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법인 고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 활동을 일제히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거래소들은 내부 판단에 따른 조치라고 밝혔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당국의 비공식적인 입장 전달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6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 빗썸, 코빗은 이달 1일 자사 홈페이지 내 법인 회원 모집 관련 공지를 모두 내렸다. 이들 거래소는 지난달 말부터 홈페이지 배너와 팝업을 통해 법인회원 모집을 본격화하고 회원가입을 받기 시작했다고 알렸다.

그간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법인 회원 자체는 받아왔으나, 실명계좌 발급이 허용되지 않아 법인 명의의 실질적인 거래는 제한돼 있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의 법인 가상자산 거래 허용 발표로 고객 확보의 길이 열려 일부 거래소는 법인 고객 선점을 위한 홍보에 나섰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2월 ‘제3차 가상자산위원회’를 통해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를 단계적으로 허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로드맵에 따르면 2분기부터 지정기부금단체와 대학 등 비영리법인이 보유한 가상자산을 현금화할 수 있도록 실명계좌 발급이 허용된다. 

이후 하반기에는 전문투자자 및 상장법인에 대해 투자·재무 목적의 거래가 시범적으로 허용될 예정이다. 단, 금융회사를 제외한 일부 법인이 대상이며 일반 기업과 금융회사에 대한 허용은 관련 입법 및 제도 정비가 선행된 후 중장기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갑작스러운 홍보 중단에 대해 거래소들은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당국 역시 이와 관련해 법인 거래 허용을 철회하거나, 거래소들에 홍보 중단 지시를 내리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아직 뚜렷한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아 우선 공지를 내렸으며, 고객은 계속 받고 있는 중”이라며 “4월 중순 이후 정확한 지침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가이드라인과 실무적 준비가 부족한 만큼 섣부른 법인 영업 시작이 시기상조라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법인 영업이 가능한 대상이 제한적이고, 계좌 발급 역시 전면 허용이 아닌 단계적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거래소 입장에서는 과도한 마케팅이 자칫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계좌 발급과 관련한 세부 기준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거래소 간 과열 양상이 형성되는 것을 경계한 측면이 있다”며 “현재는 정책 방향을 예의주시하면서 내부적으로 법인 고객 응대를 준비하는 단계”라고 전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