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의 신형 스냅드래곤 X2 엘리트 및 엘리트 익스트림을 탑재한 레퍼런스 시스템이 경쟁 제품 대비 인상적인 성능을 보였다. 그래픽과 게이밍 성능은 기존 격차를 크게 좁혀 동급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다.

지난 11월 11~12일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퀄컴 본사에서 열린 ‘스냅드래곤 X 시리즈 아키텍처 딥다이브 2025’ 행사에서는 ‘엘리트 익스트림’과 ‘엘리트’ 두 가지 레퍼런스 시스템이 공개됐다. 두 제품군은 코어 수와 그래픽처리장치(GPU) 구성에 따라 세 가지 모델로 나뉘며 전반적인 프로세서 성능과 그래픽 경쟁력 모두 이전 대비 크게 향상된 모습을 보여줬다. X2 엘리트 시리즈가 탑재된 디바이스는 2026년 상반기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퀄컴 스냅드래곤 X2 엘리트 익스트림 레퍼런스 시스템(좌), 퀄컴 스냅드래곤 X2 엘리트 레퍼런스 시스템(우) / 샌디에고=권용만 기자
퀄컴 스냅드래곤 X2 엘리트 익스트림 레퍼런스 시스템(좌), 퀄컴 스냅드래곤 X2 엘리트 레퍼런스 시스템(우) / 샌디에고=권용만 기자

한 발 앞선 프로세서 성능, 그래픽 성능은 이제 ‘동급’

‘X2 엘리트 익스트림’의 레퍼런스 디자인은 얇고 가벼운 전형적인 노트북 형태를 갖췄고 프로세서 전력 제한 정책을 별도로 두지 않았다. 물리적인 크기 등에서 짐작하면 칩셋의 전력 제한이 없더라도 칩셋 온도나 섀시 표면 온도 등에서 실질적인 제한이 걸릴 것으로도 예상할 수 있다. 

‘X2 엘리트’의 레퍼런스 디자인에는 18코어 디자인의 X2E-88-100과 12코어 디자인의 X2E-80-100이 탑재됐다. 이 레퍼런스 디자인에는 22W의 지속 유지 전력 제한이 적용됐고, 실제 섀시의 역량 대비 충분한 여유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번 행사에서 공개된 스냅드래곤 X2 엘리트 익스트림과 엘리트의 성능도 이 레퍼런스 시스템을 기반으로  측정했다.

퀄컴은 기본적으로 시스템온칩(SoC)과 플랫폼에서의 사용자 경험을 위한 주요 설정에 대해 제조사의 설계에 따른 변경을 부분적으로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기본적으로는 섀시 설계 등에 따른 지속 전력 제한 설정 등은 변경할 수 있지만, 신뢰성이나 사용성에 영향을 줄 요소들은 변경을 허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행사 중 질의응답에서 퀄컴은 “모든 제약을 풀어 벤치마크용 시스템 디자인을 만드는 것은 허용치 않겠다”거나 “오버클럭킹 설정까지 모두 공개할 계획은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현실적으로는 발표된 자료나 실제 레퍼런스 플랫폼을 봤을 때 전력 제한 등 제약을 해체하더라도 칩 자체가 이를 감당할 여유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레퍼런스 시스템 구성별 주요 테스트 결과 / 샌디에고=권용만 기자
레퍼런스 시스템 구성별 주요 테스트 결과 / 샌디에고=권용만 기자

프로세서 성능을 확인할 수 있는 ‘긱벤치 6.5(Geekbench 6.5)’ 테스트 결과는 싱글 코어에서 3800~4100, 말티 코어는 12코어가 16000점대, 18코어가 20000~24000점대다. 일단 싱글 코어 점수는 전력 제한선 안에서 프라임 코어의 최대 성능이 반영됐다. 인텔의 코어 울트라 9 285K의 싱글 코어 점수가 3300~3400 정도인 것을 생각하면 싱글 코어 성능은 훌륭하다. 이에 따른 싱글 코어 기반 애플리케이션 환경 성능도 각 모델별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프라임 코어 12개와 퍼포먼스 코어 6개를 갖춘 18코어 구성에서도 멀티 점수는 기대보다는 조금 아쉽다. 물론 코어 울트라 9 285K가 2만2000~2만3000 정도라는 것을 생각하면 절대적 성능이나 성능 효율 면에서는 아쉬울 것이 없다. 하지만 확실한 우위를 보이던 싱글 코어 점수 대비, 엘리트 익스트림의 멀티 코어 성능은 코어 구성 등에 비해 실제로는 전력과 발열 등에 대한 현실적 제한이 제법 크게 적용되는 게 아닌가 짐작된다.

프로세서 연산 성능을 가늠할 수 있는 ‘시네벤치 2024’ 결과에서 22W 제한이 걸린 스냅드래곤 X2 엘리트 18코어 버전은 12코어 대비 멀티 코어 성능에서 코어 수에 따른 이득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물론 절대 성능이나 전력 효율에서는 경쟁 제품 대비 분명한 우위에 있고 제품 디자인과 전력 설정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퀄컴의 자료에서는 같은 전력 설정에서 엘리트와 엘리트 익스트림 18코어간 성능 차이는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도 언급된 바 있다.

