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와 정부가 알뜰폰 점유율 규제 대상에 금융권을 포함할지를 놓고 이견을 보인 데 이어 이번엔 '도매대가 협상 사전규제' 부활을 놓고도 의견 차이를 드러냈다. 이동통신 3사는 잇따른 규제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반면 알뜰폰 업계는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 그간 고대했던 사안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기 때문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날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에서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이 논의됐으나 최종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해당 법안은 이동통신 3사, 금융권, 대기업 계열의 알뜰폰 자회사 시장 점유율을 60%(사물인터넷 회선 제외)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11월 21일을 시작으로 11월 27일과 12월 2일까지 법안 소위만 세 번 열렸지만 별 소득 없이 모두 끝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1월 27일 김현 의원 안에 반대하며 "금융권을 빼고 이통3사 자회사의 점유율(사물인터넷 회선 제외)을 50%로 제한하자"는 대안을 제시했다가 12월 2일에는 내년 3월 일몰 예정인 도매대가 사전규제 부활 카드를 또 다른 대안으로 제시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사용자 편익 입장에서 정부는 하나의 의견을 제시한 것이지 결론을 정해놓고 관철시키려고 한 건 아니다"라며 "현재 세 차례나 소위가 열릴 만큼 열린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예단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 좀 더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도매대가 사전규제는 정부가 알뜰폰 업체 대신 1위 사업자 SK텔레콤을 상대로 도매대가 협상에 나서는 것을 뜻한다. 앞서 21대 국회는 해당 사전규제로 인해 알뜰폰 사업자들이 가만히 앉아서 싼값에 사업을 영위한다며 사전규제를 내년 3월 끝내기로 했었다. 따라서 내년 4월부터 알뜰폰 사업자별로 SK텔레콤과 도매대가 협상에 직접 나서야 했다. 하지만 이번 과기정통부 안은 다시 과거로 돌아가 정부가 협상 테이블에 참여하겠다는 의미다.
과기정통부는 소위 당일 "근본적으로 알뜰폰 업계가 원하는 시장 부흥 방안은 사전규제 부활이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방위 일부 관계자는 정부가 사전 논의 없이 갑자기 사전규제 안을 내놔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과방위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가 갑자기 도매대가 사전규제 안을 내놓으면서 점유율 규제안과 묶어 처리하자고 한다"며 "현재 과방위에서 초선 의원이 많은 까닭에 도매대가 사전규제 안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대로는 소위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실 관계자는 "이날 점유율 규제안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는데 정부가 느닷없이 사전규제 안을 추가 제시했다"며 "현재 안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사전규제 안을 환영하는 목소리도 있다. 또 다른 의원실 관계자는 "현 알뜰폰 시장 개혁을 위해 도매대가 사전규제 안이 필요하다"며 "과기정통부는 현재 알뜰폰 사업자들을 상대로 등록조건을 시행하고 있는데 소위에서 이를 변경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부여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정부와 국회의 움직임에 통신업계는 숨죽이고 현 상황을 바라보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점유율 규제뿐만 아니라 도매대가 사전규제까지 이어진다면 그만큼 매출이 빠질 수밖에 없다"며 "모든 건별로 규제가 들어온다면 사업하기가 더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도매대가 사전규제는 알뜰폰 업계가 이전부터 계속 원했던 사안이다"며 "정부 안대로 간다면 알뜰폰 업계 누구나 환영할만하다"고 말했다.
정부와 국회는 이르면 다음 주 다시 법안소위를 열고 의견 조율에 나설 전망이다.
김광연 기자 fun3503@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