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으로 물가 불안과 금리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가운데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던 금 가격도 조정 국면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금 1돈의 가격은 52만 8975원으로 전일보다 5025원 1% 가까이 하락했다. 최근 1주일 평균 대비로는 3% 넘게 빠졌다. 한달 평균과 비교해도 1.3% 낮은 수준이다.
국제 금 시세 역시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6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전 거래일 대비 2% 하락한 2973.6달러에 마감됐다. 장중에는 2955.89달러까지 떨어지며 최근 3주 최저치를 기록했다.
금값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지난 1분기 동안에만 20% 가량 상승했다. 올해 1월 가격은 온스당 2658달러로 거래를 시작해 사상 최고가 3167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금은 일반적으로 증시 불안이 커질 때 가격이 상승하는 안전자산으로 통한다. 하지만 최근처럼 주식시장 급락과 유동성 경색이 동시에 발생하는 상황에서는 금도 예외가 아니다.
앞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금값은 온스당 1000달러선에서 700달러선까지 하락한 바 있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위기 당시에도 주식시장이 폭락하며 한 달간 12%하락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하락세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조치가 본격화되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증폭됐고, 이에 따라 유동성 확보를 위한 금 매도세가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금과 더불어 달러 역시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달러 인덱스는 지난 1월 고점인 109.96에서 지속 하락해 7일 기준 103.51까지 떨어졌으며, 투자자들은 달러 대신 일본 엔화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이다.
니코스 차부라스 트라두닷컴 애널리스트는 “시장 혼란 속에서 투자자들이 현금과 스위스 프랑, 일본 엔과 같은 안전 자산으로 눈을 돌리며 금값이 하락하고 있다”며 “이는 더 심각한 조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과거 경제위기와 마찬가지로, 금값이 일시적 낙폭을 기록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다시 강세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특히 금리가 하락할 경우 금값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만큼,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금 가격의 상승이 가능하다는 시선이다.
앞서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은 2분기 금 가격을 온스당 3300달러로 예측했으며, HSBC역시 지적학적 위험과 경제적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금 가격 평균 예측치를 온스당 3015달러를 기록할 것이라 전망했다.
스키 쿠퍼 스탠다드차타드 애널리스트는 “현재 위험 회피 환경을 감안할 때 금은 추가적인 상승을 보일 것”이라며 “2분기 최고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원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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