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덕'(Otaku)은 해당 분야를 잘 아는 '마니아'를 뜻함과 동시에 팬덤 등 열정을 상징하는 말로도 통합니다. IT조선은 애니메이션・만화・영화・게임 등 오덕 문화로 상징되는 '팝컬처(Pop Culture)'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어린시절 열광했던 인기 콘텐츠부터 최신 팝컬처 분야 핫이슈까지 폭넓게 다루머 오덕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줄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미래로보 달타니어스(未来ロボ ダルタニアス)'는 1979년 일본현지에서 방영된 슈퍼로봇 애니메이션이다. 사자로봇이 합체한다는 점에서 ‘백수왕 고라이온(볼트론)’, ‘용자 엑스카이저', ‘가오가이거' 등과 유사하다. 1981년작 고라이온, 1990년작 엑스카이저보다 앞서 등장했다는 점에서 사자로봇 합체에 있어 ‘원조'로 분류될 만 하다.

미래로보 달타니어스. / 야후재팬 갈무리
미래로보 달타니어스. / 야후재팬 갈무리
달타니어스 애니메이션은 마징가Z를 만든 토에이(東映)가 기획하고 ‘건담'으로 유명한 선라이즈가 제작했다. 스토리는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 페르(Alexandre Dumas père)'의 소설 ‘삼총사(Les Trois Mousquetaires)’를 기반으로 일본 개그만화 ‘무당벌레의노래(てんとう虫の歌)’ 요소를 결합했다는 것이 당시 제작진들의 설명이다. 달타니어스 설정 자료집 등에 따르면 당시 제작진들 사이에서는 만화 ‘무당벌레의노래' 로봇 버전을 만들자는 목소리가 있었다. 로봇 이름은 삼총사의 ‘달타냥'에서 따온 것이다.

달타니어스는 본래 ‘콤바트라V’, ‘볼테스V’, ‘투장 다이모스' 등 나가하마 로망로봇 시리즈 최신작으로 준비됐던 작품이다. 하지만 위 3개 작품을 탄생시킨 ‘나가하마 타다오(長浜忠夫)’ 감독이 ‘베르사이유의 장미'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해 중도하차하는 바람에 ‘나가하마 로망로봇' 시리즈에 포함되지 못했다.

또, 앞서 등장한 콤바트라V·볼테스V·다이모스와 달리 미남미녀 악역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고, 어린이 시청자를 타깃으로 제작된 바람에 나가하마 3부작을 통해 끌어들인 청소년·성인 팬 층을 끌어들이지 못했다. 당시 나가하마 3부작에 열광했던 팬층은 달타니어스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등장했던 ‘기동전사 건담'으로 이동했다는 것이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 시각이다.

나가하마 감독은 정의가 악을 무찌른다는 ‘권선징악' 프레임에 고정됐던 슈퍼로봇 애니메이션을 인간 드라마가 얽힌, 성인이 봐도 재미가 있는 스토리로 탈바꿈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 인물이다.

나가하마 감독은 슈퍼로봇 애니메이션에 적과 아군 캐릭터 속에 사랑과 갈등, 혈연과 숙명 등을 넣었다. 어른이 봐도 괜찮을 만큼의 깊이 있는 인간 드라마를 슈퍼로봇 애니메이션에 녹여냈다.

감독은 적군인 외계인에게도 지구를 침략해야만 하는 정당한 명분을 부여했고, 캐릭터 시점에 따라 선과 악이 달라지는 등 당시 어린이가 이해하기에 다소 어려운 면도 추가했다. 그의 참신했던 도전은 이미 로봇 애니메이션에서 졸업한 20대 젊은이를 애니메이션 팬으로 돌아오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미래로보 달타니어스 DVD 패키지 일러스트. / 아마존재팬 갈무리
미래로보 달타니어스 DVD 패키지 일러스트. / 아마존재팬 갈무리
달타니어스는 토에이와 선라이즈의 마지막 합작 작품이다. 당시 달타니어스 제작에 참가했던 선라이즈 제작진은 이후 ‘무적로보 트라이더G7’, ‘최강로보 다이오쟈' 등의 작품에 달타니어스 로봇과 스토리 라인의 특성을 녹여냈다.

애니메이션 달타니어스는 가상의 서기 1995년 자르제국의 침공으로 멸망의 위기에 놓인 지구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 ‘타테 켄토', ‘히이라기 단지', ‘시라토리 사나에'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일본에서 부모를 잃고 살아가는 전쟁고아 소년·소녀로 소개된다.

달타니어스. / 야후재팬 갈무리
달타니어스. / 야후재팬 갈무리
켄토는 자르 제국에 의해 멸망한 에리오스 제국의 아르 박사와 만나 인간형 로봇 ‘아틀라우스'와 중형 전투기 ‘건파'를 손에 넣는다. 아틀라우스와 건파는 사자모양 로봇 ‘베라리오스'와 합체하는 것으로 거대로봇 달타니어스로 변신할 수 있다. 주인공 켄토는 달타니어스 완성을 위해 자르 제국과 싸우면서 인공지능을 갖춘 사자로봇 베라리오스를 찾아나서게 된다.

