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의 사회공헌 활동이 변화하고 있다. 단순 기부금을 전달하는 데 그치던 방식에서 벗어나, 장애인 복지·아동 발달·문화예술 지원 등 사회 전반 문제에 초점을 두는 모습이다.

보험업계의 사회공헌 활동이 변화하고 있다 / DALL-E
보험업계의 사회공헌 활동이 변화하고 있다 / DALL-E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메트라이프생명 등 주요 보험사들은 최근 각각의 정체성과 전문성을 살린 사회공헌 활동을 선보이는 등 ‘사회적 가치 창출’을 핵심 키워드로 내세우고 있다.

삼성화재는 32년째 이어온 안내견학교를 통해 시각장애인의 동반자를 길러내고 있고, 현대해상은 아동 발달지연 문제 해결을 위해 AI와 디지털 치료기기를 접목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메트라이프생명은 문화예술 나눔을 통해 소외계층에 무대를 열어주며, 임직원 참여형 봉사활동을 업계 문화로 정착시켰다. 각자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단순한 나눔을 넘어 사회적 문제의 해법을 제시하려는 흐름은 동일한 모습이다.

삼성화재는 지난 26일 경기 용인에서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개교 32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 기업이 안내견학교를 운영하는 형태는 세계에서 유일하다. 1993년 故 이건희 회장이 “기업이 개를 길러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선언하며 설립을 지시한 이래 지금까지 308마리의 안내견이 배출됐다. 현재까지 218명의 시각장애인이 안내견과 함께 삶을 이어가고 있다.

안내견 사회화 과정에서 핵심은 자원봉사자 ‘퍼피워커’다. 생후 7주 강아지를 1년여간 일반 가정에서 맡아 키우며 사람과의 교류를 돕는 역할이다. 지난 30여 년간 1100가구가 퍼피워킹에 참여했다. 초기에는 “사람도 못 먹고 사는데 개에 돈을 쓰느냐”는 냉소가 따랐지만, 지금은 기업·정부·시민이 함께한 사회적 연대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이문화 삼성화재 사장은 “안내견이 시각장애인의 세상과 연결될 수 있었던 것은 훈련사와 자원봉사자, 그리고 사회 전체가 함께 노력한 결과”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해상은 ‘어린이 보험 1위’라는 정체성을 사회공헌에도 투영하고 있다. 올해 공개한 ‘아이마음 캠페인’은 발달지연·발달장애 아동을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다. 총 150억원 규모의 공모 사업으로, AI 음성인식 기술, 디지털 치료기기, 뇌파·망막 데이터 분석 등 첨단 솔루션을 활용해 조기 개입 방안을 찾고 있다.

총 175개팀이 참여했으며, 이중 15개팀이 최종 선발됐다. 선발된 팀은 최대 17억원의 지원을 받아 개발과 실증을 이어간다. 단순 후원이 아니라 혁신 주체들과 협업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문제 해결형 투자’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현대해상은 ‘아이마음 놀이터’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향후 7년간 150억원을 투입해 전국 4곳에 아동·양육자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놀이·문화예술 체험, 육아정보 공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해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지속가능한 인프라가 될 전망이다.

교보생명은 청소년 체육 활동 지원을 통한 인재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1985년부터 이어온 ‘교보생명컵 꿈나무체육대회’다. 민간 기업이 주관하는 국내 유일의 유소년 전국종합체육대회로 지난 40여 년간 약 15만5000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이중 500여명이 국가대표로 성장했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이들이 따낸 메달만 200여개에 달한다.

탁구의 유승민·신유빈, 체조의 여홍철·여서정 부녀, 수영의 박태환, 빙상의 이상화·최민정, 육상의 우상혁 등 스타 선수들이 모두 꿈나무체육대회를 거쳐 세계 무대에서 활약했다. 

대한체육회도 교보생명 공로를 인정해 지난 25일 서울 종로 교보생명빌딩에서 감사패를 전달했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민간 기업이 수십 년간 체육 꿈나무를 꾸준히 지원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수많은 선수들이 교보생명 덕분에 꿈을 키울 수 있었다”고 했다.

메트라이프생명은 문화예술 지원에 초점을 뒀다. 사회공헌재단 설립 20주년을 맞아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문화예술 나눔데이’를 열고, 1200명의 문화소외계층을 초청해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를 관람하게 했다.

2019년부터 한국메세나협회와 함께한 ‘더 기프트’ 사업은 소외 장르 예술단체를 장기 지원하고, 찾아가는 무료 공연을 통해 지역사회와 문화를 공유해왔다. 단순히 관람 기회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문화예술 생태계 자체를 지탱하는 모델로 자리잡았다.

임직원과 설계사, 고객까지 참여한 누적 봉사자는 8만6000여명, 봉사 시간은 30만 시간을 넘어섰다. 지난해 기준 1인당 봉사 시간이 업계 1위에 올랐다. 사회공헌이 기업 외부 활동이 아니라 내부 문화로 정착했음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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