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PC’ 개념이 등장한 2024년은 40년이 넘는 PC의 역사 중에서도 손꼽힐 만한 변화의 시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PC 초창기에는 CPU만 있었지만, 2D/3D 그래픽 시대를 지나면서 PC에는 그래픽처리장치(GPU)가 기본이 됐고, 이제 AI PC 시대에는 신경망처리장치(NPU)가 기본이다. 시대를 상징하는 중요한 작업을 위한 ‘가속기’가 탑재되면서, AI PC 시대 또한 AI 기능이 모든 PC 작업에서 기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에서는,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가진 AI PC 시장이지만 아직 사용자들이 변화를 체감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 써 오던 PC의 사용 관행이 갑자기 크게 바뀌는 것도 쉽지 않고, 우리에게 친숙한 애플리케이션의 어디에 AI 기술이 사용되는지 찾는 것도 쉽지 않다. 때로는 AI 기술이 클라우드만의 전유물이라 생각하고, 이미 AI 관련 기술을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도 흔하다.

하지만 이미 우리는 PC에서 제법 많은 AI 관련 기술들을 사용하고 있고, 앞으로 PC에서 사용 가능한 AI 기술의 수 또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AI 기술은 기존에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던 기능들을 더 강력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에는 생각하기 힘들었던 기능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한다. 또한 기존에는 초거대 클라우드나 초고성능 워크스테이션 급에서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생성형 AI’도 이미 AI PC에서 사용할 수 있다.

새로운 ‘코파일럿 키’는 최신 ‘AI PC’의 상징 중 하나다. / 권용만 기자
새로운 ‘코파일럿 키’는 최신 ‘AI PC’의 상징 중 하나다. / 권용만 기자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이제는 ‘AI 플랫폼’화 진행 중

마이크로소프트는 AI PC 시대의 개막과 함께 큰 역할이 기대되는 중요한 기업으로 꼽힌다. 기존 PC 생태계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환경의 영향력은 절대적인 만큼, 윈도 환경의 변화는 AI PC 환경이 자리잡는 데 있어 중요한 움직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윈도 플랫폼의 AI PC 시대로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으며, 윈도11의 대형 업데이트와 차기 버전에 이르기까지의 변화 폭은 기존의 윈도 환경을 제법 크게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 

‘AI PC’를 위한 윈도 환경의 상징은, 이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AI 서비스 브랜드가 된 ‘코파일럿(Copilot)’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최신 윈도11의 사용자 기본 인터페이스 수준에 이 코파일럿을 통합하고 있으며, 이제는 마이크로소프트 계정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윈도에서 코파일럿을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최신 AI PC의 요구 조건 중 하나로 꼽히는 ‘코파일럿 키’의 등장도, 1995년 ‘윈도 95’ 등장 이후 29년 만에 나타난 주목할 만한 변화다.

아직 윈도에 통합된 ‘코파일럿’은 클라우드 서비스의 인터페이스 같은 모습이지만, 이를 통해 자연어 질의로 로컬 윈도의 일부 기능을 직접 제어 가능하다는 점이 웹 기반 코파일럿과는 차별화된다. 향후 윈도 코파일럿이 다룰 수 있는 로컬 제어 기능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며, 궁극적으로는 코파일럿이 윈도 플랫폼에서 클라우드에 의존하지 않는 ‘온디바이스’ 타입으로 탑재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오피스 365’의 주요 프로그램에 ‘코파일럿’을 통합해, 문서 작업 등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이는 기존 구독 플랜에 추가 구독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비즈니스와 엔터프라이즈 플랜에서는 사용자별 월 4만500원 요금으로 제공되고, 향후 개인용 플랜에서도 제공될 예정이다. 이 외에도, 기본 ‘사진’ 프로그램 등에서도 배경 지움 등에 AI 기능이 제공되며, 최신 프리뷰 버전에서는 ‘메모장’에도 생성형 AI 기능이 탑재됐다. 

향후 AI PC를 위한 플랫폼 차원에서의 주목할 만한 변화로는 ‘다이렉트ML’ 을 꼽을 수 있겠다. ‘다이렉트ML’은 AI 애플리케이션이 하드웨어를 활용하는 데 있어 장치의 종류에 개의치 않고 접근할 수 있는 공용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개발자들은 ‘다이렉트ML’을 활용함으로써, AI 애플리케이션 구현에서 CPU, GPU와 NPU를 모두 쉽게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인텔도 ‘AI 부스트’ NPU의 ‘다이렉트ML’ 지원을 준비하고 있으며, 현재 프리뷰 버전을 선보인 상태다.

NPU가 탑재된 ‘AI PC’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윈도 스튜디오 이펙트’ / 권용만 기자
NPU가 탑재된 ‘AI PC’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윈도 스튜디오 이펙트’ / 권용만 기자

화상회의와 콘텐츠 제작, 편집 환경에서도 ‘AI 지원’ 시대

현재 AI PC 에서 바로 혜택을 볼 수 있는 부분 중 하나는 ‘화상 회의’다. 노트북의 내장 카메라에 적용되는 ‘윈도 스튜디오 이펙트’는 NPU 등의 가속기가 탑재된 경우에만 활성화되며,  화상회의 등에서 필수적인 기능인 배경 흐림이나 자동 리프레임, 시선 처리 등의 작업을 NPU로 성능과 전력 소비 부담 없이 처리한다. 이를 사용할 경우, 노트북 PC에서 배터리 사용 시 화상회의 사용 시간 향상 등을 기대할 수 있다.

