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서버와 데이터센터 투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이를 뒷받침할 초고속·대용량 저장장치인 기업용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의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반도체 기업은 GPU 성능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더 빠르고 용량이 큰 낸드플래시 기반 SSD를 개발해 기술 고도화와 생산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
11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블랙웰 플랫폼 기반 AI 서버 수요 증가와 일반 서버의 교체 주기 도래로 인해, 올해 하반기에도 기업용 SSD(eSSD)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모건스탠리는 '메모리 슈퍼사이클-AI라는 떠오르는 파도가 모든 배를 들어 올린다'는 보고서에서 2026년 납기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최근 주문량이 올해 연간치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AI 수요가 낸드플래시 및 기업용 SSD 시장을 구조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이다.
AI 학습과 추론 과정에서 GPU만큼 중요한 요소가 데이터 저장 장치다. 최근 대규모 언어모델(LLM) 학습과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확장이 활발해지면서,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 기존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가 속도 및 전력 소비 면에서 한계를 드러냈고, 이에 속도가 훨씬 빠르고 효율적인 SSD 중심으로의 전환이 구조적 추세로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기업 중에선 키옥시아, 마이크론, 샌디스크 등이 빠른 성장세를 보인다. 이들 기업은 하이브리드 본딩, 신규 워드라인(WL) 소재, 계단 없는 WLC 구조 등 신공정 기술을 도입해 기술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고용량·고성능 SSD 판매 확대에 주력 중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AI 서버향 메모리 수요는 업계의 공급량을 큰폭으로 초과한 상황으로 4분기에도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최신 개인용 AI 슈퍼컴퓨터 DGX 스파크에 고성능 SSD를 공급하기도 했다. 데이터센터용 PCIe 5.0 인터페이스 기반 SSD 신제품도 연이어 출시했다.
2026년에는 첨단 공정 기반 서버용 SSD와 고용량 QLC(쿼드러플 레벨 셀) 등 고부가가치 제품군 판매를 강화해 AI 서버 및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 비중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는 자회사 솔리다임을 통해 북미 데이터센터 전용 QLC SSD(100TB 이상급)를 공급 중이다. 성능, 대역폭, 용량에서 최적화한 AI 낸드(AIN) 패밀리 라인업도 구축해 기술 고도화에 나섰다. SK하이닉스는 처리속도와 에너지효율을 높인 낸드와 컨트롤러를 새로운 구조를 설계 중으로 2026년 말 샘플을 출시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샌디스크와 차세대 낸드 기술인 고대역폭 플래시(HBF)의 국제 표준화 관련 논의도 진행하고 있다. HBF는 2026년쯤 1세대 샘플이 출하되며 실제 대규모 양산은 2028년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파두는 최근 한 달 새 562억원의 수주를 따내며 빠른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파두는 북미 빅테크 기업을 타깃으로 한 SSD 컨트롤러와 대만 등 아시아 시장 공략에 최적화한 화이트라벨 SSD 전략을 바탕으로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다.
젠5 제품이 올해부터 본격화되면서 2026년 중반부터는 모든 고객사향 제품 양산이 이뤄질 전망이다. 파두는 AI 데이터센터 SSD에 그치지 않고, 차세대 AI 스토리지로 확장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이선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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