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업계에서 ‘AI PC’라 하면 보통은 ‘신경망처리장치(NPU)를 탑재한 PC’를 의미한다. PC용 프로세서 중 가장 먼저 NPU를 탑재한 제품은 2023년 4월 처음 선보인 AMD 라이젠 7040 시리즈 프로세서였지만 2023년 12월 인텔의 ‘코어 울트라 시리즈 1’이 등장하면서 본격적으로 AI PC 시장이 시작됐다. 2024년 5월엔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 PC’ 기준이 발표됐고, 퀄컴의 스냅드래곤 X 시리즈에 이어 AMD의 라이젠 AI 300 시리즈, 인텔 코어 울트라 200V 시리즈가 이를 만족시키는 제품으로 등장했다.
올해 나오는 대부분의 PC 신제품이 ‘AI PC’라 할 수 있겠지만 현재 시점에서 ‘AI PC’ 시장을 이끄는 인텔과 AMD, 퀄컴의 제품에 담긴 전략은 모두 다르다. 최신 세대 제품군에서도 인텔은 제품군에 따라 GPU, NPU 구성을 차등화하는 모습이지만 AMD는 NPU 성능을 유지하면서 CPU, GPU 구성을 차별화하고 있다. 퀄컴도 제품군별로 CPU, GPU 구성을 차별화하고 있는데, 인텔과 AMD 대비 NPU에 대한 기대가 큰 편이다.
인텔, 제품군별 차별화된 전략 방향성
인텔의 최신 세대 ‘코어 울트라 시리즈 2’는 제품군별로 기술적 특징과 전략이 다른 점이 특징이다. 인텔 코어 울트라 시리즈 2는 내부적으로 ‘코어 울트라 200V 시리즈’를 의미하는 코드명 ‘루나 레이크(Lunar Lake)’와 코어 울트라 200V 시리즈 이외의 제품인 코드명 ‘애로우 레이크(Arrow Lake)’로 나뉘어, 같은 마이크로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하지만 기술적으로는 많은 부분이 다르다. 같은 ‘애로우 레이크’에서도 노트북 PC와 데스크톱 PC에서 사용되는 제품간 기술적 특징도 다르다.
AI 노트북 PC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루나 레이크’는 인텔이 설계 단계부터 ‘효율’과 ‘AI’에 집중한 것이 특징이다. 이에 CPU 구성은 최신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다른 제품군들 대비 비중을 조금 줄이고, 상대적으로 GPU와 NPU의 기능과 성능에 집중했다. 특히 ‘루나 레이크’는 인텔 제품 중 아크 2세대 ‘배틀메이지(Battlemage)’ 기반 GPU와 모비디우스의 4세대 아키텍처 기반 NPU 모두 처음 탑재된 제품이며, 4세대 아키텍처 기반 NPU가 탑재된 유일한 제품이다. 루나 레이크의 GPU는 AI 연산 성능을 위한 ‘XMX(Xe Matrix Extension)’까지 탑재됐다.
‘루나 레이크’에는 이러한 기술적 특징들이 모여 지금까지의 인텔 프로세서 중 가장 높은 AI 성능, 가장 높은 효율을 모두 달성했다. 루나 레이크는 플랫폼 차원에서 최대 120TOPS(초당 120조회 연산) AI 성능을 제공할 수 있는데, 이 중 XMX를 지원하는 아크 배틀메이지 기반 GPU가 67TOPS, 4세대 아키텍처 기반 NPU가 48TOPS 성능을 내고, CPU는 5TOPS 정도다. 루나 레이크는 현재 인텔의 프로세서 중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 PC’에 요구되는 40TOPS 이상 성능의 NPU라는 조건을 충족하는 유일한 제품이다.
코어 울트라 시리즈 2의 주력 제품군은 ‘애로우 레이크’로, 데스크톱 PC용 ‘S-시리즈’부터 노트북 PC용에서는 저전력형 ‘U-시리즈’와 성능형 ‘H-시리즈’, 고성능형 ‘HX-시리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군에서 사용된다. 같은 ‘코어 울트라 시리즈 2’라도 애로우 레이크는 루나 레이크와 기술적 구성이 많이 다르다. 프로세서 코어 아키텍처는 같지만 내장 GPU는 1세대 아크 ‘알케미스트’ 기반을, NPU는 이전 ‘코어 울트라 시리즈 1’에 썼던 3세대 아키텍처 기반을 사용한다. 애로우 레이크 기반 제품은 ‘AI PC’지만 ‘코파일럿+ PC’를 지원하지는 못한다.
