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정책 수혜주로 꼽혔던 증권주가 뒷걸음치고 있다. 최근 열흘간 두 자릿수 이상 하락하며 업종 수익률 최하위로 밀려난 것. 자사주 소각 의무 등 정책 기대감이 주가를 과도하게 띄우며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유동성 동향만 놓고 보면 반등을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진단이다. 공매도 잔고가 늘어난 상황이라 추가 매도세가 거셀거란 전망에서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주말 기준 주요 증권사 11개로 구성된 KRX 증권 지수는 최근 10거래일(14~25일) 동안 10.2% 하락했다. 같은 기간 KRX 지수 업종 34개 중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종목별로 보면 유안타증권이 15.4% 떨어지며 하락 폭이 가장 컸고 14.2% 하락한 대신증권이 그 뒤를 이었다. 한화투자증권(–13.9%), 유진투자증권(-12.8%), NH투자증권(–11.5%), 신영증권(–11.3%), 삼성증권(–10.2%), 한국금융지주(–10.1%) 등도 두 자릿수 하락률을 보였다.
7월 한 달로 보면 쉬어갔다 해도 무리가 아니다. 4월 15.6%, 5월 23%, 6월 27.9% 등 석 달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한 증권주는 7월 –0.2%를 기록, 기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2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주가는 의아하다. 호실적 발표가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실적 전망치가 존재하는 증권사 5곳의 2분기 예상 순이익은 총 1조3419억원으로 전년동기(1조1695억원) 대비 14.7% 늘었을 것으로 예측된다. 삼성증권(-7.8%)을 제외하면 미래에셋증권(32.4%), 한국금융지주(25.8%), NH투자증권(11.7%), 키움증권(13.7%)은 순이익 증가율이 10%를 넘길 전망이다.
호실적 기대에도 주가가 내리막을 타는 건 정부의 증시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과도하게 반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3월까지만 해도 증권사는 주가순자산비율(PRB)이 평균 0.48배에 불과했으나 4월 이후 시작한 대선 정국에서 후보들이 상법 개정, 자사주 소각 의무,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의 공약을 내놓으면서 24일 현재 0.84배로 훌쩍 뛰었다. 키움증권(1.05배), 미래에셋증권(0.97배) 등 일부 종목은 여전히 PBR이 1배 전후 수준이다.
호실적이 예상되지만 기대에는 못미칠거란 전망도 주가부진에 한몫했다. 영업이익 증가율이 한층 낮아졌다는 진단에서다. 주요 증권사 5곳의 합계 영업이익은 작년 5조5929억원에서 올해 6조6618억원으로 19.1%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는 2024년 영업이익 증가율(65.2%)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들 증권사의 합계 시가총액(25일 기준 38조4339억원)이 작년 말(20조0926억원)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점과 비교하면 그 격차가 커보일 수 밖에 없다.
김지원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연간 전망치를 고려하면 증권사의 영업이익 증가율이 둔화하는 흐름”이라면서 “유동성 확대 기대감, 발행어음‧IMA(종합금융투자계좌) 등 신규 업무 인가에 따른 성장 기대감이 이익으로 현실화하기 전에 주가에 선반영되면서 주가가 실적보다 빠르게 움직였고 이후 (주가 상승) 재료가 부재하면서 하락 전환했다”고 분석했다.
당분간 증권주 반등은 어려울 전망이다. 공매도 순보유 잔고가 최근 급증하고 있어서다. 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증권업 종목의 공매도 순보유 잔고금액은 22일 3231억원으로 연중 평균치(1073억원) 대비 3배 이상 불어났다. 16일부터 5거래일 연속 증가세다. 공매도는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빌려 매도한 다음 주가 하락 시 그 주식을 사서 되갚는 거래를 말한다. 잔고가 늘었다는 것은 하락을 점치는 투자자들이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해 주가 전망에 악재다.
증권가는 단기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정책 효과가 실제 실적을 이어질지 주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장영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증시 부양 정책 기대감이 단순 기대감인지 아니면 현실화가 가능한 기대감인지 구별해야 한다”며 “종목별 주가 차별화가 일어날 수 있어 실적, ROE(자기자본이익률), PBR 등을 고려해 종목 선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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