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 관세 부과로 스마트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국에 생산 거점을 둔 애플의 아이폰은 최대 40%까지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베트남을 최대 생산기지로 삼은 삼성전자가 상대적으로 낮은 관세를 적용받으면서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54% 관세…아이폰 가격 최대 300만원 웃돌 듯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2일(현지시각) 모든 국가에 1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60여개국을 대상으로는 국가별 차등을 둔 상호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이로 인해 애플은 트럼프 정부의 상호 관세 부과 조치로 스마트폰 사업에 직격탄을 맞게 됐다. 애플 아이폰 생산의 90%쯤을 차지하는 중국은 이미 20% 추가관세가 적용되고 있는데, 여기에 상호 관세율 34%가 추가되면 최대 54%의 관세율이 적용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 베트남과 인도 공장에서도 아이폰과 에어팟이 생산되는데 각각 46%, 26% 관세율이 적용된다. 즉 가격 인상을 피하기는 어려운 셈이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분석가들은 애플이 관세 부과에 따른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한다면 아이폰 가격이 현재보다 최대 40%까지 폭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월스트리트 로젠블래트 증권은 미국에서 799달러(115만원)에 출시된 아이폰16 시리즈 기본형의 경우 관세 인상 시 가격이 최대 1142달러(163만원)에 이를 수 있다고 봤다. 최고급 모델인 아이폰16 프로 맥스의 경우도 소비자 가격이 1599달러(229만원)인데, 43% 오른 2300달러(330만원)에 달할 수도 있다. 2월에 출시된 보급형인 아이폰 16e의 경우 599달러(86만원)에서 856달러(123만원)로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 반사이익 기대…트럼프 면제 가능성 변수
삼성전자는 베트남을 최대 생산기지로 삼고 미국에 수출을 해왔다. 베트남 북부 박닌·타이응우옌 공장에서 스마트폰 물량의 50% 이상이 생산된다. 나머지 스마트폰 물량은 인도, 인도네시아, 우리나라 경북 구미 공장 등에서 생산된다. 베트남이 46%의 높은 관세율이 적용된다. 이어 인도네시아 32%, 인도 26%, 한국 26% 순이다.
업계에선 올해 출시한 갤럭시S25에 관세가 부과되면 각 제품별 최대 200달러(29만원) 이상의 가격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고 봤다. 최상위 플래그십 모델인 갤럭시S25 울트라 출고가가 169만8400원인데 관세 부과시 최대 199만원을 넘길 수 있다.
다만 삼성전자는 관세 부과시 애플 대비 타격이 덜할 전망이다. 관세율과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 애플보다 비중이 작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미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판매량 기준)은 애플이 65%, 삼성이 18%다. 상호 관세율은 애플이 삼성보다 8%p 더 높다.
일부 전문가들은 삼성이 가격을 올리는 대신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를 줄이고 다른 지역에서의 격차를 메울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하지만 트럼프가 과거 애플 등 개별 기업에 한해 관세를 면제해 준 이력이 있다는 점은 변수다. 2019년 트럼프 1기때 애플은 중국에서 생산한 아이폰 관세를 면제해주지 않으면 삼성전자가 이득을 볼 수 있다는 논리로, 일부 품목에서 관세 면제를 받아냈다.
CNBC는 "애플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일부 면제 받았는데 이번에도 트럼프를 설득하지 못하면 (관세는) 사업에 큰 위협이 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