달타니어스는 인간 드라마를 중시한 나가하마 감독이 애니 제작에 참가했던 만큼 멸망의 길을 걸었던 에리오스 제국의 그림자, 적 자르 제국의 실체, 숨겨졌던 주인공의 본래 신분 등 한 편의 영화나 드라마 같은 스토리가 진하게 녹아있다.

주인공 켄토는 멸망한 에리오스 제국의 왕자다. 켄토에게 로봇을 건넨 아르 박사는 에리오스 제국의 충신이다. 켄토의 아버지 ‘타테 하야토’는 아르 박사와 함께 에리오스에서 탈출했던 ‘하린 왕자'란 설정이다. 하린 왕자는 3살이란 어린 나이에 지구에 불시착한 뒤 지구인 양부모 사이서 자라게 된다.

주인공의 아버지이자 멸망한 에리오스 제국의 왕자인 ‘하린'. / 야후재팬 갈무리
주인공의 아버지이자 멸망한 에리오스 제국의 왕자인 ‘하린'. / 야후재팬 갈무리
자르 제국은 에리오스에서 가축 취급을 받던 ‘복제인간(클론)’들의 반란을 통해 형성된 국가다. 자르 제국의 지구침략부대 사령관 ‘크롯펜'은 주인공의 아버지인 하린 왕자의 클론이다. 자르 제국의 황제 ‘도르멘'은 에리오스 제국의 황제였던 파르미온의 복제인간이다.

자르 제국 사령관 크롯펜, 하린 왕자의 클론이다. / 야후재팬 갈무리
자르 제국 사령관 크롯펜, 하린 왕자의 클론이다. / 야후재팬 갈무리
자르 제국 사령관 크롯펜은 이야기 마지막 부분에서 도르멘에게 클론이란 이유로 버림받는다. 이후 "클론이던 뭐든 하나의 인간이란 점은 다르지 않다"는 주인공의 신념에 희망을 얻은 뒤 제국에 맞서게 된다. 크롯펜은 치명상을 입은 하린 왕자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장기를 적출해 건넨 뒤 죽음을 맞이한다.

◇ 원조 사자 합체로봇 ‘달타니어스'

1979년작 달타니어스는 1981년작 고라이온, 1990년작 엑스카이저보다 앞서 등장했다는 점에서 사자로봇 합체에 있어 ‘원조'로 분류할 수 있는 작품이다. 사자 로봇이 합체하는 컨셉은 가오가이거 등 많은 로봇 작품에 영향을 끼쳤다.

달타니어스는 인간형 로봇 ‘아틀라우스'와 중형 전투기 ‘건파', 인공지능을 갖춘 사자로봇 ‘베라리오스' 등 3대의 기체가 합체해 만들어지는 거대 슈퍼로봇이다. 슈퍼로봇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못하는 미지의 에너지와 기술로 구성된 로봇을 의미한다. 대표작은 마징가Z다.

완성된 달타니어스의 크기는 높이 기준 56미터, 중량 678톤에 달한다. 마징가Z와 리얼로봇 건담 등 대부분의 로봇 메카닉이 18미터 크기를 갖췄다는 점을 고려하면 3배쯤 더 큰 셈이다.

달타니어스 ‘크로스 인' 영상. / 유튜브 제공

달타니어스 합체는 주인공 켄토의 ‘크로스 인!!’이란 외침을 통해 로봇의 변신·합체가 진행된다. 아틀라우스는 머리와 가슴부분, 사자로봇 베라리오스는 가슴과 허리 부분, 건파는 다리와 팔 부분으로 각각 합체된다.

합체될 때 주인공 조종석은 델파이터에서 머리부분으로 이동한다. 이는 그렌다이저, 볼테스V 등에서 보여준 조종석 이동과 유사하다.

달타니어스의 에너지원은 ‘시그마 에네르기'다. 이후 출력강화를 목적으로 ‘초공간 에네르기'로 변경한다. 초공간 에네르기는 검 무기 트랜세이버의 화염 출력을 높이는 등 불 공격을 강화해 준다.

달타니어스 설정 자료집 일부. / 야후재팬 갈무리
달타니어스 설정 자료집 일부. / 야후재팬 갈무리
달타니어스 로봇 디자이너는 1970년대 ‘초합금(超合金)’ 장난감 시리즈를 탄생시켰던 ‘무라카미 카쯔시(村上克司)다.

DX초합금 달타니어스. / 야후재팬 갈무리
DX초합금 달타니어스. / 야후재팬 갈무리
장난감 제조사 포피(현재 반다이 스피리츠)를 통해 출시된 DX초합금 달타니어스는 당시로선 비싼 가격이던 5800엔()에 등장해 업계에서 실패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지만, 높은 판매 수로 당시 장난감 시장에서 성공한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초합금 달타니어스는 초합금 시리즈 가격을 높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초합금혼 GX-59R 달타니어스. / 반다이스피리츠 제공
초합금혼 GX-59R 달타니어스. / 반다이스피리츠 제공
달타니어스는 평균시청률 5.9%라는 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장난감이 많이 팔린 이례적인 사례로 손 꼽힌다. 당시 존재했던 매체인 토이저널은 달타니어스가 장난감 업계에서 판매 매출이 시청률과 관계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동시에 업계의 기존 개념을 바꿨다고 평가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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