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 수혜주로 한화그룹 계열사 주식들이 연일 화제다. 지난해 내내 양호한 흐름을 보였지만서도,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폭발적인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한화가(家) 장남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조선과 방산 등 일부에 국한된 얘기다. 김승연 한화 회장의 둘째 아들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이끄는 금융 계열사들은 경쟁 금융사보다 뒤처진 수익률로 주주들에게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6일 기준 김동관(사진 왼쪽) 한화그룹 부회장이 이끄는 방산·조선 등 부문(한화·한화솔루션·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한화오션·한화엔진)은 최근 1년간 평균 137.4% 급등한 반면 김동원(사진 오른쪽) 한화생명 사장의 금융 등(한화생명·한화손해보험·한화투자증권·한화리츠)은 17.5% 하락했다. / 조선DB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6일 기준 김동관(사진 왼쪽) 한화그룹 부회장이 이끄는 방산·조선 등 부문(한화·한화솔루션·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한화오션·한화엔진)은 최근 1년간 평균 137.4% 급등한 반면 김동원(사진 오른쪽) 한화생명 사장의 금융 등(한화생명·한화손해보험·한화투자증권·한화리츠)은 17.5% 하락했다. / 조선DB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1년간 한화그룹 소속 상장사(우선주 제외) 11개의 주가 상승률은 평균 67.3%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0.3% 하락한 것을 고려하면 꽤 높은 상승률이다. 한화그룹 상장사를 담은 PLUS(플러스) 한화그룹주 상장지수펀드(ETF)도 작년 12월 24일 상장한 뒤 전날까지 62.7% 오르며 다른 그룹주 ETF를 압도했다.

허나 속을 들여다보면 조금씩 온도차가 있다. 고르게 오르기보다는 특정 기업이 상승세를 주도하는 분위기다. 김동관 부회장이 이끄는 방산·조선·에너지 부문(한화·한화솔루션·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한화오션·한화엔진)은 최근 1년간 평균 137.4% 급등한 반면, 김동원 사장의 금융 부문(한화생명·한화손해보험·한화투자증권·한화리츠)은 평균 17.5% 하락했다. 

금융 계열사별로 보면 한화생명이 14.2% 내렸고, 한화손보는 17.3%, 한화투자증권은 11.9% 하락했다. 한화생명의 자회사인 한화리츠도 1년 새 주가가 26.6% 급락했다. 연초 이후로 놓고 봐도 한화그룹 계열 방산·조선·에너지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60.0%, 금융 등은 평균 5.0%로 격차가 컸다.

한화 금융의 주가 부진은 회계제도 변경 등 이슈에 따라 업계 전체 투자 매력이 떨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화생명·한화손보는 금융당국의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해약환급금 준비금 부담이 커지면서 배당 여력이 악화된 게 영향을 미쳤다. 증권사인 한화투자증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파에 따른 실적 악화로 주가가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한화그룹 방산·조선 등 계열사(위)과 금융 등 계열사(아래) 최근 1년 주가 등락률 / IT조선
한화그룹 방산·조선 등 계열사(위)과 금융 등 계열사(아래) 최근 1년 주가 등락률 / IT조선

그룹내에서도 꼴찌, 같은 업종내에서도 문제아 

문제는 동일 업종 내에서도 주가 하락폭이 크다는 점이다. 주요 보험사 10개를 담은 KRX 보험 지수는 최근 1년간 0.3% 상승했다. 삼성화재는 31.2% 올랐고 삼성생명(-2.1%)·DB손해보험(-0.6%)·동양생명(-1.1%)은 한 자릿수 떨어지는 데 그쳤다. KRX 증권 지수는 1년 전보다 10.2% 뛰었다. 교보증권(27.4%)·신영증권(32%) 등 일부 중형사는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경쟁사 대비로도 주가가 부진한 것은 미흡한 주주환원이 원인으로 꼽힌다. 한화생명은 지난 3년간 고작 1차례 배당만 실행했다. 2021년·2022년 1조1913억·7334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음에도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 기간 매년 배당을 진행한 주요 보험사(삼성생명·삼성화재·DB손보·현대해상·동양생명)와 상반된다. 한화손보는 5년간(2019~2023년) 지난해 1차례 배당을 실행한 게 전부다. 한화투자증권의 배당 시행은 10년간 2차례(2014년·2021년)였다.

배당 규모도 크지 않았다. 당기순이익 중 배당금으로 나가는 비율을 뜻하는 배당성향은 2023년 기준 한화생명은 14.9%, 한화손보는 14.8%에 불과했다. 이 기간 삼성생명(35.1%)·삼성화재(37.4%)·DB손보(18.3%)·현대해상(26.6%)·동양생명(23%) 등 경쟁 보험사를 크게 밑돈다. 

주가 저평가 역시 심각하다. 26일 기준 한화생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15배로 전체 금융 상장사 중 가장 낮았다. 한화손보도 0.19배로 금융사 전체 뒤에서 세 번째다. 한화투자증권 역시 PBR이 0.49배로 저평가 상태다. PBR이 1배 이하라는 것은 기업이 보유한 자산을 모두 청산할 때보다 현재 시가총액이 낮다는 의미로 주가 저평가가 심각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증권가 평가도 비관적이다. 이달 한화생명 리포트를 발간한 증권사 9곳 중 2곳(다올·메리츠)이 목표주가를 내리고, 3곳(KB·메리츠·LS)이 투자의견 ‘중립’을 나타냈다. 사실상 '매도' 의견을 내지 않는 증권가 관행상 '중립'은 주식을 사지말라는 신호로 읽힌다.

한화손보에 대해서도 증권사 4곳 중 2곳(키움·NH)이 목표주가를 내려 잡은 리포트를 발표했다.

해약환급금 준비금 적립 부담으로 배당가능이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올해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부정적으로 다가왔다. 당국은 보험사의 배당 재원 확보를 위해 지급여력(K-ICS)비율이 200%를 넘기면 해약환급금 준비금 적립 비율을 기본보다 80%만 적립할 수 있도록 개선했으나 한화생명 킥스 비율은 작년 3분기 말 기준 164.1%, 한화손보는 경과조치 전 기준 178.2%로 기준치를 밑돌아 효과를 보기 힘들 전망이다. 한화생명·한화손보는 현재까지 ‘현금·현물배당결정’ 공시를 내지 않았다.

주가 부진에 대해 한화 금융 계열사의 맏형인 한화생명은 주주가치 제고에 시간이 걸릴거란 전망을 내놨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보유 CSM(보험계약마진) 확대를 통한 지속 가능한 순익과 건전성 확보, 주주환원 정책을 지속 실행해 주주가치 극대화를 도모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배당 등을 통해 주주 친화적인 환원 정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힘쓸 예정이지만 배당의 경우 해약환급금 준비금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고 이는 중장기적으로 해결돼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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