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중국에 대한 엔비디아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해 "수출 통제는 실패한 정책"이라며 강한 비판을 제기했다.
황 CEO는 21일 대만에서 열리는 ICT 전시회 '컴퓨텍스 2025'의 일정으로 진행한 '글로벌 미디어 Q&A' 세션에서 "미국의 수출 규제로 엔비디아는 H20 제품을 중국에 출하할 수 없게 됐고, 그 결과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재고를 전액 손실 처리해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일부 반도체 회사의 매출 전체에 맞먹는 규모"라고 덧붙였다.
엔비디아는 그동안 미국 정부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중국 맞춤형 칩을 설계해 왔으나, 지난달 15일 중국 수출용 저사양 인공지능(AI) 반도체인 'H20'까지 수출이 제한되며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황 CEO는 "4년 전 바이든 행정부가 시작될 무렵, 중국 AI 칩 시장의 95%를 점유하고 있었으나 지금은 50%로 줄어들었다"며 "사양이 낮은 제품만 팔 수 있었기 때문에 평균판매단가도 떨어졌고 그만큼 수익도 많이 잃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출 통제로 미국이 중국에 기술적 우위를 가져갈 수 있다는 정책 방향이 완전히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이미 많은 AI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엔비디아 반도체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차선책을 사용해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며 "중국 기업들은 매우 뛰어난 재능과 결단력을 갖추고 있어, 오히려 이번 수출 통제로 개발을 가속화할 수 있는 정신과 에너지를 충전하게 됐고 이를 지원할 정부 자원도 풍부하다"고 강조했다.
젠슨 황 CEO는 중국 시장의 중요성에 대한 언급도 거듭 반복했다. 그는 "전 세계 AI 연구자의 50%가 중국에 있고 우리는 그들이 엔비디아 플랫폼 위에서 AI를 만들기를 바란다"라며 "중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컴퓨팅 시장이며, 내년 AI 시장 규모가 약 500억달러(약 69조33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 된다는 점에서 엔비디아 입장에서도 엄청난 기회"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중국 시장을 통해 미국은 세수도 늘리고 일자리도 만들고 산업도 유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황 CEO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의 'AI 확산 규칙'을 폐지한 것에 대해서는 지지 의사를 표명하며 "미국이 AI 기술의 선두에 서고 싶다면 미국 기술의 보급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황 CEO는 이날 개인과 중소기업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AI 슈퍼컴퓨터 'DGX 스테이션(DGX Station)'과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AI 플랫폼 '그레이스 블랙웰(Grace Blackwell)' 기반의 'GB200' 서버 제품군을 소개하며 컴퓨팅 패러다임의 전환을 예고했다. 그는 "AI 컴퓨팅이 기업의 전유물에서 개인의 도구로 옮겨가고 있다"는 전망을 제시했다.
타이베이=홍주연 기자
jyho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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