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PC 시장은 이전보다 더 나은 기능과 성능을 갖춘 새로운 제품이 등장한다. 하지만 올해 등장하는 PC 신제품은 ‘인공지능(AI)’과 함께 더욱 주목받을 전망이다. 

2024년이 기점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AI PC’에 있어,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PC의 중심인 프로세서에 AI 처리를 위한 가속기 ‘신경망처리장치(NPU)’가 탑재되기 시작한 점,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생성형 AI’와 ‘거대언어모델(LLM)’의 활용 확대 등이 중요한 변화로 꼽힌다.

이미 우리의 생활에 점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AI 기술이 PC에 들어오면서, PC 사용 경험 또한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사실, 이미 우리가 사용하는 많은 서비스들에 AI 기술을 활용한 기능을 탑재하고 있고, 앞으로 AI 기술의 활용 폭은 더 커질 것이 분명하다. 앞으로 AI 기반 기술을 더 많이 활용하게 되면서 AI 성능과 효율이 PC의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더 커질 것이고, AI PC와 그 이전 세대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AI 기술이 PC 사용 경험에 영향을 미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길을 떠올릴 수 있다.

먼저, AI 기술은 기존의 애플리케이션과 환경에서 기존의 기능들을 향상시키는 형태로 적용될 것이다. 또한 거대언어모델과 생성형 AI 등의 기술은 기존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을 넘어, 사용자와 컴퓨터간의 상호 작용 방법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두 가지 길이 서로 겹쳐지면서, AI 시대의 PC 경험은 사용자들에 아주 자연스럽게 스며들지만 다시 되돌아갈 수 없을 길을 갈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를 탑재한 ‘LG 그램 16’ 노트북 PC / 권용만 기자
인텔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를 탑재한 ‘LG 그램 16’ 노트북 PC / 권용만 기자

AI 통한 새로운 여정 돕는 ‘AI에 더 강해진’ AI PC

작년 한 해 사회 전반을 휩쓴 AI 열풍의 중심에는 ‘초거대언어모델’과 ‘생성형 AI’가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데이터와 파라미터 수를 기반으로, 기존의 데이터를 정리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형태로 뭔가를 만들어 내는 기술은 사회 전반에 큰 충격을 줬다. 물론 구현에 비현실적인 규모의 인프라가 필요했지만, 이런 비현실적인 방법이 현실로 구현 가능했다는 점에서는 시대 변화의 계기가 됐다.

이제 이러한 초거대언어모델과 생성형 AI가 어떻게든 실제로 구현 가능하고, 실제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증명된 만큼, 변화는 점점 가속화될 것이 분명하다. 자연어를 인식, 처리할 수 있는 초거대언어모델과 생성형 AI 기술의 결합은 단순한 ‘챗봇’이나 검색을 대신 해주는 ‘조수’를 만드는 것 이상의 의미를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윈도에 적용된 코파일럿과 같이 사용자와 컴퓨터간의 상호 작용 방법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앞으로의 ‘AI PC’ 환경의 지향점은 ‘목적 지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PC로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용자가 작업의 목적과 방법을 이해하고 이에 해당하는 일련의 작업을 순서대로 해야 했다. 하지만 앞으로 초거대언어모델과 생성형 AI가 ‘인터페이스’로 갖춰진 AI PC 환경에서, 사용자는 프롬프트를 통해 AI 모델에 목적과 방향성을 제시하면 일정 요건을 갖춘 결과 혹은 방향을 제시한다. 모든 작업을 말 한마디에 끝내진 못한다 해도, 번거롭고 까다로운 작업들을 제법 많이 줄여줄 수는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생성형’ 기능들이 가장 빛을 발할 부분은 오피스 스위트나 창작 작업 영역 등, 시간이 비용으로 치환될 수 있는 ‘생산성’ 관련 영역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당장 대규모 클라우드 인프라에서 서비스되는 ‘달리(DALL-E)’ 같은 모델을 PC에서 직접 수행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 이외에도, 오피스 스위트 등에서 보안에 민감한 내부 문서의 번역이나 초벌 작성, 프리젠테이션 슬라이드 초안 디자인 작성 등에서 AI 기술은 제법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앞으로의 ‘AI PC’ 시대에 CPU, GPU, NPU의 균형은 더 중요해질 것이다. / 인텔
앞으로의 ‘AI PC’ 시대에 CPU, GPU, NPU의 균형은 더 중요해질 것이다. / 인텔

