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구글·애플의 앱 마켓에 지불한 수수료는 약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매출의 30%를 원천징수처럼 내야 하는 수수료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소 게임사 45곳은 구글과 애플 앱 마켓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구글과 애플이 과도한 앱 마켓 결제 수수료 갑질을 당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해외에서도 비슷한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영국의 앱 개발사 역시 애플이 산업 경쟁력을 저해할 정도로 과도한 수수료를 청구한다며 애플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구글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는 연간 매출 100만달러(약 14억원) 이상 앱 개발사·개발자를 대상으로 인앱결제 수수료 최대 30%를 부과한다. 인앱결제는 앱 마켓 자체 결제 시스템을 말한다.
의아한 점은 구글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보다 수수료율이 더 싼 원스토어 같은 제3 앱 마켓이 있는데 국내 대형 게임사일수록 구글과 애플 양대 앱 마켓을 고수한다는 점이다. 국내 앱 마켓인 원스토어의 인앱결제 수수료율은 20%로 구글·애플보다 10%p 저렴하다. 국내 게임업계가 구글·애플의 앱 마켓 독과점을 돕는 모양새다. 앱 마켓 수수료는 대부분 게임에서 나온다.
핵심 게임은 구글·애플 앱 마켓으로
실제 엔씨소프트 ‘리니지’ 시리즈 등 구글과 애플 매출 순위 상위권을 유지하는 게임은 보통 원스토어에 입점하지 않는다. 원스토어 같은 제3앱마켓은 12월 3일 기준 구글 매출 10위권 게임이 하나도 없다. 원스토어는 12월 3일 기준 구글 매출 10위권 게임 중 리니지2M(구글 매출 5위)만 구글플레이스토어로 연결되는 링크가 제공된다.
2021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국내 앱 마켓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상생협약에 참여한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대형 게임사마저 원스토어 입점에 소극적이다. 핵심 게임 라인업은 구글플레이스토어에서 찾아야 한다.
원스토어가 구글·애플보다 인앱결제 수수료율이 10%p 낮다는 건 구글플레이스토어에 출시한 게임을 원스토어에도 입점시키면 더 적은 수수료를 내게 된다는 말이다. 원스토어에 입점하기만 해도 수수료 절감을 통해 바로 실적을 개선할 수 있다.
수수료 더 저렴해도 입점 안 해
하지만 게임사는 원스토어 입점을 주저한다. 다른 이유가 있어 보인다. 구글이 엔씨소프트, 넷마블, 컴투스, 펄어비스 등 국내 대형 게임사에 수천억원 규모 뒷돈(리베이트)을 준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이 같은 정황 때문에 제기된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게임사가 제3 앱 마켓 입점을 하지 않는 이유는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음에도 기회비용을 따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신민수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해 2월 국회에서 열린 ‘국내 모바일 앱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정책지원 방안’ 세미나에서 2022년 주요 게임사 앱이 원스토어에 입점한 이후 월 거래액이 47%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거래액 증가는 원스토어 등 제3 앱 마켓 입점이 소비자 혜택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원스토어나 갤럭시스토어 등 안드로이드 OS의 제3앱마켓은 결제액 일부를 되돌려주는 등 다양한 결제 혜택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렇게 거래액이 증가하는 것이 장점만 있는 게 아니다. 앱 마켓 매출이 분산되면 구글 매출 순위가 하락한다. 구글 매출 순위는 모바일게임의 흥행 성과를 측정하는 핵심 시장 지표다. 구글 매출 순위가 하락하면 해당 게임 브랜드의 가치가 저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앱 마켓별 전용 버전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도 기회비용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원스토어에 게임을 출시하면 수익은 늘어날 수 있지만 원스토어 버전을 개발·운영하는 비용, 구글 매출 순위 하락에 따른 기회비용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게임사가 안드로이드 OS는 구글플레이 한 곳에만 서비스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