애로우 레이크 기반 제품에서 AI 성능의 핵심은 ‘GPU’다. 특히 ‘H-시리즈’는 플랫폼 수준에서 최대 99TOPS의 AI 성능을 제공하는데, 이 중 77TOPS를 GPU가 책임지고 NPU가 13TOPS, CPU가 9TOPS 성능을 제공한다. GPU에서 77TOPS 성능을 내기 위해, 아크 알케미스트 기반 아키텍처를 사용했지만 XMX를 탑재해 AI 성능을 크게 높였다. 인텔은 이러한 기술적 구성에 대해 현재 AI 생태계에서 GPU의 활용도가 높은 점을 고려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애로우 레이크에서도 내장 GPU의 XMX 지원은 ‘H-시리즈’에만 제공되는 점도 특징이다.
올해 노트북 PC 시장에서 인텔의 주력 제품은 ‘애로우 레이크’고, ‘루나 레이크’는 출시 당시부터 얇고 가벼운 프리미엄 급 노트북에 집중했다. 이런 전략은 올해 AI PC 시장에서 인텔에 다소 부담으로 돌아오는 모습이다. X86 프로세서 기반 ‘코파일럿+ PC’ 기능 지원이 예정보다 늦어지고 활용도가 기대보다 낮은 상황이지만, 애로우 레이크의 상대적으로 낮은 NPU 성능과 코파일럿+ PC 지원 부재는 AI PC가 주목받는 현재 시점에서 다소 아쉽게 다가온다. 또한 ‘루나 레이크’는 콘셉트가 명확했던 만큼 시장 확대에도 한계가 있다.
AMD, 고성능 GPU-NPU 공유하며 확장 전략
AMD의 AI PC를 위한 최신 세대 ‘라이젠 AI 300 시리즈’는 얇고 가벼운 고성능 노트북을 위한 ‘스트릭스 포인트’를 중심으로 보급형 ‘크라켄 포인트’, 워크스테이션 급 구성의 ‘스트릭스 헤일로’ 등 세 가지 제품군으로 구성됐다. AMD의 제품군은 인텔의 제품군과 비교하면 같은 세대의 제품군에 사용된 기술에 공통점이 많은 편이다. 프로세서에는 최신 ‘젠 5’ 아키텍처를, GPU에는 ‘RDNA 3.5’ 아키텍처를, NPU는 ‘XDNA2’ 아키텍처를 사용하며, 전 제품군에서 ‘코파일럿+ PC’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50TOPS 급의 NPU가 탑재됐다.
AMD 라이젠 AI 300 시리즈의 특징은 전체 라인업에서 50TOPS 급의 XDNA2 기반 NPU를 탑재했다는 것이다. 이에 CPU와 GPU 구성을 제법 줄인 보급형 ‘크라켄 포인트’까지도 ‘코파일럿+ PC’ 기능을 사용할 수 있으면서, 기존의 x86 생태계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호환성을 유지하는 점이 특징이다. 이미 ‘크라켄 포인트’를 탑재한 보급형 제품군은 100만원 초반대 가격까지 등장한 상태다. 인텔의 ‘루나 레이크’ 탑재 제품보다 저렴하고, 퀄컴의 ‘스냅드래곤 X’ 탑재 제품보다 더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다.
내장 GPU는 전통적인 ‘그래픽’에서는 만족도가 높지만 AI에서는 상대적으로 만족도가 떨어진다. 특히 AMD의 RDNA 3 계열 아키텍처는 인텔 아크 시리즈 GPU와 비교해도 동급에서 행렬 연산 성능이나 레이 트레이싱 성능에서 상대적으로 부족한 모습을 보였던 바 있다. 이는 GPU 기반의 AI 활용이나 게이밍에서 FSR, XeSS 등 AI 업스케일링 기술을 사용할 때 체감된다. 최근에는 많이 나아졌지만 AI 활용에서 AMD GPU의 지원 폭이 상대적으로 좁은 부분도 있다.