현재 많은 애플리케이션에서 생성형 AI 관련 기능들은 클라우드 서비스와 연결해 활용하는 형태로 구현됐다. 이는 아직 사용자의 PC에서 생성형 AI 관련 기능을 사용하기에 시스템 구성 등에서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앞으로는 클라우드에서 잘 훈련된 모델을 PC로 옮겨, 추론은 온전히 PC의 성능으로 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지금도 개인 PC에서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 같은 오픈소스 모델을 생성형 AI 모델을 구동해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이 경우 사용자들은 충분히 훈련된 모델을 가져와 추론을 활용하는 형태로, 훈련 과정이 없는 만큼 비교적 자원 부담도 적다. 최적화가 잘 된 모델이라면 꼭 큰 용량의 메모리를 갖춘 그래픽카드가 없이도 사용할 수 있다. 실제 인텔은 ‘코어 울트라’의 출시 행사에서, 별도의 외장 그래픽카드를 갖추지 않은 노트북으로도 스테이블 디퓨전 모델로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음을 시연한 바 있다.

앞으로의 ‘AI PC’에서 AI 애플리케이션과 모델에서의 성능에 대한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PC 시장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에 여러 가지 접근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먼저, 인텔과 AMD 모두 ‘코어 울트라’나 ‘라이젠 8040 시리즈’ 등 최신 제품군에 AI 작업을 위한 ‘NPU’를 기본 장착한 점이 눈에 띈다. 이들 NPU는 AI 추론 작업 등을 높은 전력 효율로 수행할 수 있어, 전력 소비량에 제한이 있는 노트북 PC 등에서 AI 기술을 활용하는 데 아주 유용하다.

또한 현재 AI 작업 수행에 많이 사용되는 GPU 또한 지속적으로 성능과 연산 효율을 높이고 있다. CPU에서는 AI 처리에 유리한 AVX(Advanced Vector Extensions) VNNI(Vector Neural Network Instructions) 관련 명령어를 보강하며, 작업별로 적절한 장치를 사용해 처리 성능과 효율을 최적화시킨다는 전략이다. 특히 이러한 전략은 충분한 성능의 GPU를 갖춘 데스크톱 PC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성능의 GPU를 갖춘 노트북 PC 등에서 더 각별한 의미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NPU를 활용해 화상회의 등에서 품질을 높이는 ‘윈도 스튜디오 이펙트’ / 권용만 기자
NPU를 활용해 화상회의 등에서 품질을 높이는 ‘윈도 스튜디오 이펙트’ / 권용만 기자

이미 있는 기능을 더 좋게, ‘AI로 더 강력해진’ AI PC

앞으로의 AI PC에서 기대할 수 있는 또 다른 방향성은 기존의 기능들이 AI 기술을 만나 더 강력해지는 것이다. 이 부분은 사용자에 있어 크게 바뀌었다는 느낌이 와닿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익숙해지고 나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올 수 없을 변화기도 하다. 또한 기존의 기술을 더 강력하게 만들어주는 만큼 당장 익숙한 작업에서 그 효용성을 느낄 수 있고, 시장 경쟁력 측면으로 활용하기에도 좋은 부분이다. 

사실 이러한 부분에서의 AI 기술 활용은 제법 오래전부터 이뤄져 왔다. 대표적인 것이 화상회의 때의 카메라와 오디오 처리다. 화상회의 앱에서 카메라로 입력된 영상에 배경 흐림 처리나 즉석 배경 합성 처리를 하고, 입력되는 오디오에서 사용자의 목소리를 판단해 다른 소리를 지우는 잡음 제거 기술은 AI 기술이 적용되면서 더욱 정교해졌다. 특히 윈도11에서 별도의 NPU가 탑재돼야 사용할 수 있는 ‘윈도 스튜디오 이펙트’는 카메라에서의 화자 추적과 눈동자 초점 보정, 배경 흐림 처리 등을 NPU로 처리해 시스템 부담을 줄이고 정교함을 높인다.

