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데이비드 팔리 지음 | 박재호 옮김 | 책만 | 336쪽 | 2만8000원

인공지능(AI)이 모든 것을 바꿔놓을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개발자의 기본기와 공학적 사고방식이다.

'모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은 그런 변하지 않는 본질에 집중한다. 소프트웨어 공학 분야의 권위자인 데이비드 팔리가 내놓은 이 책은 격변의 기술 환경 속에서 살아남고 싶은 모든 엔지니어에게 꼭 필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소프트웨어 공학'에 다시 '공학'이라는 본래의 의미를 되살린다. 프로세스나 유행하는 기술에만 의존하지 않고 반복과 실험, 피드백 중심의 과학적인 접근법으로 복잡한 시스템을 다루는 방법을 제시한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됐다. 먼저 공학의 철학과 원리를 바탕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소개한다. 이어서 실제 업무에 바로 활용 가능한 프로세스 개선 전략을 다룬다. 이후, 복잡성을 관리하기 위한 다섯 가지 핵심 원칙을 중심으로 고품질 소프트웨어 설계의 본질에 접근한다. 마지막으로 개발자 개인이 성장하고 학습할 수 있는 구조적 방법과 조직 내 협업을 통한 복잡성 극복 전략을 풍부한 사례와 함께 설명한다. 단순한 이론이나 도구 중심이 아닌 실제 현장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개발 방식’에 대한 저자의 오랜 고민과 경험이 녹아 있다.

이 책을 번역한 박재호는 "처음에는 ‘강력한 한 방’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점점 책의 깊이를 깨닫게 됐다"고 말한다. 특히 복잡성 관리에 대한 원칙이 실무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기술적‧조직적 상황과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보며 설계와 개발 사이에 숨어 있는 공학적 연결고리를 재발견하게 됐다고 전한다. 반복, 피드백, 점진주의, 경험주의라는 철학을 이해하고 실천함으로써 복잡성을 관리할 수 있는 진짜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획기적인 도구나 기법보다 개발자가 어떤 태도와 방법론으로 복잡성과 마주해야 하는지를 차분히 풀어낸다. 설계 원칙을 현실 세계에 적용해보며 TDD(테스트 주도 개발), DDD(설계 주도 개발) 등의 개념을 실제로 구현 가능한 개발 방식으로 녹여낸다. 이는 단지 지식을 전달하는 책이 아니라 복잡한 문제 앞에서 개발자의 판단과 행동을 구조화하는 실천적 안내서라 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을 둘러싼 환경은 갈수록 복잡하고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런 시대일수록 철저히 검증된 원칙과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 '모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은 지금 이 순간에도 시스템과 씨름하고 있을 수많은 개발자들에게 단단한 기본기와 지속 가능한 실천 전략을 제공할 것이다.

이윤정 기자 

ityoon@chosunbiz.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