에 의약품 등급을 유지할 계획인데, 이는 아직 산업 전반의 표준화 등에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패널 토의에서는 좌장을 맡은 조철훈 서울대학교 교수와 발표자들 함께 김은미 경북테크노파크 센터장, 한지유 협성대학교 교수, 이성준 팡세 대표가 패널로 참석했다. 김은미 경북테크노파크 센터장은 “의성은 세포배양 관련으로 많은 투자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세포은행을 다루다 보니 대량배양에 대한 요구도 많다. 이 부분을 잘 정비해서 연구지원센터를 통해 지원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지유 협성대학교 교수는 “국내 배양육이 초기 단계인 시점에 의성군이 사업을 잘 선정한 것 같다”며 “기반 시설들이 갖춰지고 있을 때 현재 이 기반들이 의료용이 아니라 ‘식품’용이라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 아직 이 기술들은 성숙된 기술이 아니고, 현재만 보고 만든 시설은 나중에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국의 연구 인프라, 연구자들과 교류도 중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필요한 것에 대해 멀리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성준 팡세 대표는 “세포배양 기술 자체보다 식품위생법 준수 측면이 힘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포배양식품 개발 등은 이미 의약품 등에 있던 기술이지만, 의약품과 식품관리는 관점 자체가 다르다. 식품은 안정성에 대한 중요도가 매우 높고, 소재나 장비에 대한 부분까지 엄격하게 관리된다. 식품 산업으로 가기 위한 법 제도 측면을 고려하고 계획에 포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월드푸드테크 표준(World FoodTech Standards)’을 주제로 13일부터 15일까지 열린 이번 행사에는 전 세계 30개국 이상에서 전문가들이 참여해 50여개 세션을 운영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월드푸드테크협의회, 대한상공회의소, 서울대학교 월드푸드테크창발센터가 공동 주최하고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농촌진흥청, 유엔 산업개발기구(UNIDO), 국제녹색성장기구(GGGI) 등 국내외 기관과 지자체, 주요 푸드테크 기업이 후원했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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