라이젠 AI 300 시리즈 중 ‘라이젠 AI 맥스’ 시리즈로 등장한 ‘스트릭스 헤일로’는 색다른 콘셉트로 높은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이 ‘스트릭스 헤일로’는 16코어 CPU 구성과 메인스트림 급 데스크톱용 GPU 수준의 40CU 구성 GPU, 쿼드 채널 LPDDR5x 기반 통합 메모리 구조를 기반으로, 최대 128GB 메모리 중 GPU에 96GB까지 할당할 수 있어 대규모 거대언어모델(LLM) 활용에서 그래픽 메모리에 대한 아쉬움을 크게 줄인 점이 눈길을 끈다.
한편, 이전 세대 제품인 ‘라이젠 7040’ 시리즈나 ‘라이젠 8040’ 시리즈 또한 XDNA1 아키텍처 기반으로 10~16 TOPS 정도 성능을 갖춘 NPU를 탑재해 ‘AI PC’의 기준에는 부합한다. 하지만 이 제품군은 초반 소프트웨어 지원 부족으로 NPU 활용도가 낮은 상황에서 시장 상황에 대한 대응이 늦으면서 AI 역량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모습이다. 현재 이 제품들의 NPU 지원 문제는 거의 해결됐지만, 실제 활용할 만한 여지가 그리 넓은 상황은 아니다.
퀄컴, 코파일럿+ PC에서 NPU 집중 전략
현재 ‘AI PC’ 시장 구도에서는 전통적인 인텔과 AMD의 경쟁만이 아니라 모바일 생태계를 중심으로 하던 퀄컴의 참전도 중요한 부분이다. 퀄컴 ‘스냅드래곤 X 엘리트’는 2024년 5월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 PC’의 첫 발표에 이를 지원하는 첫 디바이스로 선보이면서 기존 PC 시장에 변화를 예고했었다. 당시 스냅드래곤 기반 코파일럿+ PC의 등장은 새로운 선택지 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의 협력 전략 변화 등과 함께 변화의 계기를 만들었다. 이후 엔비디아와 미디어텍 등이 Arm 아키텍처 기반 AI PC의 생태계 확장에 참여할 가능성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퀄컴 스냅드래곤 X 시리즈는 기존의 모바일용 스냅드래곤 제품보다 체급이 높다. 프로세서에 탑재되는 ‘오라이온(Oryon)’ 코어는 2021년 퀄컴이 인수한 ‘누비아’가 기본 설계를 만든 것으로 스냅드래곤 X 엘리트에 처음 탑재됐다. 오라이온 코어는 처음 설계할 때는 서버 시장을 가정했을 정도로 기존의 모바일 중심 코어와는 설계 사상부터 성능까지 차별화된다. 이러한 빅 코어를 하이브리드 구성 없이 12개 탑재한 것도 기존 퀄컴의 모바일 칩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PC 시장에서도 제법 고성능에 들어갈 만한 선택을 한 것으로 평가할 만 하다.
모든 스냅드래곤 X 시리즈에 탑재된 NPU는 45TOPS 수준으로 ‘코파일럿+ PC’ 기준을 만족한다. 인텔과 AMD의 프로세서와 비교해도 NPU 측면에서의 경쟁력은 높은 편이며, 상대적으로 NPU 중심의 생태계 구성에 집중하고 있다. 사실 이 부분은 스냅드래곤 X 시리즈의 GPU 성능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것에 대한 반대급부라고도 평가할 수 있겠다. 스냅드래곤 X 시리즈의 GPU는 인텔과 AMD의 최신 세대 GPU 대비 기능과 성능에서 최소 한 세대 이상 차이난다. AI 처리에 GPU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없는 만큼, NPU 활용에 집중해야 할 상황이다.
