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대량 생산 환경에 주로 활용되던 로봇이 이제 음식 조리까지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로봇이 점점 정교해지면서 전문 ‘쉐프’의 맛을 반복해 재현해낼 수 있는 단계까지 이르렀다는 평가다. 향후 로봇의 발전 방향으로는 기계적 완성도의 향상 뿐만 아니라 다양한 로봇을 통합해 ‘레시피’ 단위로 제어할 수 있는 ‘플랫폼’ 구현과 안전, 위생에 대한 인증 체계 마련 등이 제시됐다.
14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서 열린 월드푸드테크 2025 컨퍼런스의 ‘포항 X 푸드로봇’ 세션에서는 점차 활용이 확산되고 있는 조리 로봇의 활용 방안과 고려해야 할 과제들이 다뤄졌다. 이 세션은 박욱 경희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아 홍미정 전 KT 상무, 김민규 만다린로보틱스 대표, 이상효 NSF 팀장이 발표를 진행했고, 김도균 서울대학교 교수, 김상오 단국대학교 교수가 패널로 참여했다.
홍미정 전 KT 상무는 푸드테크에 있어 로봇 기술은 ‘생산부터 소비까지 모든 단계에 걸쳐 영향을 줄 수 있을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홍미정 전 상무는 이에 대해 “푸드테크의 로봇 기술에서 첫 ‘르네상스’는 서빙, 배달로봇이었다. 로봇은 매장 환경을 바꾸는 트렌드가 됐고, 키오스크는 소상공인 솔루션을 통합한 형태로 발전했다”며 “2차 르네상스의 계기로는 조리, 급식 로봇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제시했다.
로봇의 투입이 효과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병원 등의 급식 환경에서 로봇은 조리 인력의 부담을 줄이고 급식 품질과 생산성 관리를 용이하게 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당면 과제로는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배치된 다양한 이종 로봇 구성에서의 ‘통합 제어’를 구현할 플랫폼 구축이 꼽혔다. 이렇게 다양한 로봇이 통합 제어됨으로써 레시피 기반 관리와 제어로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홍미정 전 상무는 “로봇 기업들은 하드웨어를 잘 만들지만 소프트웨어와 통합에서 약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고객에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많은 로봇사들에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플랫폼에 쉽게 연결돼 AI와 서비스를 잘 활용하고 사용자의 서비스에 잘 연결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플랫폼에서 규모의 경제를 위해서는 핵심 서비스의 선점이 필요하다. 또한 가치사슬을 통합한 규모의 경제 측면으로 접근하고, 정책 지원이 연계된 플랫폼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 덧붙였다.
김민규 만다린로보틱스 대표는 이 자리에서 실제 조리 로봇의 구현 경험담을 공유했다. 김민규 대표는 “중식 조리로봇 솔루션은 요리의 맛 일관성을 위해 요리사의 움직임을 디지털화해 구현했다”며 “극한 사용환경에서의 내구성 문제와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사용성 개선에 많은 노력을 했다”고 소개했다. 또한 “유명 쉐프와의 협업을 통해 조리로봇 솔루션과의 일치성 검증에서도 맛 일치율을 95% 수준까지 높였다”고 덧붙였다.
현재 만다린로보틱스의 ‘엑스웍’ 등 조리 로봇은 프랜차이즈나 개별 매장 등은 물론이고 급식이나 밀키트 공장 등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그리고 음식점에서 조리 로봇을 도입해 활용하는 경우 숙련된 요리사 고용의 어려움 해결과 비용 효율 향상은 물론이고, 고객 대기시간이 줄고 조리시간 준수성이 높아지며 일관된 맛을 유지할 수 있고, 매출도 23% 정도까지 올랐다고 소개됐다. 김민규 대표는 “쉐프들과의 협업도 시도하고 있다. 레시피 변경 없이 디테일을 맞춰서 같은 맛을 지속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상효 NSF 팀장은 푸드로봇의 등장에 따른 ‘인증’ 측면을 제시했다. 이상효 팀장은 “미국에서는 1950년대부터 식품 기기에 대한 규격 수립이 진행돼 왔다. 특히 프랜차이즈가 확산되면서 까다로워진 리테일 시장의 위생안전 관리 문제 해결에 규격과 인증이 활용돼 왔다”며 “NSF는 산업 기관과 규제 기관 사이의 조율자 역할을 하며, 국내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 등과 협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상업용 식품기기 인증은 북미 지역에서는 시장의 선호에 따라 바이어들이 요구하는 요건으로 꼽힌다. NSF는 현재 ‘스마트 키친’으로의 발전 여정에서 중간 단계에 해당되는 시스템들에도 규격 대응을 확대하고 있으며, 한국 기업의 협동로봇이 전세계 첫 사례로 스마트키친 관련으로 인증받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이상효 팀장은 “2020년 이후로는 협동로봇과 푸드테크 관련 인증 수요가 많다. 올해도 신규 인증 제품의 90% 이상이 푸드테크와 관련된 협동로봇과 자동조리로봇 관련이다”라고 소개했다.
13일부터 15일까지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이번 '월드푸드테크 2025 컨퍼런스'는 월드푸드테크협의회가 주관한다. 월드푸드테크협의회는 먹는 것과 관련된 문제 해결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고 긍정적 미래에 기여하고자 설립된 세계 최초 소비자·언론·산업·관계·학계 협의체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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