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PC 시장은 최근 몇 년의 기간 중 가장 큰 변화를 눈 앞에 두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는 ‘AI’가 있으며, 오늘날 개인의 삶과 기업의 업무에 밀접하게 연결된 PC의 변화는 PC를 사용하는 모든 가치 사슬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AI 기술로 인한 변화는 단순하게는 지금까지 하던 작업들을 좀 더 잘 할 수 있게 돕는 것에서부터 크게는 PC와 IT 기술을 사용하는 방법 자체를 바꾸기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다.
◇ 일상에 더 가까이 다가올 ‘AI 시대’ PC의 변화
사실 정보통신 기술에서 ‘인공지능’은 이미 수십년 전부터 논의되어 오던 기술이지만, 본격적으로 실체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대략 20년이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클라우드와 빅 데이터, 그래픽처리장치(GPU) 연산과 고성능 컴퓨팅(HPC) 등 지난 10여년 간 등장했던 주요 ‘기술적 변곡점’들이 서로 모인 결과, 이제 AI는 거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충분히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특히 ‘생성형 AI’에 대한 기대는 이제 최고조에 달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생성형 AI를 업무에 투입해 의미 있는 성과를 얻고 있으며, 활용도는 앞으로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는 생성형 AI를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느냐를 논하는 단계를 지나, 생성형 AI가 어떤 직종에서 어느 정도의 사람들을 대체하고, 이에 따른 사회적 충격이 어느 정도가 될지를 고민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가장 주목받는 트렌드는 ‘인공지능’이지만, 시장 전반의 관점은 조금 달라진 모습이다. 2023년은 좀 더 기술적인 완성도와 더 큰 모델, 더 좋은 성능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2024년은 좀 더 현실적인 ‘활용’에 관심이 높아졌다. 이에 AI 기술을 구현하는 핵심 환경도 대규모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서 엣지를 거쳐, PC와 스마트폰 등 사용자와 대면하는 엔드포인트까지 확장되는 모습이다.
많은 기술 기업들이 꼽는 2024년 AI 기술의 트렌드는 ‘하이브리드 AI’다. 지금까지의 대표적인 AI 서비스들이 대규모 클라우드 환경을 기반으로 하는 ‘온라인 서비스’ 형태였다면, 앞으로는 이 기술이 엣지 데이터센터는 물론, 사용자의 디바이스 수준까지 내려와 가장 적합한 곳에서 사용될 것이라는 의미다. 또한 데이터센터에서는 모델을 훈련, 고도화하고 엣지나 사용자의 디바이스에서는 추론을 수행해 효율을 높이는 서비스 구성도 더 늘어날 것이다.
2024년에 기대되는 PC와 디바이스의 변화는 이러한 AI 기술 활용의 변화에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AI 기술의 활용에 있어 디바이스 수준에서 바로 실행되는 ‘온디바이스 AI’는 반응 속도나 네트워크 비용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장점이 크다. 그리고 AI 기술의 생애 주기에서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잘 다듬어진 모델을 통해 결과를 얻는 ‘추론’을 빠르고 편리하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이미 2024년형 PC를 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환경에 대거 반영되고 있다. PC 영역에서는 인텔이 선보인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나 AMD가 발표한 ‘라이젠 8040 시리즈’ 프로세서에는 AI 워크로드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신경망처리장치(NPU)’를 탑재했다. 스마트폰에서는 이미 제법 오래 전부터 퀄컴 등에서 NPU를 탑재하고 있다. NPU 탑재 하드웨어의 보급이 본격화되면서, 소프트웨어 또한 NPU 활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PC 업체들 또한 2024년을 위한 새로운 PC의 상징적 표현으로 ‘AI’를 꼽는다. 