화상회의를 위한 주요 플랫폼들도 이 ‘윈도 스튜디오 이펙트’를 활용하거나 주요 하드웨어의 직접 지원을 통해 더욱 편리한 화상회의 환경을 제공한다. 최신 AI PC에서는 카메라가 자동으로 최적의 화질을 위한 밝기, 색상 설정을 하고, 화자와 배경을 정밀하게 분리해 배경은 흐림 처리하며, 언제나 화자가 화면 중심에 있도록 조절하고, 눈맞춤도 만들어 준다. 여기에 오디오에서도 주위 잡음을 제거하고 화자의 소리를 강조하며, 회의가 끝나면 말한 내용을 화자에 따라 정리해 회의록까지 만들어 주기도 한다. 

콘텐츠 제작과 편집 환경에서도 이제 AI 기능들은 생산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디어 콘텐츠 제작을 위한 실질적 표준 환경의 위치인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환경에서도 포토샵, 프리미어 프로 등에서 다양한 AI 기능들이 제공되고 있다. 대표적인 기능으로는 이미지의 AI 기반 업스케일링이나 노이즈 제거에서부터 이미지나 영상의 색상 조절, 영상의 자동 리프레이밍, 프롬프트 기반 개체 생성이나 제거, AI 기반 채우기 등이 있다.

현재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를 포함해 미디어 편집 환경에서의 AI 활용은 대부분 GPU 기반이다. 어도비의 경우에는 GPU 사용에 ‘오픈CL’이나 ‘다이렉트ML’을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아직 대부분의 기능이 NPU를 제대로 활용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향후 AI PC의 NPU들이 ‘다이렉트ML’을 제대로 지원하게 되면 AI 기능에서 NPU 활용이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GPU 기반 AI 활용에서 ‘코어 울트라’의 ‘아크 그래픽스’는 메인스트림 데스크톱 PC 수준의 훌륭한 성능을 제공할 수 있다. 게이밍이 아닌 연산 위주의 미디어 워크로드 가속에서는 GPU 성능이 일정 수준을 충족하는 것이 중요한데, 코어 울트라의 아크 그래픽스는 이전 세대보다 큰 성능 향상과 함께 제법 복잡한 작업에서도 실용적인 성능을 제공한다. 한편, GPU 가속에서 관건은 ‘메모리’인데, 32GB 메모리 정도면 GPU 가속을 위한 충분한 메모리 공간까지 확보할 수 있다.

GIMP 스테이블 디퓨전 이미지 생성을 실행한 삼성 ‘갤럭시 북 4 프로 360’ / 권용만 기자
GIMP 스테이블 디퓨전 이미지 생성을 실행한 삼성 ‘갤럭시 북 4 프로 360’ / 권용만 기자

AI PC, ‘생성형 AI’도 문제없어

흔히 ‘생성형 AI’라 하면 고성능 GPU를 갖춘 대규모 클라우드 혹은 고성능 GPU를 갖춘 워크스테이션에서나 가능할 것 같다는 인식이 있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최신 ‘AI PC’에서는 별도의 고성능 외장 GPU를 갖추지 않았더라도, 내장 GPU와 NPU, 충분한 메모리를 갖추고 있으면 주요 생성형 AI 모델 중 최적화된 모델을 무리 없이 사용할 수도 있다. 사용할 수 있는 모델도 이미지 생성이나 오디오 생성, 챗봇까지 다양하다. 

이미지 생성에서는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 모델을 주목할 만 하다. 인텔은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의 공식 발표와 함께 이 ‘스테이블 디퓨전’ 모델을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 기반의 AI PC에서 GPU, NPU를 이용해 돌릴 수 있도록 최적화된 모델을 선보였다. 웹 UI 혹은 GIMP(GNU Image Manipulation Program)의 플러그인으로 활용할 수 있는데, ‘GIMP’의 플러그인으로 활용하는 쪽이 사용성 측면에서 더 좋다. 인텔은 이 플러그인을 깃허브(Github)를 통해 배포하고 있으며, 설명서를 따라 큰 어려움 없이 설치할 수 있다.

인텔이 제공하는 ‘스테이블 디퓨전’ 플러그인은 오픈비노(OpenVINO)와 스테이블 디퓨전 1.5 모델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사전 훈련되어 있어 별도의 훈련 없이 설치 후 바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설정을 통해 CPU, GPU, NPU를 적절히 조합해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스테이블 디퓨전’ 모델은 16GB 메모리가 장착된 시스템에서도 조금 빠듯하긴 하지만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물론 32GB 메모리가 장착된 시스템에서는 좀 더 여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인텔은 오디오 편집과 생성에서도 오디시티(Audacity)를 위한 AI 플러그인을 깃허브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이 플러그인으로는 음원에서의 노이즈 제거에서부터 기존의 음악을 드럼, 베이스, 보컬과 여타 악기 트랙으로 분리할 수도 있다. 또한 스테이블 디퓨전 모델을 기반으로 텍스트 프롬프트로 음악을 만들어낼 수도 있고, 스타일 리믹스도 가능하다. 설치와 활용은 소개 페이지에서 제공되는 설명을 따라하면 큰 어려움 없이 할 수 있다.

한편, 최근 관심이 높은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챗봇’도 PC에서 시도해볼 수 있다. 라마2(Llama 2) 기반 모델 등은 커뮤니티들을 통해 PC에서도 충분히 돌릴 수 있는 방법이 나와 있지만, 사실 이를 제대로 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 이 부분에서 주목할 만한 사례로는 엔비디아가 지포스 RTX GPU 사용자들을 위해 제공하는 ‘챗 위드 RTX(Chat with RTX)’ 패키지나, 애즈락이 라데온 GPU 사용자들을 위해 제공하는 설치 자동화 ‘AI 퀵셋’ 등이 있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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