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K, 현대차, LG 등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이달 25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 맞춰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미국을 함께 방문한다.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조선 등 한국 주력 산업을 대표하는 이들 기업인들은 대미 투자와 공급망 협력 확대 방안을 두고 정상급 경제 외교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6월 1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열린 6경제단체와 기업인 간담회에서 참석자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 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이 6월 1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열린 6경제단체와 기업인 간담회에서 참석자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 대통령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의 8월 24~26일 미국 순방 일정에 맞춰 경제사절단이 꾸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수장이 전원 포함됐다. 김동관 한화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도 동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사절단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반도체 공급망, 전기차·배터리 산업 보조금, 조선 및 항공 협력, 광물 공급망 안정화 등 주요 경제안보 이슈를 중심으로 양국 간 협력 논의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번 사절단은 기존 10여 명 이상이던 통상 규모보다 소규모로 구성됐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번 방미를 계기로 텍사스 테일러 공장 증설 계획을 현지에서 발표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과 테일러에 54조 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운영 및 건설 중이다. 최근 이 회장의 미국 방문 중 삼성전자가 테슬라, 애플과 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하이닉스의 인디애나주 후공정 공장 설립 계획을 앞세워 추가적인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 강화 전략을 발표할지도 관심사다. 앞서 SK그룹은 인디애나주에 5조 원을 투자해 고대역폭메모리(HBM)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초 미국 내 자동차, 부품, 물류, 철강, 미래 기술 분야에 29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정의선 회장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보조금 문제 등 전기차 생태계 지원 확대를 요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북미 생산기지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LG그룹은 LG에너지솔루션을 중심으로 미시간, 애리조나 등지에서 북미 배터리 생산 거점을 확대 중이다. 현대차와의 합작 공장 외에도 혼다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 사절단에는 조선·항공 산업 대표 인사들도 포함됐다. 김동관 한화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최근 한미 간 조선업 협력 모델로 떠오른 ‘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본격화하기 위해 미국 현지에서 구체적인 로드맵을 공유할 예정이다.

한화오션은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미 해군 프로젝트 기반 수주에 속도를 내고 있다. HD현대 역시 미 해군 군수지원함 MRO(유지보수) 사업 수주에 성공한 데 이어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협력 폭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은 보잉, GE 에어로스페이스 등과 약 45조 원 규모의 항공기 엔진 및 부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회담에서 항공 부문에서의 추가 협력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