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사고 환자를 상대로 한 한방병원의 경증 진료비 과다 청구 관행이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다. 입원 기간을 불필요하게 늘리거나 침·부항·약침 등 묶음 청구로 진료비를 부풀리는 구조가 고착화된 가운데, 최근에는 두통 진료비가 가파르게 늘며 새로운 부담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1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24년 자동차보험 진료비’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사고로 의료기관을 이용한 환자는 225만명으로 나타났다. 이 중 한방병원 입원 환자는 78만8155명으로 전년보다 3만여명 늘었다. 비중으로 따지면 3분의 1 정도 되는 셈이다.
하지만 진료비 청구는 반대다. 목·요추·어깨 등 단순 염좌 진료비의 경우, 양방병원이 3479억원, 한방병원이 1조2930억원으로 한방병원이 3배 이상 많았다.
구체적으로 목 부위 염좌 환자의 경우 한방병원은 평균 4.8일간 입원하며 84만8926원을 청구했지만, 양방병원의 평균 입원기간은 2.1일에 건당진료비는 32만8195원에 그쳤다. 요추·골반 통증의 경우에도 양방병원은 1.7일, 31만1640원 수준이었지만, 한방병원은 평균 입원기간이 4.95일, 건당 진료비가 85만9370원에 달했다.
최근에는 두통이 한방병원 내 새로운 ‘고비용 진료’ 항목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한방병원 두통 입원 건당 진료비는 80만4098원으로, 1년 전 38만원대에 비해 111.3% 급증했다. 두통의 경우 영상검사에서 별다른 증상이 발견되지 않아도 주변 근육 긴장 완화 등을 이유로 침·부항·약침·추나·첩약 등을 묶어 한 번에 진료비를 청구할 수 있다.
삼성·DB·현대·KB 등 주요 손보사에 따르면 지난해 침·부항·약침·추나·첩약 등을 묶어 한 번에 청구하는 ‘세트 청구’ 진료비는 2506억원에서 5353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중 경증 환자의 세트 청구 비중은 70%에 달한다.
‘뇌진탕 코드(S06)’ 진단 남용 관행도 여전하다. 질병코드 S06은 두개내 손상을 뜻하는데 뇌진탕뿐 아니라 뇌출혈(경막하출혈·지주막하출혈) 등 뇌손상을 포괄한다. 한방병원에서는 뇌출혈까지 진행되는 사례는 극히 드물어 대부분 뇌진탕으로 진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보험 대인 손해사정 담당자는 “상해급수가 12~14급인 경상환자는 2주마다 진단서를 내야 해 병원 입장에서도 번거로운 반면, 중상환자로 취급되는 11급 뇌진탕을 받으면 절차가 간단해진다”며 “과거 일부 한방병원의 경우 뇌진탕 진단을 남용하는 사례도 적발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에 삼성화재·KB손해보험·현대해상의 한방병원 상해급수 1~11급 환자 치료비용은 2021년 662억원에서 지난해 1108억원으로 67.4% 증가했다. 뇌진탕의 경우 고액 청구가 가능하고 진단·행정 절차도 간단해 일부 한방병원이 이를 악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뇌진탕 진단이 과도하게 많을 경우 심평원 조사 대상이 되기도 한다. 심평원은 허위·과잉 청구가 의심되면 국세청 세무조사처럼 3~5년 치 진료 내역을 들여다본다. 이에 심평원 조사 부담이 커지면서 두통(R코드) 진단으로 돌리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이래저래 손해보는 건 보험사다. 올해 상반기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대형 5개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평균 82.6%에 달한다. 전년 동기 대비 3.1%포인트 상승했다. 통상 손익분기점으로 보는 80%를 넘어선 수치다. 한방병원 과잉진료와 가입자의 모럴헤저드로 자동차보험금 누수가 지속되는 모습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통상 자동차보험의 경우 겨울철 빙판길 다중추돌 사고 등으로 손해율이 더 높아지는 경향을 띤다”며 “이미 손익분기점을 초과한 만큼 적자 가능성이 커져 자동차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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