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슬림형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든 삼성전자와 애플이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후속 모델 출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양사는 대신 폴더블(접는)폰 대중화에 속도를 낸다. 삼성전자는 3단 접이식 폴더블폰(트라이폴드폰) 출시를 꺼내들었고, 애플도 내년 폴더블폰 시장 진입을 노린다.
삼성전자는 2026년 초 내놓을 갤럭시 S26 시리즈 라인업에 ‘엣지’ 모델을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올해 5월 출시한 갤럭시 S25 엣지의 판매 부진 여파다.
하나투자증권은 8월까지 갤럭시 S25 시리즈가 기본형(828만대), 플러스(505만대), 울트라(1218만대) 등 양호한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엣지는 131만대 판매에 그쳤다고 전했다. 갤럭시 S25 엣지 모델은 256GB 기준 출고가격 149만6000원으로 일반 모델(115만5000원)보다 34만1000원 비싸게 출시됐다. 얇고 가벼워진 장점이 성능 하향과 가격 상승이라는 단점을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대신 두 번 접는 폼팩터의 ‘갤럭시 Z트라이폴드’를 연내 출시하겠다는 목표로 준비 중이다. 이 제품은 완전히 펼치면 10인치대에 달하는 대화면을 제공하고 접었을 때는 일반 스마트폰 수준의 휴대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출고가는 복잡한 힌지 구조와 추가 디스플레이 부품이 투입되는 점을 감안해 300만원 후반대로 예상된다. 올해 7월 출시된 갤럭시 Z폴드7의 출고가는 256GB 모델 237만9300원, 512GB 모델 253만7700원이었다.
관련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유통 물량, 생산 안정성, 시장 반응 등을 고려해 트라이폴드폰 출시 일정이 내년으로 밀릴 수도 있다”면서도 “올 하반기 출시한 갤럭시 Z폴드7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향후 폴더블폰 시장 확대에 대한 삼성전자의 자신감은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애플도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한 초박형 신제품 ‘아이폰 에어’의 후속 모델 출시를 늦추기로 했다. 미국 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10일(현지시각)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당초 아이폰 에어 후속작을 2026년 가을에 출시하기로 한 계획을 연기했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이미 엔지니어와 외부 공급업체에 아이폰 에어 출시 연기를 알렸지만 새로운 출시 일정은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폰 제품 조립을 담당하는 업체 폭스콘은 아이폰 에어 생산라인을 1개 반만 남기고 모두 해체했고 11월 말까지 모든 생산을 중단할 예정이다.
아이폰 에어는 제품을 얇게 만들기 위해 카메라 성능과 음질, 배터리 수명 등을 기존 제품보다 낮은 수준으로 설계됐다. 애플이 세계에서 가장 얇은 스마트폰이라고 홍보했음에도 소비자의 외면을 받은 이유다.
애플은 2026년 하반기 첫 폴더블 아이폰 출시를 계획 중이다. 앞서 업계에선 지나친 ‘완벽주의’로 인해 애플이 이 제품 출시를 2027년으로 미룰 가능성이 업계에서 제기됐지만 그동안 추구했던 폴더블 기술과 관련한 타협점을 찾으면서 내년 하반기 출시 계획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IT 팁스터 맥스 웨인바흐가 입수한 JP모건 보고서를 살펴보면 폴더블 아이폰은 2400만화소 언더디스플레이카메라(UDC)를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노치나 펀치 홀 없이 진정한 풀 스크린 폼 팩터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다만 페이스ID는 지원하지 않는다. 접힌 형태에서 얇은 본체를 유지하기 위해 배터리 용량 감소도 불가피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광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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