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사업이 전사 실적의 발목을 잡는다. 양사 간판 사업 중 하나던 TV가 중국 기업과 경쟁에서 밀려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기업을 중심으로 마이크로 LED TV의 시장 개화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조 원가를 낮춘 마이크로 LED TV는 중국의 공세를 저지하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어서다.
20일 양사 반기보고서를 살펴보면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 TV의 평균 판매가는 2024년 연평균 대비 약 4% 하락했다. LG전자도 2024년 연평균 대비 2.5% 하락했다. TV 시장 정체와 중국 기업의 저가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점유율 방어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판매가 하락은 수익성 저하로 이어졌다. 삼성전자 TV 사업을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의 2분기 매출은 7조원으로 전년 동기 7조5000억원 대비 7% 줄었다. LG전자 MS사업본부는 2분기 영업손실 191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4개 사업부 중 유일한 적자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초대형·초프리미엄 시장에서도 고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양사의 올해 1분기 프리미엄 TV 시장 점유율(출하량 기준)은 각각 28%, 16%로 전년 동기 대비 11%포인트, 7%포인트씩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 하이센스와 TCL의 점유율은 각각 20%와 19%로 각각 6%포인트씩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는 115인치 초대형 스크린에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을 집약한 ‘마이크로 RGB TV’를 12일 세계 최초로 출시했다. 하지만 출고가가 4490만원이고 하이센스 등 중국 기업 대비 완전한 기술 우위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에서 이 제품이 게임 체인저가 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LG전자 역시 10년 넘도록 OLED TV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지만, 시장 확장 측면에서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로 LED TV의 대중화 가능성을 꾸준히 노크하고 있다. 마이크로 LED는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LED가 백라이트나 컬러필터 없이 스스로 빛과 색을 내 최상의 화질을 구현하는 기술이다. 제품 가격은 1억원대를 훌쩍 넘겨 아직 대중화와 거리가 멀지만 고정 수요를 확보하고 향후 생산 원가를 낮추게 된다면 삼성전자 TV 사업에 고수익을 가져다 줄 ‘캐시카우’로 기대를 모은다. LG전자 역시 시장 개화 여부에 따라 적극 뛰어들겠다는 입장이다.
관건은 제조 원가 절감과 기술 차별화다. 업계에서는 마이크로 LED 소자 크기를 30㎛내외로 줄여 원가를 최대한 낮추고 해상도를 현재 4K에서 최대 10K 수준으로 향상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 삼성전자는 향후 2년 내 마이크로 LED TV 생산 단가를 현재의 10분의 1로 낮추는 프로젝트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가 발간한 '2025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산업 및 기술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마이크로 LED 시장 규모는 2030년까지 약 13억달러(약 1조8000억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세계 마이크로 LED TV 생산 능력은 2023년 연간 5만대에서 2030년 약 60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김주한 유비리서치 애널리스트는 "마이크로 LED TV 시장은 프리미엄 TV 시장의 경쟁 구도를 변화시킬 뿐 아니라 전방 산업 전반의 수익 구조에도 영향을 준다"며 "특히 밸류체인 전반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가 창출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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