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코스피가 탄핵 인용으로 불확실성을 덜었지만 사흘 연속 내리막을 걸었다. 헌법재판소 탄핵 선고 발표 전 잠깐 오르다가 다시 하락 전환하는 등, 오전에는 별다른 방향성을 잡지 못했다. 선반영한 탄핵 인용 재료가 소멸한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악재가 다시 불어닥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증권가 전망은 긍정적이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과 추가경정예산에 따른 경기 부양책, 원화 강세가 증시 향방을 가를 요인으로 보고 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1.28포인트(0.86%) 하락한 2465.42로 장을 마쳤다. 사흘 연속 하락장이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소폭 내린 2450.49로 출발, 낙폭을 만회하며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선고 발표 직전인 오전 10시 59분 상승으로 전환한 뒤 오름세를 이어갔다. 그러다가 대통령 파면 결정 2분 뒤인 11시 24분부터 줄곧 떨어졌다.
투자자별로 보면 외국인이 하락장을 주도했다. 외국인은 이날 하루에만 1조7885억원을 팔아치웠다. 지난달 28일부터 6거래일 연속 ‘팔자’ 행진이다. SK하이닉스(–9331억원), 삼성전자(- 4115억원), 현대차(-563억원) 등 수출 업종이 주 표적이었다. 반면 개인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매입하며 이날 1조707억원을 순매수했다. 기관은 6210억원도 순매수했다.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별로는 SK하이닉스가 6.37% 떨어지며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3.95%로 두 번째였다. 이어 삼성전자 –2.60%, 기아 –1.21%, 현대차 –1.03%, NAVER –0.40% 순으로 하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4.44%) 등 4개 종목은 상승했다.
코스피 하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 방위적 관세 발표로 미국 주식시장이 흔들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3일(현지시각) 미국의 주요 주가지수인 다우존스30산업은 3.98%,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4.84%, 나스닥 종합은 5.97% 하락하며 장을 마쳤다. 수출 기업 비중이 큰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정책에 대해 더 민감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탄핵 선고 발표 과정에서 기대감이 들어오면서 반등했다가 낙폭을 키웠다. 여러 복합적인 감정이 반영된 것 같다”며 “무엇보다 어제 미국 증시가 많이 빠졌고 반도체 지수가 10% 가까이 하락했다. 거기에 대한 소화 과정이 필요하지 않았나”고 말했다.
반면 코스닥은 상승 마감했다. 전날보다 0.57%(3.90p) 오른 687.39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이 887억원 매물을 던졌지만 기관이 730억원, 개인이 320억원 순매수했다.
원화 가치도 코스피와 다르게 상승세를 보였다. 하나은행에 따르면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5.90원 내린 1436.30원에 마감했다. 나흘 연속 내림세다. 원화 환율이 1430원대에 마감한 것은 2월 26일(1435.50) 이후 40여일 만이다.
이경민 연구원은 “그간 1470~80원대를 넘나들던 환율이 1430원대로 내려왔는데 달러인덱스가 약한 것도 있지만 고점 대비 40원 넘게 빠진 거라서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에 따른 안도 심리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증시, 추경 등 경기 부양 반영할 것”
증시를 짓누르는 상호관세 악재는 협상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전망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상호관세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나 협상을 할 수밖에 없는 정치적 여건이 협상을 통한 관세 압력 감소에 도움이 되는 상황”이라며 “추후 한·미 관세 협상에서 국방, 제약, 배기가스, 소고기수입 등에 대한 협상이 논의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증시 향방은 재정지출 확대 여부에 갈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병연 연구원은 “향후 관전 포인트는 추경 규모인데 20조원 이상이면 한국 경기 부양 모멘텀이 확대되고 한국 장기 금리는 상승할 것”이라며 “주식시장은 외환시장에서 나타난 안도감을 반영하고 이후 추경 등 경기 부양 모멘텀을 반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전망 범위는 2380~2850포인트다”고 말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인용 결정으로 국내 불확실성은 우선 해소됐으나 트럼프 상호관세 장기화에 따른 수출 충격이 커질 경우 그 이상의 재정·통화 정책 대응 강화 가능성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6월 3일 이후 출범할 차기 정부가 임기 내내 현재 원칙을 고수할지, 일부 변형할지, 혹은 확장재정으로 기조를 바꿀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원화 강세에 달려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경민 연구원은 “원화 환율은 계엄과 탄핵 국면을 거치면서 1400원대 중반으로 레벨업하고 정치적 불확실성 극단에 이르렀을 때에 1480원대까지 도달하기도 했다”며 “불확실성 해소와 함께 원화 강세 전개 시 외국인 수급 개선이 가능하고 이는 코스피는 반등 탄력 강화, 글로벌 증시대비 상대적 강세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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