퀄컴의 스냅드래곤 X 시리즈 프로세서를 탑재한 AI PC는 인텔과 AMD의 프로세서 탑재 제품과 비교해 장, 단점이 명확하다. 장점은 준수한 성능과 모바일 급의 ‘효율’이다. 성능이 필요할 때는 충분히 만족할 만한 연산 성능을 내면서 가벼운 작업에서는 모바일 급의 효율을 보여 주고, 배터리 사용 시에도 외부 전원 사용시와 거의 같은 성능을 내는 점도 인상적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 PC’ 기능도 출시 첫날부터 사용 가능했고, 현재도 인텔과 AMD 프로세서 기반 제품보다 더 다양한 기능들이 안정적으로 제공되고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단점은 태생적으로 피할 수 없는 ‘호환성’이다. 현재는 일상에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앱이 ‘네이티브’로 제공되고 있고, 이 범주를 벗어나지 않으면 스냅드래곤 X 시리즈 기반 제품은 매우 만족도가 높다. 하지만 이 범위를 벗어나서 전통적인 x86 기반 윈도 생태계와의 연결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만족도가 크게 떨어진다. 아키텍처를 뛰어넘어 실행이 가능한 방법도 제공되고 있지만 성능과 효율이 떨어지는 점은 감수해야 한다. AI 활용에서도 하드웨어 특성과 좁은 사용자 층 등의 상황으로 범용 지원 활용 기대가 어렵고, 직접 지원되는 생태계 폭이 좁은 점도 한계로 다가온다.
퀄컴의 스냅드래곤 X 엘리트 발표 초반 ‘잠재력은 있지만 호환성과 가격이 부담스럽다’는 평이 많았다. 약 1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는 호환성 부분의 약점은 줄어들고 있고 보급형 모델로의 확대를 통해 접근성도 좋아지고 있다. 보급형 ‘스냅드래곤 X’는 고급형 스냅드래곤 X 엘리트 대비 CPU 코어는 2/3, GPU는 절반 수준까지 줄었지만 NPU 성능은 그대로다. 덕분에 NPU 위주의 앱 생태계에서 사용자가 느낄 수 있는 만족감은 크게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가격대 또한 평균적인 노트북 PC 구입 가격대인 100만원대 초반까지 내려온 모습이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
- “두 대중 한 대” 대세로 자리잡은 ‘AI 노트북’ [AI PC ①]
- 프리미엄 AI 노트북 집결… 성수동 ‘에이수스 젠북 팝업존’ 가보니 [르포]
- 피터 창 에이수스 아태 총괄 지사장 “올해 안에 모든 노트북을 AI PC로 만들 것” [인터뷰]
- 샘 버드 델 CSG 사장 “AI PC는 미래 준비의 첫걸음, 지금 투자해야” [DTW 2025]
- 인텔 “코어 울트라 200H 준비 완료, AI 노트북 PC 본격 개화”
- “콘센트에서 해방” 인텔 ‘코어 울트라 200V’ 노트북 체험해보니
- AMD “라이젠 AI 맥스, 워크스테이션 게임 체인저 될 것” [HP Z+]
- “벤츠 품고 쌩쌩 달린다”…MSI, AI 게이밍 노트북 한정판 공개 [PC마켓]
- GPU로 판 짜는 데스크톱 AI PC… 엔비디아, PC 생태계 노린다 [AI PC ③]
- 클라우드 탈출, PC에서 즐기는 AI… 활용도 높이는 SW [AI PC ④]
- AI PC 속까지 진화 중 ‘NPU’가 뛴다
- 엔비디아ㆍAMD “오픈AI GPT-OSS, PC에서도 바로 사용 가능”
- 립부 탄 인텔 CEO, 트럼프 사임 요구에 “윤리적 문제 없다” 반박
- “미국 정부가 최대 주주” 반도체 패권 분수령에 선 ‘국영기업화’ 인텔
- “AI PC 시장, 전체 PC 시장의 31%… 7780만대 규모 전망”
- “모두의 AI 위한 만능 레시피” 인텔 코어 울트라 200V
- 80만원대 AI PC, 보급형 시장 문 여는 퀄컴 ‘스냅드래곤 X’ 플랫폼 [리뷰]
- “AI 시대, 기본기 갖춘 업무용 노트북” 에이수스 엑스퍼트북 P3(PM3606)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