특히, 코로나 19 팬데믹 특수가 있긴 했지만 길게 보면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다소 침체된 분위기던 PC 시장 전반의 전환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게 느껴진다. AI 기술은 단순히 기존에 PC가 수행하던 기능과 성능을 높이는 것 뿐만 아니라 PC를 사용하는 방법과 PC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 자체를 바꿀 수도 있을 존재인 만큼, 새로운 PC로 열리는 시장의 판도는 이전과는 사뭇 다를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권명숙 인텔코리아 사장은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코어 울트라’ 프로세서는 ‘센트리노(Centrino)’ 이후 PC 시장에 가장 큰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2003년 처음 등장한 ‘센트리노’는 노트북에 ‘와이파이’를 기본으로 만든 계기를 만든 플랫폼이다. 앞으로의 ‘AI PC’가 이 ‘센트리노’에 비교된다는 것에서 앞으로의 변화가 얼마나 클 것인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 예전과는 확연히 차별화될 ‘2024년형’ PC에 대한 기대
2024년형 PC는 이전 세대와는 확연히 차별화된 가치를 전달할 것으로 기대되며, 향후 몇 년 뒤에는 기술적인 단절기의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기술적 단절기’를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AI’ 기술이다. 특히 현재 PC 시장의 주류인 노트북 시장에서 2024년을 앞두고 인텔과 AMD 모두 NPU를 탑재한 메인스트림 프로세서를 시장에 투입한 것은 여러 모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텔과 AMD 모두 새로운 프로세서에 탑재한 NPU는 당장 눈에 보이는 성능 측면에서는 그리 돋보일 부분이 아니다. 현재 양 사의 최신 프로세서에 탑재된 NPU는 AI 추론 ‘성능’만으로 보면 프로세서에 탑재된 GPU에 비해 떨어지고,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도 현재 시점에서는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아직은 NPU가 내장된 프로세서를 탑재한 새로운 노트북의 AI 성능이 고성능 GPU를 탑재한 데스크톱 PC를 넘어서지는 못한다.
하지만 NPU가 기본 탑재된 프로세서의 등장은 앞으로 PC의 AI 환경을 바꾸는 중요한 계기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일단, 앞으로 판매될 많은 PC에 NPU가 ‘기본’이 되면서, 소프트웨어 제작사들 또한 NPU를 모든 시스템에 탑재된 기본 구성 요소로 전제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NPU의 존재가 선택적이지만, 앞으로 AI 기술의 활용이 늘어날 수록 NPU의 존재는 한 시대를 구분하는 중요한 기능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AI 역량이 강화된 하드웨어 기술의 발표가 AI PC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의미라면, 이를 완전히 꽃피우는 것은 ‘소프트웨어’가 될 것이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2024년에는 여러 모로 기대할 만한 발표들이 준비중이다. 이 부분에서 가장 먼저 꼽을 수 있을 곳은 마이크로소프트다. 현재의 ‘윈도11’의 기능 업그레이드와 차기 버전 윈도의 발표가 2024년 중 예정돼 있는데, 양 쪽 모두 AI 관련 기능의 강화가 중요한 점으로 꼽힌다.
PC에 적용되는 AI 기반 기술들도 더욱 다양하게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AI 기반 기술이라 하면 ‘코파일럿’이나 ‘어시스턴트’, 혹은 생성형 모델 같은 기술들이 대표적으로 언급되는데, 이러한 기술들은 온라인 서비스 뿐만 아니라 PC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설치형 소프트웨어와 결합돼, 온라인으로 연결된 상태에서 애플리케이션에 통합된 구독형 서비스 모델로 제공되는 모델이 보편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AI로 인한 혜택은 이러한 것만 있는 것은 아니고, 이미 기존에 있던 기술들도 AI로 더 훌륭해질 수 있다. AI 기술은 화상회의를 위한 카메라에 더 정교한 보정 효과를 넣고, 사운드에서는 주변 잡음을 예전보다 더 깔끔하게 제거할 수 있다. 또한 별다른 관리나 설정 없이 무심하게 PC를 사용하더라도 사용 패턴에 따른 최적화로 언제나 상황에 맞는 성능을 누릴 수 있게도 할 수 있다. 많은 PC 업체들이 AI 시대의 PC를 위한 차별점으로 이러한 부분들을 주목하고 있고, 치열한 시장 경쟁 속에서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으로도 기대된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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