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망분리 개선 로드맵을 내놓은 뒤 보험업권 내 마이크로소프트(MS) 기반 AI(인공지능) 생태계 쏠림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보안 규제로 외부 클라우드 서비스 활용이 사실상 차단됐지만, 규제 특례 문이 열리자 보험사들이 가장 익숙한 MS 협업 환경을 택하고 있다. 

보험회사 MS 365 코파일럿 사용 관련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현황 / IT조선
보험회사 MS 365 코파일럿 사용 관련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현황 / IT조선

2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분야 망분리 개선 로드맵’이 발표된 지난해 8월 이후 보험사들이 신청한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건수는 총 38건에 달한다. 2022년 전체 4건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았던 과거와 대비되는 숫자다.

이중 상당수는 ‘내부업무용 단말기에서 SaaS 이용’과 관련한 건으로, 대다수 보험사들이 MS 365를 활용하려는 수요가 강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MS 365 코파일럿을 사용하기 위해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로 지정된 곳은 ▲교보생명 ▲KB라이프생명 ▲미래에셋생명 ▲신한라이프 ▲AIA생명 ▲KB손해보험 ▲메트라이프생명 ▲BNP파리바카디프 등으로 나타났다.

MS 365 코파일럿은 오픈AI의 챗GPT 기술을 활용해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등에 AI 비서 기능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보험사들은 코파일럿을 활용해 데이터 분석, 문서작성, 데이터 분석, 일정관리, 화상회의, 협업 관리 등의 업무를 보고 있다.

보험업권은 MS 365 코파일럿을 통해 업무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MS 툴을 활용할 경우 팀즈(Teams)와 같은 협업 서비스도 활용 할 수 있어 전사적 업무 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 향후 코파일럿 활용 범위를 더욱 넓힌다는 복안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MS 365 코파일럿뿐 아니라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 아마존웹서비스(AWS)의 ‘베드록’ 등도 금융권 내부망 활용을 허용했다. 그러나 보험사 대부분 코파일럿을 중심으로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코파일럿이 직원들이 매일 사용하는 워드·엑셀·파워포인트·팀즈 같은 오피스 환경에 그대로 붙일 수 있어 별도 적응 비용이 거의 없고, 즉시 생산성과 효율성을 끌어올릴 수 있어서다. 

현재 보험사 중 AWS 베드록 기반 AI 서비스를 도입한 곳은 코리안리와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카카오페이손보 등에 그친다. 이들 보험사는 상담·약관검색·보장분석 분야에 베드록을 활용하기 위해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았다. 그러나 여전히 MS를 활용하는 보험사에 비해 점유율은 낮은 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다른 AI 플랫폼과 비교해 봤을때 MS는 오피스,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팀즈, 윈도우 등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갖고 있다”며 “내부 임직원들이 별도로 적응할 필요 없이 즉시 활용이 가능한 데다 기존 업무에 적용이 가능해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다만 보험사 생성형 AI 도입은 당분간 내부업무에 국한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의 ‘망분리 개선 로드맵’ 중 핵심 과제였던 ‘개인신용정보 활용 허용’이 사실상 내년으로 미뤄졌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지정받은 경우 가명정보 기반 데이터만 활용 가능하도록 풀어둔 상태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올해 3분기 이후 개인신용정보까지도 규제샌드박스로 풀 계획이었다. 그러나 금융사들의 가명정보 활용 기반 데이터 활용 서비스 출시가 늦어지면서 전체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가명정보 AI 활용에서도 충분한 실증이 이뤄지지 않아 개인신용정보까지 확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게 금융당국 판단이다.

당분간 보험사 생성형 AI 활용은 문서 작성·데이터 분석·회의 요약 등 내부 생산성 제고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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