화상회의에서 비디오 처리는 기존에 CPU나 GPU로 주로 처리했던 데 비해, 오디오 처리는 상대적으로 좀 더 오래 전부터 별도의 처리 장치를 통해 AI 기술을 활용해 왔다. 인텔의 경우는 이미 11세대 코어 프로세서 시절부터 ‘스마트 사운드 기술(SST: Smart Sound Technology)’를 통해 마이크의 잡음 제거나 음질 향상 처리의 하드웨어 지원을 제공한 바 있다. 이러한 기술들도 새로운 AI 기술과 NPU 처리 지원 등에 힘입어 좀 더 정교한 처리를 지원해, 사용자의 만족감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대량의 비정형 미디어 데이터 관리에도 AI 기술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 많은 사진 편집, 관리 프로그램들이 이미 메타데이터 기반 분류 뿐 아니라 사진의 내용을 AI로 인식, 얼굴이나 장소 등의 특징으로 분류하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선명하지 못하거나 어두운 사진 등을 자동으로 보정하고 노이즈를 제거하고, 낮은 해상도의 이미지를 높은 해상도의 이미지로 재생성하는 등의 작업에도 AI 기술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엔비디아의 ‘DLSS 3’ 기술 주요 개요 / 엔비디아 홈페이지 갈무리
엔비디아의 ‘DLSS 3’ 기술 주요 개요 / 엔비디아 홈페이지 갈무리

AI 기술은 GPU의 게이밍 성능을 높이는 데도 활용된다. 엔비디아의 ‘DLSS(Deep Learning Super Sampling)’이나 AMD의 ‘FSR(FidelityFX Super Resolution)’, 인텔의 ‘XeSS(Xe Super Sampling)’ 같은 업샘플링 기술이 좋은 예다. 이들 업샘플링 기술은 실제 설정된 해상도보다 낮은 해상도에서 그래픽을 렌더링하고, 출력 단계에서 AI를 통해 이를 실제 설정된 해상도 수준으로 보정해 출력함으로써 더 향상된 성능을 얻는 방법이다.

이 업샘플링 기술은 4K급 해상도에서 이미지 품질에서 약간의 타협만으로 게이밍 성능을 크게는 수 배까지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점점 더 많은 게임에서 지원하는 추세다. 또한 최신 ‘DLSS 3’나 ‘FSR 3’에서는 아예 AI로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어 넣을 수 있어, 더 높은 체감 성능을 제공할 수 있다. 한편, 엔비디아의 ‘DLSS’는 엔비디아의 RTX 시리즈 GPU에서만 쓸 수 있고, ‘DLSS 3’는 지포스 RTX 40 시리즈 GPU에서만 사용할 수 있지만, AMD나 인텔의 기술은 모든 그래픽카드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이러한 업샘플링 기술은 게임 뿐만 아니라 ‘영상’에서도 활용 가능하다. 엔비디아의 ‘RTX 비디오 슈퍼 레졸루션(RTX VSR: RTX Video Super Resolution)’은 낮은 해상도의 영상을 GPU 가속한 AI 모델을 사용해 높은 해상도로 볼 수 있게 해 준다. 이런 기술은 네트워크 성능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도 고품질 비디오를 보고 싶은 상황이나, 낡은 소스의 품질 향상 등에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의 엣지 브라우저도 자체적으로 VSR 기능을 제공하는데, 엔비디아의 GPU가 아니더라도 사용할 수 있다.

한편, AI 기술을 활용한 시스템 최적화는 이미 상당히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델 등 대형 PC 제조사가 제공하는 시스템 관리 프로그램에는 머신러닝 기술 등을 활용해 사용자의 사용 패턴을 파악하고, 높은 성능이 필요한 상황을 파악해 시스템을 자동으로 최적화해 주는 기능들이 이미 적용돼 있다. 이러한 부분에서 독특한 사례로는 레노버가 있는데, 게이밍 노트북 제품군 ‘리전’ 모델 중에는 별도의 AI 칩을 탑재해, 사용자의 별도 조작 없이도 자동으로 정교한 실시간 성능 최적화를 제공한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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