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 ICT 박람회 '컴퓨텍스 2025' 개막일, 타이베이 난강 전시장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PC 부품 전시회에서 인공지능(AI) 기술 각축장으로 변모한 이곳에서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입지 강화를 위한 홍보에 분주한 모습이다.

 SK하이닉스 부스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방문했다. / 공동취재단
SK하이닉스 부스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방문했다. / 공동취재단

특히 이날 SK하이닉스 부스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깜짝 방문해 화제를 모았다. 황 CEO는 차세대 제품인 HBM4 샘플을 보고 "정말 아름답다(So beautiful!)"고 감탄하며, 방명록에 "JHH, Loves SK hynix. 원 팀!(One Team!)"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세 차례의 서명을 남겼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컴퓨텍스에 참여했다. 부스에는 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4), HBM3E 12단(5세대) 제품을 엔비디아 블랙웰 GB200 옆에 전시하며 양사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과시했다. 김주선 AI 인프라 사장이 직접 황 CEO를 안내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SK하이닉스 부스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황 CEO의 방문은 우리에게 큰 의미가 있다"며 "5세대 HBM3E와 함께 차세대 6세대 HBM4 공동 개발에 양사가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디스플레이 부스에 전시된 UT One. /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부스에 전시된 UT One. /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는 컴퓨텍스에 올해 처음으로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프라이빗 부스로 초청 관계자만 입장할 수 있는 곳이었지만, 내부는 글로벌 PC 제조업체 관계자들로 북적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해당 부스에서 노트북·태블릿·모니터 등 다양한 IT OLED 포트폴리오를 선보였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차세대 기술인 'UT(Ultra Thin) One'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처음으로 공개한 이 기술은 기존 패널과 비교하면 소비전력을 30% 더 줄일 수 있다. 이는 AI 기능 구동에 필요한 여분의 전력을 확보해 배터리 사용 시간을 늘리는 데 기여할 수 있다. UT One은 대면적, 고해상도 제품에 적합하고, 특히 누설전류가 적어 저전력 특성 구현에 탁월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충남 아산에 구축 중인 8.6세대 IT OLED 전용라인에 산화물 TFT 공정을 구축, 2026년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이종혁 대형사업부장 겸 IT사업팀장(부사장)은 "현재 IT 시장은 LCD에서 OLED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으며 그 변화를 컴퓨텍스 현장에서 느낄 수 있다"며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QD-OLED를 비롯해 리지드부터 플렉시블, 폴더블 OLED 등 다양한 IT 솔루션으로 고객의 기술적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 시장의 변화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모빌린트 AI 칩 솔루션. / 모빌린트
모빌린트 AI 칩 솔루션. / 모빌린트

올해 컴퓨텍스에 처음 참석한 스타트업 모빌린트는 카메라·로봇용으로 활용될 수 있는 AI 신경망처리장치(NPU) 솔루션을 선보였다. 모빌린트 관계자는 "컴퓨텍스가 AI 전시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점에서 참여를 결정했다"며 "실질적인 잠재 고객을 찾겠다는 목표로 전시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모빌린트의 NPU 솔루션은 엔비디아 GPU의 대안으로 로보틱스와 스마트팩토리 등에서 주목받고 있다.

한편 올해 컴퓨텍스는 'AI 넥스트'를 주제로 전 세계 34개국 1400개 기업이 참가해 차세대 AI 기술을 알린다. 컴퓨텍스 2025는 20일부터 23일까지 타이베이 난강 전시관에서 계속된다.

타이베이=홍주연 기자
jyho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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