스냅드래곤 X2 엘리트 레퍼런스 시스템의 솔라 베이 테스트 결과 / 샌디에고=권용만 기자
스냅드래곤 X2 엘리트 레퍼런스 시스템의 솔라 베이 테스트 결과 / 샌디에고=권용만 기자

그래픽 성능에서는 경쟁사와의 격차를 제법 좁혔다. 3D마크(3DMark)의 ‘솔라 베이(Solar Bay)’와 ‘스틸 노마드 라이트(Steel Nomad Light)’ 점수에서는 12코어 버전 스냅드래곤 X2 엘리트인 X2E-84-100 기반 레퍼런스 시스템도 AMD의 ‘라이젠 AI Z2 익스트림’의 25W 설정 환경 이상의 성능을 보일 정도다. 한편, 스냅드래곤 X2 엘리트의 12코어 버전 ‘X2E-84-100’은 프로세서 코어 수 뿐만 아니라 GPU 또한 성능 조절 이상으로 슬라이스 구성에 조정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퀄컴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타임 스파이(Time Spy)’ 점수에서는 전작이 경쟁 제품 대비 절반 수준의 성능을 보인 것에 비해 크게 향상돼 현재의 경쟁 제품과 비슷한 4000점대 수준이 될 것으로도 보인다. 이 경우, 내년 상반기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상대는 12개 Xe코어 구성의 GPU를 탑재한 인텔의 코어 울트라 300 시리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은 코어 울트라 300 시리즈에서 그래픽 성능을 대폭 향상할 계획임을 공개한 바 있다.

신경망처리장치(NPU) 성능은 UL 프로시온(Procyon)의 AI 컴퓨터 비전 결과를 기준으로 약 80%까지 향상됐다. 하지만 아직 이미지 생성이나 텍스트 생성 테스트의 공식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른 데모 세션에서는 실제 거대언어모델(LLM)을 스냅드래곤 X2의 NPU로 구동하는 시연을 진행했는데, 일부 경우 이전 세대 대비 두 배 이상까지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사르밤 AI(Sarvam AI)나 애니씽 LLM(Anything LLM), 넥사.ai(Nexa.ai) 등 NPU를 활용해 LLM을 활용하는 서드파티 환경 사례가 늘어난 부분은 긍정적이다.

이제 주요 게임들과의 호환성 문제도 제법 많이 해결된 상태다. / 샌디에고=권용만 기자
이제 주요 게임들과의 호환성 문제도 제법 많이 해결된 상태다. / 샌디에고=권용만 기자

리얼 월드 게이밍 위한 지속 도전

퀄컴이 PC 시장을 노리는 스냅드래곤 X 시리즈의 발표 이후 줄곧 중요하게 다뤄온 부분 중 하나가 ‘게이밍’이다. 스냅드래곤 X 시리즈가 발표된 지도 1년 6개월이 지났으며 출시 초기에 직면했던 주요 문제들도 상당 부분 해결됐다. 특히 스냅드래곤 X2 엘리트 시리즈에서 GPU 성능이 강화돼 이제 제법 경쟁력 있는 수준의 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

Arm 네이티브 게임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x86 기반 게임들은 Arm 아키텍처 기반 환경에서 실행되기 위해 에뮬레이터를 거쳐야 한다. 스냅드래곤 X 시리즈 사용자는 이 과정에서 크게 두 가지 문제에 직면해 왔다. 첫 번째 문제는 게임 실행시 ‘안티 치트’ 프로그램이 에뮬레이터로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한 두 번째는 지금까지의 에뮬레이터는 AVX계열 명령어를 지원하지 못해서 이를 사용하는 x86 애플리케이션은 Arm 환경에서 실행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현재는 이러한 주요 문제들이 모두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먼저 ‘안티 치트’ 문제는 이제 주요 플랫폼과 게임들이 사용하는 메이저급 솔루션들이 Arm 기반에서 동작할 수 있게 협력했다. 게임 자체는 에뮬레이터로 처리할 수 있지만, 커널 모드로 구동돼야 하는 안티치트 솔루션은 반드시 네이티브 포팅이 필요하다. 특히 많은 노력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 ‘EAC(Easy Anti-Cheat)’는 포트나이트 등에서 사용된다. 이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주요 플랫폼을 상징하는 인기 게임들을 실행할 수 있게 됐고, 게이밍 시장에서의 접근성을 크게 높였다.

에뮬레이터의 AVX 계열 명령어 지원 문제는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력으로 새로운 에뮬레이터가 최신 윈도11 업데이트로 탑재되기 시작하면서 해결됐다. 퀄컴은 이에 대해 “CPU 기반 명령어들은 에뮬레이션을 거치지만 GPU 활용시 API 호출은 모두 네이티브로 동작한다. 이에 에뮬레이션을 거친 게임에서도 GPU 성능은 ‘네이티브’이며, GPU 비중이 높은 게임은 굳이 네이티브 포팅을 하지 않아도 충분하다”고 언급했다. 행사 중 데모 세션에서도 ‘사이버펑크 2077’이나 ‘오버워치’, ‘포트나이트’, ‘검은 신화: 오공’, ‘스트리트 파이터 6’ 등 최신 게임의 구동과 AMD FSR(FidelityFX Super Resolution) 기술까지 적용할 수 있음을 시연했다.

샌디에고=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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